류현진, 강정호 김현수로 본 해외 진출 코리언 빅리거들의 잔혹사

작년 메이저리그 월드 시리즈에서 돌풍을 일으킬 것으로 온 국민들의 기대를 모았던 류현진의 어깨 부상 이후, 올해는 강정호의 부상 소식으로 야구를 사랑하는 대한민국 야마돌이(야구마니아 그룹)들의 마음이 어수선하다.
 
류현진의 '어깨관절 와순 파열', 강정호의  '십자인대 파열에 정강이뼈 골절'은 각각 투수의 생명인 어깨와 야수의 생명인 하반신에 큰 타격을 주는 부상으로 정밀한 수술과 관찰, 오랜 시간의 치료와 재활훈련을 요하는 질환이다.


사실 해외 진출, 빅리거들에게 부상 소식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우리선수로선 처음으로 메이저리그 100승을 달성한 코리안 특급 박찬호는 오른쪽 햄스트링 부상으로 텍사스 레인저스 사상 최고의 먹튀선수라는 오명을 뒤집어 써야했고, 출루율 기계로서 유달리 상대팀 투수들에게 안쪽 견제구에 빈볼을 많이 허용했던 추추 트레인 추신수 선수 역시 손가락 부상으로 텍사스레인저스에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위 사진은 Dustin Nosler 의  Hyun-Jin Ryu Spring Training 3.17.13

아시아의 빅리그라 할 수 있는 일본 시리즈에 진출했던 코리언 빅리거들 
역시 그 마지막은 잔혹하다 볼 수 밖에 없다
 
일본에 진출했던 바람의 아들, 야구천재이자 신동으로 불리던 그(어떤 이는 그를 야신 김성근 감독과 쌍벽을 이루는 선수계의 야신으로 칭한다) 주니치 드래곤스의 이종범은 일본 투수의 고의적인 위협구에 팔꿈치 부상을 당한 후 선수로서 전성기를 마감하고 이후 길고 긴 내리막길을 걷게 되었다.
 
아시아 홈럼왕 라이언킹 이승엽 선수 역시 일본 진출 후 요미우리 자이언츠에서  붙박이 4번 타자로 활약하다가 마치 종합병원처럼 왼쪽 무릎 관절염과 어깨 부상, 손가락 부상 등 상처뿐인 영광을 안고 한국으로 귀국하게 된다.
 

가장 비운의 선수라고 한다면
우리에겐 최진실의 남편으로 더 잘 알려진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조성민 선수이다 .1998년 7승6패 중 3번의 완봉, 3승이 완투로 평균자책점 2.75로 리그 1위를 달리던 기대주이자 신예 조성민은 그 해 감독추천 선수로 올스타전에 출전하는데, 당시 팔꿈치 통증을 느끼던 조성민 선수는 공을 못던지겠다고 감독에게 호소하였지만 요코하마 베이스타스의 곤도 감독은 올스타전 2차전에 마무리 투수로 조성민을 무리하게 등판시킨다. 조성민은 그 게임 9회 첫 타자를 잡는 과정에서 팔꿈치에서 뚝 하는 소리를 듣게 되었는데 자신의 팔꿈치 인대가 끊어지는 소리였다.
 
그후 조성민은 2차례 인대 수술을 받고 길고 긴 재활훈련을 소화해야 했고, 그후로는 다시는 이전의 기량을 보여주지 못하고 결국 귀국하게 된다.
 
선수들에게 흔히 뒤따르는 부상은 당사자 개인에게도 큰 비극이겠지만 소속 팀과 구단에게도 큰 손실이며, 스타 플레이어를 아끼는 팬들에게도 이만저만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한국 야구사에 있어 국보급 선수들이 해외에 진출하여 가지고 있는 잠재력과 기대치를 보여주지 못하고 오히려 부상과 후유증으로 국내로 돌아오는 비행기를 타거나 이후 선수 생활을 접게 되는 모습을 볼 때 느끼는 비분강개함은 참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렇다면 왜 우리 코리언 빅리거들은 이러한 비극적인 상황을 맞이할 수 밖에 없었을까? 좀 더 이들이 오랜 시간 다이아몬드 그라운드를 누비며 더 멋있는 홈런과 안타, 강속구와 변화구를 보여주는 것을 팬들이 즐길 수는 없었던 걸까? 이들의 롱런은 야구산업과 한국 야구사에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라 볼 수 있다.
 
따라서 팬의 한 명으로서, 필자는 해외 진출 코리안 빅리거들이 비운의 시련을 맞으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들을 생각해 보고, 가능하다면 이들이 빅리그에서 롱런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자 한다.
 
우선은 이들은 왜 제대로 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부상에 시달릴 수 밖에 없는 처지에 몰렸을까?
이유를 생각해 본다.
 
1.  한국 야구 시리즈에서 지나친 힘의 소진과 후유증
 
빅리거들은 이미 바다 건너 해외로 진출하기 전에 한국 야구 시즌에서 지나친 힘의 소진으로 이미 부상의 씨앗을 안고 있었다는 것이다. 한국 야구의 스파르타식 훈련 양과 승부에 따른 스트레스는 세계 최고수준이라 하지 않는가?

대학입시 전형으로 활용되는 고교야구 이하 청소년 야구 문제와 특정 소수에 집중되는
대표팀 운영방식은 일부 뛰어난 선수들의 체력과 신체를 고갈시킬 수 있다. 고교야구 우승팀의 에이스 투수치고 팔이 성한 선수가 없다는 것은 이미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다. 
 
시즌 중에는 팀의 에이스로 또 쉬는 기간에는 대표팀의 에이스로 활약했던 류현진 선수 같은 경우에는 다저스와 계약을 할 당시에 이미 어깨 부상을 안고 있었고, 그 사실에 대해 구단 측에서도 알고 있었다고 얘기한다. 
 
각 선수들이 한국에서 해외로 진출하는 FA자격을 취득하기 위해선 이미 한국에서 뛰어난 성과를 보여주어야 한다. 한국 야구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메이저리그 스카우터들의 관심을 끌 정도라면 이미 그 선수들은 오랜 기간 부상과 후유증을 안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2. 미국과 일본 야구 문화에 부적응
 
우리는 흔히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제대로 된 활약을 하지 못하면 그 선수 당사자만을 나무랄 때가 많다. 그러나 선수들도 한 명의 인격체며, 사람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공부하는 학생이 열심히 학교에 다니며 공부를 잘하고자 하는 마음을 먹고 있다고 해도 아버지 사업이 망하고 어머니가 병환으로 몸져 누워 계신다고 하면 공부가 잘 될 리가 없듯이, 선수들 역시, 본인은 야구에만 집중하고자 하나 주변 환경이 오로지 야구에 집중할 수 없는 가혹한 환경이라면 자신이 본래 가지고 있는 실력과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코리안 빅리거들은 야구 하나에만 집중할 수 없는 다양한 환경적 제약을 안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무엇보다 미국과 일본의 야구문화와 시스템은 한국 야구와는 판이하게 다르다. 각각 스트라이크존이 다르고, 주루 플레이가 다르고, 경기수가 다르고,  선수 훈련 시스템이 다르고, 먹는 음식이 다르며, 구장의 크기와 관중석의 규모와 팬들의 태도들이 다르다. 선수들의 의사소통 방식이 다르며, 휴식문화가 다르다.
 
우리나라 야구팀이야 몇 개 되지 않고, 선수들과 코칭 스태프 수도 얼마 되지 않으며 이미 아마츄어 야구 때부터 서로 알고 지내던 사람들이라 모두 형 동생 하는 사이이며 코칭스태프 역시 선생님 혹은 가족 친척과 큰 차이가 없다.
그 러나 미국과 일본은 팀 숫자도 많고 선수도 많으며 마이너리그 층도 두텁다. 따라서 한국에서처럼 이심전심의 분위기를 느낄 수 없다. 집단적 질서를 강조하는 일본 야구 문화도 적응하는 데 어려움이 있지만, 개인주의적인 미국 야구 시스템은 더욱 더 적응하기 어렵다.
 
그리고 이동거리도 길어서 구장 간의 시차도 크기 때문에 처음 경험하는 이들에겐 체력적인 고갈도 생각보다 심한 편이다. 바이오리듬에 큰 변화가 있기 때문이다.
 
음식문제 역시 가볍게 볼 것이 아니다. 쌀문화를 중심으로 하는 채식문화에 고기반찬과 국을 주식으로 하는 한국 선수들이 스테이크와 빵을 먹는 메이저리그 식단을 장기적으로 먹게 되면 변비와 장내 세균총 이상으로 신체 바란스가 무너져 경기력의 저하가 올 수 있다.
 
특히, 문화 적응에 필수적으로 필요한 언어소통에 있어서 언어장벽 문제에 부딪쳐 문화충격을 조속히 해결할 수도 없는 것이다.
 
새로운 것을 배우고 익히고, 팀에 빠르게 동화되고, 호흡을 맞추는 데 큰 장애를 안게 되는 것이다.
 
3. 포지션 경쟁 스트레스
 
해외 진출 코리언 빅리거들에겐 한국에서는 거의 경쟁상대가 없었다. 주전경쟁이란 언제나 따논 당상이었고, 선수층이 얇은 한국에서 구단들이 각 포지션에 그와 쌍벽을 이룰만한 경쟁선수를 한 명씩 더 갖추고 있는 것은 사실 비효율적이었다.

 
그러나 야구산업이 발달되어 자본이 집중되어 있고, 전 세계에서 온갖 뛰어난 선수들이 총집합된  미국과 일본리그에서는 각 포지션마다 뛰어난 경쟁자들이 즐비하다.
 
각각 주전자리를 꿰어차기 위해 잔혹한 내부 경쟁을 치뤄야 한다. 몇 번의 기회를 줘서 기회를 살리지 못하면 주전자리에서 밀리는 것 뿐만 아니라 심하면 마이너리그로 강등되기도 한다.
 
미국과 일본의 야구문화와 팀에 제대로 적응하지도 못한 상황에서 포지션 경쟁까지 치루게 되면 선수들은 매우 큰 스트레스 상황에 빠지게 된다.
 
4. 너무 많은 적수를 상대함
 
한국 야구는 상대할 수 있는 팀이 적다. 감독과 코치, 전략분석원뿐만 아니라 일반 선수들도 상대팀 전력과 선수들의 특징에 대해 훤히 꿰뚫고 있다.
 
그러나 메이저리그에서는 상대할 선수들이 너무 많다. 선수들 각각 개성도 강하고 너무 다양한 적수들을 상대하게 된다.
 
일개 선수의 입장에서 상대의 강점과 약점을 파악하기 어렵다. 코리안 빅리거 투수는 타자들의 약점을 찾아내기 어렵고 타자들은 메이저리그의 각 투수들의 주무기와 구질, 스트라이크를 잡으러 들어오는 타이밍을 잡기 어렵다. 사실 야구는 타이밍의 게임이라 하지 않던가? 서로의 타이밍을 빼앗는 게임이 바로 야구인데, 상호 수싸움을 할 수 있을 만한 정보력을 갖추기에 코리언 빅리거들은 다소 한계를 갖게 된다.
 
차라리 투수의 경우에는 자신을 리드해줄 포수가 있으니 좀 나은 편이지만, 타자들은 다른 메이저리그 타자들이 축적한 경험의 한계를 극복하게 해 줄 대안이 없는 상황이라 할 수 있다.
 
5. 코칭 스태프와의 갈등
 
쇼 맨쉽이 강한 메이저리그 감독들은 기자회견 때 한국 야구 팬들이 듣기 좋은 소리들을 잘 한다. 항상 코리안 빅리거들이 훌륭한 선수이고, 이들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말을 하며, 늘 관심 있게 지켜 보겠다고 말한다. 그러나 언론 앞에서 전략적으로 내뱉는 그 말들을 다 그대로 믿어선 곤란다.
 
메이저리그 구단과 감독, 코치들은 사실상 아시아계 선수들에 대한 의구심을 갖고 있다. 일본 프로야구 선수들이야 그 실력이 메이저리그에서도 검증된 터이지만, 한국 프로야구는 제대로 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
 
한 국 프로야구는 월드베이스볼 클래식에서 준우승도 차지하고, 뻬이징 올림픽 금메달을 차지 하는 등 국제 대회에서 정상급 실력을 보여준 적이 많았지만, 메이저리그 코칭 스태프들은 아직도 한국 야구 수준을 자신들의 마이너리그 수준으로 보고 있다.
 
만 약 그들이 한국 야구 수준을 그렇게 높이 평가했다면 진즉 우리나라의 더 많은 선수들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했을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1982년에 시작된 한국 프로야구 역사가 벌써 횟수로 30년을 넘고 있지만 그동안 배출한 메이저리그 선수는 손가락에 꼽을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그런 것을 보면 코리안 빅리거에 대한 메이저리그 코칭 스테프들의 기본적인 생각은 '잘해주겠지' 하는 기대와 믿음을 갖고 지켜보는 것이 아니라 '정말 잘할 수 있을까?' 하는 늘 의구심을 품고 지켜 보는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제 갓 메이저리그에 입성한 선수에겐 그러한 감독과 코치들의 의구심이 굉장한 스트레스로 작용될 수 밖에 없다.
 
그 리고 시즌 초반에 탁월한 성적을 보여주지 못하면 타격폼과 피칭폼에 대한 간섭과 다양한 제재가 들어오게 되는데 그렇게 될 경우 선수들은 기존의 자신의 폼을 잃어버리게 됨으로써 타격 바란스와 투구 리듬을 잃게 되고, 슬럼프가 장기화 되는 결과를 맞게 된다. 
 
6. 한국 팬들의 지나친 열광과 성원
 
메 이저리그와 일본 시리즈에 뛰고 있는 코리언 빅리거에 대한 대한민국 국민들의 관심과 성원은 때론 너무 지나친 경향이 있다. 나 역시도 꼭두새벽에 일어나 박찬호와 류현진의 야구 중계방송을 꼭 챙겨보곤 했으니 할 말은 없으나, 곰곰히 생각해 보면 이러한 관심은 순수한 스포츠적인 열정만은 아닌 광적인 무엇이 있었던 것 같다.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코리안 빅리거 선수들은 그날 활약상에 따라 국민 영웅이 되었다가 국민의 역적으로 강등되는 수모를 겪어야 한다.
 
본래 세계 최고에 대한 컴플렉스가 유독 강한 국민성 덕분에 빅리거들이 누리는 인기와 성원이 한량없이 큰 반면에, 기대를 충족시켜 주지 못했을 때 겪는 수모와 냉대 역시 극히 심하다.
 

한국인들은 개인이 느끼는 신분 상승에 대한 욕구불만이 유독 야구에 대리만족으로 작용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한국 스포츠 스타가 야구 본고장 메이저 리그에 진출하여 월드시리즈 우승의 주역이 되는 것을 한 개인의 노력의 성취로 보기보다는 동일 유전자를 갖고 있는 한국 민족의 긍지이자 가문의 영광이며 국가적 중대사로 받아들이는 것은 아닌지.... 만일 이렇게 되면 코리안 빅리거들은 개인으로서의 선수가 아니라 국가를 대표하는 상징적 인물로 탈바꿈 된다.
 
야구는 평정심을 생명으로 하는 스포츠다. 투수의 제구력의 안정, 타자의 타격폼과 스윙의 안정성, 코칭 스태프의 냉철한 전략과 작전은 차갑고 냉철한 지성과 마음의 안정에서 오는 것이다.
 
그 런데 코리안 빅리거들은 한국 국민들의 지나친 관심 표명과 또는 지나친 실망의 표출을 경험하면서 야구에 대한 이성을 잃고 평소에 가지고 있는 평정심을 상실할 때가 많은 것이다. 평정심을 잃은 선수가 걷는 길은 길고 긴 슬럼프의 터널과 부상의 막다른 절벽이 있을 뿐이다.
 
이러한 경우 선수들은 어떤 자세를 취하게 될까?
 
1. 단기적 실적주의

첫 째로  흔히 볼 수 있는 태도는 단기적 실적주의의 유혹에 빠지는 것이다. 코칭 스태프들의 의혹의 눈길을 해소하고, 고국 팬들의 광적인 관심과 성원에 보답하며, 팀내 주전 경쟁에서 낙오되지 않고, 빅리그의 문화적 충격과 소속 팀 동료들과의 어색한 관계를 신속하게 해결하기 위해서 무엇보다도 자신이 하루 빨리 소속 팀에 쓸모 있는 선수임을 증명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시범경기 때부터 주전경쟁에 밀리지 않아야 한다는 강박감 때문에 더욱 긴장하게 되며, 매일매일 자신의 타율과 활약이 국내 언론에 보도 되는 것 때문에 마음의 부담을 떨쳐 내기 어렵게 된다.
 
사실 국내 리그에서는 왠만큼 잘해도 언론에 기사화되는 경우가 많지 않았는데,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이후에는 경기 때마다 안타 횟수와 타율, 출류율... 등  자신의 활약상이 보도되며, 자신의 그라운드 외 활동과 가십적 기사까지 언론에 오르내리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리고 국내 코치와 친지들의 국제 전화도 자주 받게 되는 등 오히려 국내에 있을 때보다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되기에 더 잘해야만 한다는 부담을 안게 된다.
 
그러다 보면 조급한 마음 때문에 타격 발란스가 무너지게 되고, 그라운드에서 상대 투수와의 전략 싸움에 밀리게 되는 결과를 갖게 된다. 최근의 김현수 선수의 부진은 이런 이유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


2. 남을 의식한 과잉 행동과 과도한 열심 표명
 
둘째로 남에게 보이기 위한 무리한 플레이와 과도한 연습량을 보이는 것이다.
 
이것은 실적이 따르지 않을 때 보이는 선수들의 행동들이다. 생각처럼 안타와 홈런을 치지 못하고, 약속했던 타율이 나오지 않아 팀에 대한 공헌도가 떨어질 때 선수들이 코칭 스태프들과 고국의 팬들에게 보일 수 있는 방법은 열심히 하는 플레이와 과도한 연습량을 보이는 것이다.
 
류현진의 무리한 피칭과 강정호의 위험한 수비 플레이, 이대호의 다이빙 캐치와 주루플레이 중의 슬라이딩은 국내에서 보이지 않는 행동들인데, 이러한 행동들은 선수들이 마음 속에 무거운 부담을 갖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3. 부상과 긴 슬럼프

 
과 잉된 위험한 플레이나 과중한 연습량,  스트레스와 피로감 때문에 결국 크고 작은 부상과 슬럼프에 빠지게 된다. 사람의 몸은 미국에 진출해졌다고 더 강력하게 변하는 것이 아니다. 또한 연일 계속되는 스트레스에 장사는 없다. 전략과 치밀한 계획성 없는 연습은 오히려 몸을 혹사시킬 뿐이다.
 
결국 이런 무리수가 선수 생명에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부상자 명단에 오르거나 마이너리그로 추락하거나 최선이라고 해보아야 벤치에 앉아 무한정 대기선수 명단에 올라갈 수 있을 뿐이다. 가장 심각한 경우는 팀에서 방출되거나, 국내 리그로 복귀하게 되는 결과를 맞게 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코리언 빅리거들은 메이저리그에서 생존 할 수 있단 말인가?
 
1. 단기적 실적주의를 버리고 보다 장기적인 플랜을 가지라
 
초반 주전 경쟁에서 밀리면 끝이 아니냐? 남의 속도 모르고 답답한 소리 하고 있다! 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서두른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기 때문에 원리원칙적인 말을 하는 것이다. 전략이 중요하다.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다. 초반에는 무조건 적응과 융화가 필요하다. 미국와 일본 야구 문화에 적응해야 한다.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이 메이저 리그의 스트라이크존에 대해 감각적으로 완전히 적응하는 일이다. 머리로 이해해서 될 문제가 아니다. 타선에 서서 타자가 방망이를 휘두를 때 머리로 생각할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국내와는 다른 스트라이크존에 대해 감각적으로 적응할 수 있도록 되도록 많은 경험을 쌓도록 해야한다.
 
스트라이크 존의 크기와 방향에 따라 투수들의 제구와 유인구의 각도, 결정구가 달라진다. 국내 리그에서 한국형 스트라이크존에 익숙한 만큼 메이저리그 스트라이크존에 적응하기가 더 어려울 것이다. 특히 국내에서 타율이 높고 선구안이 좋았던 선수일수록 초반에 메이저리그 스트라이크존에 적응하기 더 힘들 것이다. 아마 최근 김현수의 타격 슬럼프는 스트라이크존에 대한 적응과 초반 타율 저조에 따른 심적 부담 때문일 것이다.

2. 효과적인 능력 제고 방안을 마련하라
 
다음으로 취할 수 있는 태도는 효과적인 능력 제고 방안을 찾는 것이다. 앞서 가는 언론의 부풀려진 기대치에 부응하기 위해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가 없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정규 시즌에 참여할 수 있는 25인 로스트에 드는 것이고, 메이저리그에 잔류할 수 있는 최소 생존 타율과 승률을 확보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 투구폼과 타격폼을 급격하게 교정해서는 안된다. 일단 국내 리그의 연장선상에서 해외 올림픽이나 월드베이스볼 클래식에 참석했다고 가정하고 자신의 타격 페이스를 유지하는 선에서 상대 투수를 공략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일단 정보력에서 너무 부족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메이저리그 전력분석원을 한 명 고용하는 것이 좋겠다. 지금 받는 연봉이라면 한 명 정도는 고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최소한 상대팀 투수의 강점과 약점, 투구패턴과 공략 가능성을 타진해 보고, 전날 가상 시뮬레이션을 통해 효과적인 훈련을 해야 한다.

그리고 미국이나 일본 야구는 철저히 약점을 파고드는 정보야구를 하기 때문에 자신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대책을 세워야 한다.


한국 프로야구 타자들은 메이저리그와 일본 리그의 중간 계투나 제2류 선발 수준의 투수들을 상대할 수 있는 수준은 되는 것 같다. 그러나 상대 에이스급 투수 앞에서는 타선이 침묵하곤 했다. 실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그런 투수들의 공을 생전 접해 본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에이스급 투수들의 공을 많이 접해 보아야 한다. 되도록 빨리 많은 기회를 만들어 메이저리그 정상급 투수들의 공을 접해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고, 그러한 공을 쳐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하며, 그러한 공을 타격할 수 있는 훈련을 집중적으로 해야 한다.
 
그 러나 당장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기에 우선은 일단 에이스급 투수들이 나올 때는 정면 승부보다는 실투를 노리며, 성급한 결정보다는 차분한 대응으로 공에 익숙해 지도록 해야 할 것이며, 본격적인 승부는 중간 계투나 제2류 선발진과 대결에서 승부를 보도록 해야 할 것이다.

3. 개인적으로 해야할 작은 실천들

그리고 국내 언론과의 접속을 끊고 개인 sns 활동도 당분간 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일간 스포츠지는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 일희일비 할 수 밖에 없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그런 기사에 일일히 신경을 쓰면 자신의 전략적인 페이스를 잃어버릴 수 있다.


또한 식사 조절이 필요하다. 과도한 스트레스 때문에 콜라나 에너지 음료, 술과 빵과 같은 당분이 많이 땡길 것인데 GI지수가 높은 음식들과 폭식, 과식은 인슐린 저항성을 가져오고 몸의 피로도를 증가시킬 수 있다.

채 식 위주의 식단을 운영해야 한다. 그리고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한 항산화 효과가 높은 음식을 먹어야 스트레스를 완화시킬 수 있다. 스트레스는 몸 속의 비타민을 급격하게 소모시키는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일단 잠을 잘 자야 한다. 류현진 선수의 경우, 시합 전날 수면량이 충분했던 경우와 잠을 제대로 청할 수 없었던 날의 경기력의 차이가 매우 컸었다고 고백하고 있다. 시차가 많은 넓은 지역을 오고 가는 메이저리그 경기 방식에 코리언 빅리거들도 빨리 적응을 해야 한다.

한편 부상과 슬럼프가 올 때마다 마이너리그행을 요구받을 때가 많을 텐데 가능한 마이너리그 강등은 받아들여선 안된다. 코리안 빅리거들이 적응하지 못하는 곳은 마이너리그가 아닌 빅리그이다. 마이너리그에서 아무리 날고 뛰어도 그것은 마이너리그 경력일뿐 빅리그에서 활약하는 데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비행기가 아닌 버스를 타고 대륙의 구석구석을 원정다녀야 하는 일정에 쫓기는 마이너리그의 생활은 메이저리그에 대해 빨리 배워야 할 것이 많은 코리안 빅리거들에게 이익보다는 해가 많은 선택이다.
 
그리고 결코 무계획적인 과도한 훈련을 하지 말아야 한다. 특히, 경기중에 무리한 플레이를 통해 열심히 노력한다는 모습을 보여선 안된다. 1루 전력질주 슬라이딩이나 몸을 던져 슬라이딩을 하는 호수비의 투혼은 물론 멋진 것이지만, 부상은 결국 선수 생명을 좀 먹는 것이다. 어느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미련한 행동이다. 코칭 스태프의 의혹과 국내 팬들의 지나친 기대에 일일이 반응하지 말도록 하자. 차라리 부상을 당하려거든 국내 리그에 복귀하여 한국 프로야구의 정규시즌을 빛내주길 바란다.

4. 국내 팬들이 코리언 빅리거들에게 해줄 선물

그 리고 국내 팬들도 너무 성급한 결과를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 국내 리그의 걸출한 스타플레이어가 빅리그에 진출하여 국내와 같은 뛰어난 성적을 보여주면 물론 고마운 것이지만, 국내 팬들이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한국 선수들은 그곳에선 신인에 불과하며, 적응하고 학습해야 할 것이 많은 불완전한 존재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선수들의 활약을 기대하되 단기적인 관점에서 지켜보지 말고,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선수들이 실력면에서나 인간적인 면에서나 얼마나 성장하고 있는지 인내심을 갖고 지켜보는 일이다. 그리고 그날그날의 언론보도에 따른 활약상에 일희일비 하지 말고, 선수들이 자신의 계획에 따라 차근차근 메이저리그의 정상급 선수로 발돋음 할 수 있도록 팬으로서 정신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진 정한 팬은 선수가 잘 할 때 영광의 자리도 함께 하지만, 부상과 슬럼프로 고통의 터널을 통과할 때도 옆 자리를 지켜 주는 센스가 있는 사람들이다. 아기에게는 채찍이 아니라 따뜻한 위로가 필요하듯이 빅리그에 갓 걸음마를 뗀 코리언 빅리거들에게 필요한 것은 채찍을 가장한 악플이 아니라 따뜻한 관삼과 애정일 것이다.
 
류현진, 추신수, 강정호, 이대호, 김현수, 오승환..... 모든 코리안 빅리거들 모두 화이팅 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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