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후예, 송송커플, 구원커플, 이서커플, 조전커플의 색다른 러브라인

태양의 후예에서 보여주고 있는 베테랑 드라마 작가 김은숙의 사랑을 향한 탐구는 참으로 신선하다. 기존 드라마에 등장하는 남녀 사랑의 공식과 그 사랑을 풀어가는 방정식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불가능한 조건 속에서 피어나는 저 마다의 아름다운 러브스토리들이 보는 이들에게 감동의 메아리를 선사해주고 있다.


현재 태양의 후예에서 애정전선에 투입되어 밀당작전을 수행하고 있는 커플은 모두 네 커플이다. 그런데 이들이 펼치는 대사들과 에피소드들은 여느 작품들과 다르며, 특히 남녀 관계의 설정은 기존의 남녀 사랑의 역할론과는 다른 역전된 관계를 선사한다. 마치 사랑의 실험실이라고나 할까. ‘권력적 서열현상의 파괴와’ ‘권위의 역전 현상을 주된 포스트모더니즘 시대의 현상이라고 본다면 이 드라마는 또 하나의 포스트모더니즘적 애정의 환타지 작품이라고 불러도 좋을 것이다.

 

 


태양의 후예에 등장하는 커플들은 처음 맺어진 그대로 끝까지 간다. 삼각관계와 같은 사랑의 소유 경쟁 구도보다는 각각 다양한 방식의 사랑을 하는 커플들의 모습들을 통해, 빛의 스펙트럼처럼 펼쳐지는 사랑의 다양성과 입체성을 보여준다. 사랑은 누군가를 획득하기 위한 경쟁이기보다는 그 사람과 함께 만들어 가는 미래여야 한다는 김은숙 작가의 철학이 담겨 있다고 본다.

  

 

응급실 커플이자 재난 커플, 시진-강모연의 송송커플


평범한 연인들처럼 마음 편하게 영화 한 편을 볼 수 있는 관계를 꿈꾸는 유시진과 강모연의 커플이다. 바빠서 또는 빡세서 연애할 시간이 없는 이들은 응급실에서 만나 사랑을 싹 틔우고, 전쟁 복구 지역에서 사랑을 성장시키고, 지진 현장에서 사랑을 성숙시키고, 납치 현장에서 사랑의 절정을 맞는 그야말로 위태롭고 위험한 커플이다. 평화롭고 한가한 시간에는 서로 만날 수 없고, 전쟁과 지진과 같은 재난 현장에서야 함께 할 수 있는 세상에서 가장 바쁘고 빡센 송송커플. 이들은 전쟁터에도 꽃은 피고, 어두운 밤에도 별빛은 아름답다는 세상의 진리를 몸소 보여주는 커플이다.

 

 

특전사 황조가 커플, 서대영-윤명주의 구원커플

 

한발 다가서면 두발 물러나는 좁혀지지 않는 물리적 거리에도 불구하고 늘 마음은 함께 하는 애절한 그리움의 커플, 서대영과 윤명주 커플이다. 처음부터 윤명주는 유시진과의 교제를 피하기 위해, 서대영은 구여친의 행복한 결혼을 위한 장난스런 계약관계에서 시작된 교제였으나 나중에는 결코 잊지 못할 절절한 사랑의 커플이 되었다. 장난에서 발전한 진지한 사랑,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관계에서 발전한 영혼의 사랑. 여상남하의 계급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지구 반바퀴를 돌아 비행기를 타고 남성을 쫓는 적극적인 여자의 사랑을 보여준다, 쫓아가는 남자, 기다리는 여자, 적극적인 남자와 수동적인 여자라는 기존의 연애공식을 타파하는 새로운 남녀 관계를 보여준다.



해성병원 수술실에서 만난 동창생 커플, 송상현-하자애의 이서커플

 

언론에 조명을 받지 못했지만, 나름 달달하고 아련한 사랑을 보여주는 송상현(이승준), 하자애(서정연) 커플. 아직까지 한국사회에서 금기의 영역인 의사와 간호사의 사랑을 보여준다. 환자들을 돌보느라 사랑할 기회를 놓쳐버린 중년 모태 솔로들의 우정도 아닌 사랑도 아닌 애절한 사랑을 담았다. 송상현은 자기가 죽거든 노트북 직박구리 폴더에 있는 비밀의(?) 영상을 지워달라고 하자애에게 비밀번호를 가르쳐 주거나 아침마다 알통구보를 하는 모오루 부대원들을 엿보는 하자애에게 잘 보이기 위해 역시 상반신을 탈의하고 부대원과 함께 구보를 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데. 아직까지 의사는 간호사 앞에 권위적 존재로 남아야 한다는 현 사회의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파격적인 행보이다. 사랑 앞에서 아름답게 망가지는 의사 송상현과 차마 사랑한단 말을 고백하지 못하는 수간호사 하자애의 절절한 사랑이 그려진다.

   

 

국경없는 외인부대 커플, 다니엘 스펜서-리예화의 조전커플

 

한국인의 피가 흐르고 있지만 태어난 곳에 따라 다른 인생을 살아온 절반의 한국인인 다니엘 스펜서(재스퍼 조)와 리예화(전수진) 커플, 아메리칸 드림을 쫓아 캐나다 이민세대로 미국 명문대 출신의 다니엘 스펜서와 해방 전 만주에서 살다가 스탈린의 이주 정책으로 중앙아시아로 이주한 고려인 2세대인 리예화, 우리와 같은 한국인의 피가 흐르고 있지만 이들은 생각하는 것이나 추구하는 것이 한반도에 살고 있는 한국인과 많이 다르다. 합리적 경험주의가 발달한 북미의 사고방식에 익숙한 다니엘 스펜서와 북방 대륙의 야성을 체화한 리예화의 사랑하는 방식은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다니엘 스펜서의 미국식 버터발음과 리예화의 연변 사투리. 사랑을 러시아식 공격화법으로 표현하는 리예화와 그것을 미국식 유머로 받아치는 다니엘 스펜서의 센스 있는 대화, 서로 다르면서도 한국인일수밖에 없는 이들의 모습들도 눈여겨보면 재미있다.

 

 

김은숙 작가가 태양의 후예에서 그리고 있듯이, 사랑은 꼭 재벌2세와 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그리고 괜찮은 사람을 놓고 3각 또는 4각 관계를 형성할 필요도 없다. 사랑은 누군가를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그와의 아름다운 공존 방식을 모색하는 것이다. 그리고 사랑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하여 사회의 여러 장벽들을 뛰어넘고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는 과정이다. 조국과 애인, 환자의 생명과 애인의 우선순위를 놓고 늘 시간적 한계 때문에 고민하는 송송커플, 신분적 차이와 부모의 반대, 기다려야 하는 수동적 여성이라는 고정관념에 도전하는 구원커플, 의사와 간호사의 사랑이라는 금단의 영역을 넘는 중년 모태 솔로들의 사랑을 보여주는 이서커플, 미국식 문화와 러시아식 문화의 대륙적 문화충돌 속에서도 알콩달콩 사랑을 꽃피우는 조전커플의 러브스토리들은 이 시대 한국인들의 다양한 사랑의 방식과 또 다른 케미를 선사한다.



사진: KBS 태양의 후예 공식 홍보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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