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패러디 분석, 투기 공직자의 엉덩이에 일침을 놓다

지난 3월 2일 민변과 참여연대가 제기한 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부동산 투기 사건은 전 국민들에게 큰 공분을 일으킨 메가톤급 사건이었다. 이날의 영향으로 각종 커뮤니티와 SNS상에는 LH직원들의 일탈 행위를 성토하는 글이 시간마다 수십 개씩 올라오고 있다. 조회수가 높은 글에는 수천 개의 댓글이 달리는 등 그 파장이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

이 일로 공적 기관으로서 신뢰와 공정 가치를 상실한 LH는 현재 여론의 집중포화를 받고 있다.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한 정치권에서도 강도 높은 언사로,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투기 범죄에 대한 강력한 응징 의지를 적극 표출했다. 평소 너무 점잖다는 비판을 듣던 대통령도 “뿌리까지 발본색원하라!”는 원색적인 발언을 했고, 험한 말 안 쓰기로 정평이 난 총리도 “일벌백계해 패가망신하도록 만들겠다!”는 말을 스스럼없이 사용했다.

 


하지만, 정치권의 험한 말 잔치에도 불구하고 성난 민심은 가라앉지 않았다. 국민들은 이 사안을 떠올릴 때마다 심한 허탈감과 분노 게이지 상승을 느꼈다. 

“3기 신도시 당장 취소해서 그 인간들 빚으로 망하게 하자!”
“땅 그렇게 좋아하는 놈들, 그 땅 속에 영원히 잠들게 하라!”
“투기한 직원들, 법적 최고형 구형해서 LH 출입문에 납골당 만들어 박제하자!”
“LH 직원들이 사들인 그 땅에 쓰레기 소각장과 화장장을 이전하자!  

하나 같이 강도 높은 수사와 강력한 처벌을 촉구하는 발언들이다. 국민들이 한 사건에 이토록 분노를 표출한 사건도 없었던 것 같다. 이렇듯 국민들의 상한 감정은 전 LH 사장이었던 변창흠 장관의 경질과 국정조사 청와대 청원과 같은 직접적인 정치 참여의 형태로 나타나는 한편, 정치적 풍자와 해학을 담은 패러디물의 창작과 전파 활동으로 전개되었다.


LH 패러디 이모저모

 

LH 패러디물은 기존의 패러디물과 달리 매우 다양한 장르를 반영하고 있다. 어린이 동화책과 장난감으로부터, TV 예능과 영화, 광고와 같은 대중매체, 그리고 예술작품과, 유행어와 신 문화풍속도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인 사회 모든 분야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오늘은 각 영역별로 대표적인 패러디물 한 가지 작품들을 뽑아 그 작품에 반영된 국민 정서와 비판의 논리를 살펴보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

단, 패러디 장르의 특성상 비판 대상에 대한 조롱과 비아냥거림이 담겨있을 수 있다. 하지만 사회적 공정 가치를 이루기 위한 국민들의 해학과 비판적 창작 정신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넉넉하게 이해해주시길 부탁드린다.

개인적으로 LH 직원들에 대한 감정은 전혀 없다. 투기 행위에 연루된 직원들은 극히 일부일 것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패러디의 대상은 부동산 투기꾼이지 LH 직원이 아니다. 공적 정보를 이용해 투기에 참여한 공직자가 LH에만 있는 것이 아닐 것이다. 다만 이번 사건이 워낙 강력했기에 LH는 한동안 예술적 창작물 속에서 투기세력의 대표성과 상징성을 갖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글이 누구보다 공공의 이익 실현을 위해 최선을 다해 주시고 계시리라 생각되는 대다수 LH 직원들에게 무례가 되지 않았으면 한다. 

 

 

동화패러디, 다 내(LH)꺼야 시리즈 

LH 패러디물에 왠 어린이 동화집이 등장할까? 이것은 일종의 낙제생에 대한 구제책이다. 우리가 수학을 못하는 학생을 만나면 어떻게 하나? ‘정석 기초부터 다시 공부해’라고 말한다. 한문을 제대로 못하는 학생에겐 어떻게 할까? ‘천자문부터 다시 공부해’하고 말한다.

그렇다면 이번에 문제가 된 일부 LH 직원처럼 도덕적 양심과 윤리의식이 부족한 직원들에게는 뭐라고 해야 할까? ‘유치원 교육부터 다시 받고 와’라고 말하게 된다. 인성 개발 동화책을 읽고 오라는 숙제를 내주고 있는 것이다. 최소한 내 것과 네 것을 구분할 수 있도록 말이다.


동화 패러디 다 LH거야 시리즈


아동심리학자들의 말에 의하면, 영유아는 생후 24개월이 지나면서 소유욕을 갖게 된다. 이 무렵 아이들은 자신의 물건을 소중히 여기고 그만큼 애착도 강해진다. 그러나 자기 중심적인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에 타인에 대한 인식이 없다. 

혼자 놀던 아이들이 2~3명의 친구들과 함께 놀 수 있는 나이는 만 3~4세 무렵부터라고 한다. 이 때부터 아이들은 내 것과 네 것을 구분하는 사회화 과정을 밟게 된다.

우리가 유치원과 학교에서 접하는 아이 중에 사람을 난처하게 만드는 아이가 있다. 모든 것을 다 자기 것이라고 땡깡을 부리는 아이다. 흔히 욕심쟁이라고 손가락질 받기도 하지만, 실은 제대로 성장할 수 있는 사회화 기회를 놓친 미성숙한 아이들이다. 

 


이번 3기 신도시 부동산 투기에 참여한 LH 직원 역시 마찬가지다. 내 것과 남의 것을 제대로 구분 못하고, 공직자로서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은 점에선 욕심쟁이 아이들과 똑같다. 이들도 제대로 성장하지 못한 미성숙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에세이 『어른으로 산다는 것』을 쓴 정신분석가 김혜남 박사는 말한다. 어른이 되는 과정은 내가 모든 걸 가질 수 없다는 것, 세상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을 인정해 가는 과정이다. 세상은 나와 남이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복잡한 곳으로 내가 그 안에서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해야 하는지 올바로 배워 나가는 것을 사회화 과정이라고 한다.

그러나 한국사회는 물질적 풍요와 생활의 여유 속에서 제대로 된 사회화와 성인화 과정을 밟지 못한 미성숙한 어른들이 넘치는 사회가 되었다. 

지금 세상에는 부모의 과보호 속에 자라나 타인과 나누는 기쁨을 경험 하지 못하고, 또 남의 결핍과 아픔에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지 못한 어른들이 너무 많다.

이들 미성숙한 성인들의 공감력 부족은 극도의 이기적인 모습으로 나타난다. 자기가 원하는 것을 얻는 데만 집착하고, 타인에 대한 관심과 배려는 뒷전이며, 타인의 고통과 아픔을 전혀 느낄 수 없다. 이렇게 고장난 감정상태가 최근 사회 문제가 되고 있는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 성향이다.  

누리꾼들은 최근 3기 신도시 지역에서 투기를 한 LH 직원 역시 사회화와 성인화에 실패한 어른들로 본다. 따라서 그들에게 4~7세용 인성 개발 도서 읽기를 권장한다. 그 책들은 최소한 내 것과 네 것을 구분하는 것을 친절하게 가르쳐 준다. 네티즌들은 LH 직원들이 이 그림책을 열심히 읽어 타인을 배려하고 타인의 욕구와 아픔에 공감할 수 있는 성숙한 성인으로 성장하길 기원하고 있다.  

 

 

어학광고 패러디, LH 야너두

야나두는 원래 영어공포증에 걸린 영어왕초보자들과 영어에 대한 자신감을 잃어버린 영어만학도들에게 누구나 영어를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는 독특한 영어학습법을 말한다.

야나두는 24번 사업에 실패하고 25번째 만에 성공한 김민철 대표가 설립한 온라인 영어교육벤처기업의 명칭이기도 하다. 물론 야나두 영어학습법은 영어교육기업 야나두에서 만든 것이다.

어학광고 패러디 야너두?


야나두 학습법의 특징은 ‘너도 나도 다 잘 할 수 있는 영어학습법’이라는 것, 따라서 야나두 광고에는 광고 모델도 조정석이나 마동석처럼 일반인이 볼 때 전혀 영어를 잘 구사할 수 없어 보이는 사람들이 주로 등장한다. 그런데 그러한 인물들이 야나두 영어학습법으로 공부한 후 자연스럽게 영어를 구사하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한 마디씩 던진다. “나도 했듯이 너도 할 수 있어”

누리꾼들은 이러한 야나두의 영어광고 패러디를 이용하여 LH 회사 내에 널리 퍼져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내부 정보 공유 문화에 대해 비판한다. 영어왕초보도 야나두학습법을 통해 영어능숙자가 되듯이 부동산투자에 왕초보도 LH에서는 타짜가 될 수 있다. 왜냐하면 아침 조회 시간마다 투자 정보를 공유하여 누구나 투자왕이 될 수 있기 때문

조정석이 등장하는 야나두 광고 패러디는 LH직원들의 아침 조회 시간을 빗대어 표현한 것이다. 생략된 부분은 ‘야 나두 3기 신도시에 투자했어. 그런데’ 야 너두?

보통 영어회화 모임에선 상대와 활발하게 말을 주고받으며 영어실력을 쌓아나간다. 이처럼 LH 직원들은 직원 모임에서 활발하게 내부 정보를 교환하는 것을 통해 부동산 투자 실력을 향상시켜 나간다는 것이다. 

한편 누리꾼들은 야나두의 체계적인 영어회화코스처럼 LH에도 잘 짜여진 학습 과정이 있을 것이라 예상한다. 부동산 왕초보에서 타짜까지 가는 체계적인 LH 부동산 투자 교육 과정 말이다. 그 근거로 부동산 고수이자 LH 직원으로 유명한 LH 일타강사와 신도시 타짜 강사장의 존재를 들 수 있다. 이런 사람이 나타난 것을 보면 LH 내부에 고급 정보를 공유하는 학습조직이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준다. 

누리꾼들은 이러한 LH 직원들의 투자 정보 공유 실태를 고발함을 통해 LH의 허술한 회사기밀 정보 관리와 사익을 추구하는 LH 직원들의 성향을 날카롭게 비판하고 있다. 

 

 

장난감 패러디, LH 모두의 마블

당신은 부르마블 게임에 대해 알고 있는가? 바로 1982년 씨앗사에서 출시한 국민 보드게임, 부르마블 말이다. 당시에 부르마블은 강남지역 어린이들 사이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부르마블 게임이 우리나라 교육 1번지인 강남 8학군에서도 큰 인기를 끌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 때문일까? 아마도 이 게임이 가지고 있는 부동산 투자 조기 교육적 가치 때문일 것이다.  이 게임을 하다보면, 어려서부터 부자가 되고 싶은 동기가 형성되고, 사업가가 되는 대리 체험도 가능하며, 돈의 가치를 깨닫게 되는 등 강남 어머님들이 보기에도 매우 유익한 경제 교육적 가치가 많이 포함되어 있다. 

장난감 패러디 LH 모두의 마블  (이미지 출처 : 온라인 커뮤니티)


그런데 최근 부르마블과 같은 보드게임은 3D 보드게임으로 발전했고, 게임방식도 복잡해졌다. 

요번에 누리꾼들이 LH 직원 투기 행위의 패러디 대상으로 사용한 ‘모두의 마블 메가 디럭스’ 버전은 부르마블 게임 중 최강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게임의 규칙과 장치가 매우 흥미로워졌다. 

그렇다면, 누리꾼들은 ‘모두의 마블 LH 버전’을 통해 무엇을 말하려고 했을까? 내 집 마련에 대한 LH 직원과 일반인들의 기회의 불평등 문제를 다루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즉 일반인들에게 내 집 장만은 생사를 건 사투와 같다면, LH 직원들에겐 마치 부르마블 게임처럼 손쉽고 즐거운 과정이라는 것이다.

일반인들에게 내집 장만은 엄청 힘든 일이다. 평생 월급을 쓰지 않고 다 모아도 집 한 칸 장만할 수 없다. 이들은 계약 갱신 때마다 더 싼 전세집을 찾아 수도권을 골목마다 헤맨다. 더 가난한 이들은 월세를 마련하지 못해 옥탑과 지하, 고시원을 전전한다. 이들을 지칭하여 전월세 난민들이라 한다. 일반인들에게 내 집 마련은 그야말로 그림의 떡이며, 상상 속의 행복회로 돌리기에 불과하다. 따라서 일반인들이 3기 신도시 아파트에 당첨되는 것은 그 자체가 생사를 건 혈투와 같다.

그에 비해 LH직원들에게 3기 신도시 땅투자는 그야 말로 쉽다. 마치 어린 시절 친구들과 함께 하는 부르마블 보드게임처럼 즐거운 과정이다. 회사에서 얻을 수 있는 신도시 투자정보 덕분이다. 경기 광명, 시흥, 남양주 왕숙, 인천 계양, 하남 교산, 고양 창릉, 부천 대장, 과천, 안산 장상 등 3기 신도시 계발 예정지들은 어디든 마음만 먹으면 투자할 수 있다.

내집 마련도 쉽다. 신도시 계발예정지에 1000㎡ 이상 땅을 사놓으면, 대토보상을 통해 아파트 입주권을 쉽게 얻을 수 있다. 

모두의 마블 LH 버전, 일반인들에게는 게임으로 보이지만 LH 직원들에겐 현실이다. 

 

 

명화패러디, LH 묘목 알박기

패러디의 원본인 ‘이삭 줍는 여인들’은 프랑스가 낳은 위대한 화가 쟝 프랑수아 밀레의 대표작이다. ‘이삭줍기’ 혹은 ‘이삭 줍는 사람들’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현재 파리 오르세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 

노르망디의 가난한 시골 농가에서 태어난 밀레는 초기에는 초상화를 그렸지만, 바르비종으로 터전을 옮긴 후 땅과 소통하는 가난한 농부들의 모습을 관찰하며 퐁텐플로의 자연 풍경을 배경으로 힘겹게 땅을 일구는 이들의 삶을 화폭에 담았다.

밀레의 '이삭줍는 여인들' 파리 오르세 미술관 소장


그림에서 이삭 줍는 여인들은 세 명으로 한 명은 보리 이삭을 줍기 위해 팔을 뻗치고, 또 한 명은 이삭을 주워담고, 세 번째 여인은 다 줍고 다른 장소로 이동하기 위해 몸을 일으킨다. 밀레는 이렇게 여인들의 움직임을 연속적으로 배치하여 여인들이 살아 움직이는 듯한 느낌을 주는 한편 쉼 없이 바삐 움직여야 하는 하층민들의 고된 노동의 삶을 표현했다.

밀레의 그림은 ‘신과 성인이 등장하지 않는 종교화’라고 불린다. 그만큼 밀레가 표현한 농부의 삶에는 독실한 기독교적 색채가 담겨 있다. 그림 ‘이삭 줍는 여인들’은 구약성경의 「룻기」를 소재로 삼았다고 한다. BC 1100년경의 이야기를 19세기 중반으로 옮겨온 것이다.

그림에 등장하는 이삭을 줍는 사람들의 신분은 당시 사회의 최빈곤층에 해당한다. 룻기의 배경이 된 고대 이스라엘에서나 19세기 중반 프랑스 농촌에서나 마찬가지였다. 아무나 이삭을 주울 수 없었고 관청에서 허가 받은 노인과 과부, 고아들이 그 최소한도의 혜택을 누릴 수 있었다. 이삭줍기는 사회복지 제도가 정비되지 않은 고대 이스라엘과 당시 프랑스 농촌에서 사회 최하층민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최소한의 사회적 안정장치였다. 

 


이삭을 줍는 사람들은 땅 주인이 다 추수하고 바닥에 찔끔찔끔 흘린 이삭들을 아침부터 해가 저물 때까지 쉬지 않고 주워담아야 하루 먹을 양식을 해결할 수 있었다. 낭만적이고 목가적으로 보이는 이삭줍기는 사실상 그날그날 생명을 건 삶의 투쟁이었던 것이다.

평화롭게 보이는 이 그림은 사실 추수 기간에 보이는 심각한 빈부격차를 보여준다. 세 여인들이 줍는 낱알은 가까이에 있으나 눈에 보이지도 않지만, 멀리 보이는 대지주의 건초더미는 먼 거리에도 불구하고 집채만큼 풍성해 보인다. 

밀레의 그림 ‘이삭줍는 여인들’에는 이삭과 같이 작은 삶의 희망의 끈을 잡고 하루하루 살아가는 가난한 최하층민들의 고된 삶이 사실주의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누리꾼들은 19세기 중반의 풍텐플로의 이삭줍는 여인들을 21세기 경기도 시흥시 3기 신도시 땅 투기 현장으로 타임리프 시킨다.

명작패러디 3기신도시예정지 묘목심기 (이미지출처: YTN)


19세기 프랑스 농촌에서 땅에 떨어진 보리 이삭을 주웠던 세 명의 여인들은 21세기 시흥 농지에서 열심히 묘목을 심는 일을 하게 되었다. 생존을 위해 이삭을 주웠던 그 사회 최빈민층 여성들이 어느덧 땅투기 하는 LH 직원이 고용한 일당 노동자가 된다. 

그렇다면 21세기 한국 신도지 개발예정지에서 묘목심기는 어떤 의미를 가진 행위일까? 일명 투기한 땅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시행하는 묘목심기는 일명 ‘묘목알박기’라는 명칭으로 불리며 기획부동산과 전문 투기꾼들이 흔히 쓰는 수법이다.

농부가 아닌 도시 외지인은 농지를 구입할 수 없기 때문에 벼농사나 밭작물을 재배해야 하지만, 도시에 살고 있는 투기꾼들이 농지에 상주할 수 없기 때문에 한번 심어놓으면 신경 쓸 필요가 없는 나무 묘목을 심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빈 땅보다 나무를 심어 놓으면 보상비용이 높아진다. 나무의 수종과 심은 숫자에 따라 보상 비용이 다르기 때문에 이번 시흥 땅에서는 성장 속도가 빠른 왕버들나무와 보상 단가가 높은 에메랄드 그린(측백나무)을 심었다. 그것도 일반적으로 묘목을 심는 3~4m 간격이 아닌 3~40cm로 촘촘히 심었다. 심는 시기도 3~4월이 아닌 한 겨울철인 1월에 심었다. 나무야 살든 죽든 신도시 지정 발표 직전에 시기를 맞추기 위해서였다.

 


그렇다면 누리꾼들이 밀레의 그림 ‘이삭줍기’의 패러디 버전인 ‘묘목심기’를 통해 이 사회에 던지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그것은 원래 땅의 주인이 되어야 할 빈민층들에게 돌아가지 않는 이 시대 토지의 비극에 대해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밀레의 ‘이삭줍기’에 등장하는 세 여인은 당시 사회의 최대 빈민계층이었다. 오늘날로 치면 이번 정부의 3기 신도시 개발의 혜택을 볼 수 있는 대상으로 볼 수 있다. 3기 신도시 개발은 도심의 비싼 주택을 구입할 수 없는 가난한 서민과 젊은층을 위해 정부가 국민의 세금을 투여한 공적 사업이다.

그런데 도시개발의 혜택은 늘 가난한 서민에게 돌아가지 않는다. 오래 전부터 그 땅을 경작하고 있었던 농부들도 혜택을 보지 못하는 것은 매한가지다. 늘 개발이 있기 직전 어디선가 개발정보를 알고 땅을 미리 선점하러 온 LH 직원 포함 투기세력들이 늘 개발 이익을 가져간다. 

그래서 가난한 서민을 위한다는 명목의 토지개발 사업이 생기면 생길수록 가진 자들의 땅은 넓어지고 땅값은 폭증하여 가난한 서민들이 머물 곳은 더욱 좁아진다.   

누리꾼들은 밀레의 그림을 패러디함을 통해 근면 성실하게 땀 흘린 대로 수확을 얻는 프랑스 농부들의 삶과 오늘날 부동산 개발로 땅을 투기 목적으로 활용하는 LH 직원들의 삶을 대비시키고, 진짜 토지개발의 혜택을 봐야 할 서민들이 역시나 또 다시 소외 되는 3기 신도시 사업의 현장을 비판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영화 패러디, LH부자들 오리지널

영화 「내부자들」은 대한민국 권력 인사이더들의 부정과 위선, 권력을 차지하기 위한 음모와 배신을 담고 있는 영화이다. 

유력한 대통령 후보와 그에 대립하는 재벌 회장, 그리고 그림자처럼 뒤에서 돕는 조폭, 이들 간의 뒷거래를 이용하며 대한민국 여론 지형을 움직이는 보수신문의 논설주간과 신분 상승을 꿈꾸는 경찰 출신 검사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영화패러디 LH부자들(이미지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영화 「내부자들」의 주인공들은 하나 같이 권력기관 본연의 목적과 거리가 먼 인물들이다. 대통령 후보는 국민들을 위한 정치적 이상은 없고, 오직 집권만을 목적으로 한다. 비자금 조성과 같은 불법적 행위를 아무렇지도 않게 행한다. 논설주간 이강희는 진실을 추구하는 기자 정신은 찾아볼 수 없고 오직 개인의 권력을 강화시키기 위해 늘 사실을 왜곡한다. 검사 우장훈은 정의와 공정엔 관심이 없고 오직 출세와 신분상승에만 관심이 있을 뿐이다.

이번 3기 신도시 LH 직원 투기 사건을 통해 우리가 확인한 것도 공기업 직원들의 일탈 행위였다. 국민들의 주거 안정과 복지를 최우선해야 할 LH 직원들이 회사의 내부 정보를 이용해 공정해야 할 부동산 시장의 질서를 교란하고, 국가가 자신에게 부여한 공적 역할을 오히려 개인의 치부를 위한 수익 모델로 활용하였다. 

또한 영화 「내부자들」에서 검사 우장훈은 권력 카르텔의 비리를 밝혀내기 위해 자신도 그 범죄 조직의 일부가 되어 그들의 이너서클로 들어간다. 내부자로 잠입 하는데 성공한 우장훈은 그들과 함께 비리와 범죄를 공유하며 범죄 사실들을 꼼꼼히 녹화하고, 나중에 이것을 세상에 드러내어 범죄자들을 처벌하는데 성공한다.

 


범죄를 밝혀내기 위해 범죄조직의 일원이 되어 내부자가 된 우장훈의 모습은 LH 직원들과 어떠한 관계가 있을까?

이것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부자가 되기 쉬운 방법이 LH 내부자가 되는 것이라는 점을 말해준다. ‘LH부자들’은 ‘내부자들’이라는 글자로도 읽히고, ‘LH+부자들’이라고도 읽힌다. 내부자들은 그들만의 내부 정보를 활용하는 사람들이다.

부자가 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해서 의사와 변호사가 될 필요가 없다. 힘들게 사업체를 창업하거나 리스크가 큰 주식 투자를 할 필요도 없다.

LH에 들어가서 내부자가 되면 한 건만 해도 평생 먹고 남을 돈을 벌 수 있다. 이건 LH에 들어간지 6개월 밖에 안 된 어떤 신입 사원이 회사 내부망에 올린 문자로도 알 수 있는 사안이다.

영화 「내부자들」의 패러디물인 「LH부자들」은 대한민국에서 최단시간에 부자가 되는 부의 추월차선을 제공하는 영화이다. 공기업 LH에만 들어가라. LH의 내부자만 될 수 있으면 그 회사의 내부정보를 이용해 신도시 개발에 발 맞추어 땅을 사재기하면, 조물주도 부러워 한다는 건물주로 등극하는 것은 일도 아니다.   

누리꾼들은 이 패러디물을 통해 공부하고 연구하며 투자하는 공명정대한 노력보다 내부자들의 비밀 정보와 작전 세력의 음모에 의해 부가 결정되는 우리사회의 불공정 구조를 날카롭게 비판하고 있다.

 

 

예능 패러디, LH 혼자 산다

패러디의 원본인 MBC 예능 「나 혼자 산다」는 대한민국 1인 가구 450만명 시대를 맞아 연예계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1인 가구 세대주의 삶을 보여주는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다. 2013년 3월 첫 정규 편성된 후 8년 동안 시청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MBC 예능의 대표주자인 「무한도전」과 「일밤」의 몰락 이후 MBC의 대표 예능으로 떠올랐으며 갤럽조사에 의하면 한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LH 진주 본사와 나혼산 패러디물


예능 「나 혼자 산다」는 특별한 재미를 주는 콘셉은 없으나 출연자들의 일상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진솔함으로 인기를 끌었다. 

시청자들은 「나 혼자 산다」를 통해 인기 연예인들의 잠꼬대와 화장 지운 눈썹 없는 얼굴, 구겨진 파자마 바람의 패션을 볼 수 있으며 무대 뒤편의 평범한 일상을 공유하며 1인 가구의 가장으로서 느끼는 삶의 외로움과 진솔한 삶의 문제들을 함께 나눌 수 있었다.

누리꾼들이 「나 혼자 산다」를 「LH 혼자 산다」로 패러디 한 이유는 이름 때문이라 생각한다. ‘나’라는 것의 글자 모양이 ‘LH’와 닮아 있다.

그리고 「나 혼자 산다」의 리얼 버라이어티 장르와도 연관이 있다. 왜냐하면 예능 ‘나혼산’이 연예인들과 스포츠 스타들의 무대 앞 장면이 아닌 무대 뒤의 일상적인 삶을 보여주었다면, 이번 제3기 신도시 광명 시흥 투기 사건은 LH 직원들의 공기업 사원으로서의 업무적 삶이 아닌 자연인으로서 일상적 삶의 모습을 진솔하게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LH 직원들의 모습은 마치 연예인들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 연예인들이 드라마나 영화에 나올 때는 마치 화장실도 가지 않을 것 같은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으로 나오지만, ‘나혼산’에 나올 때는 츄리닝 차림에 세수도 하지 않는 약점 투성이 인간의 모습을 보여준다.

LH 직원들 역시 평상시 업무를 수행할 때 그들의 모습은 국민의 안정적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 공적 업무를 수행하는 공무원 이미지를 주었지만, 직업인의 옷을 벗고 일상으로 돌아간 그들의 모습은 규정에 따라 움직이는 공무원이 아닌 영농계획서를 위조하고, 토지 쪼개기와 묘목 알박기를 하는 여느 투기꾼들의 모습들과 차별성을 보여주지 못했다. 

다만 예능 ‘나혼산’은 연예인과 스타들의 일상을 공유하여 대중과의 친밀감이 증진된 반면 패러디 「LH 혼자 산다」는 공기업 직원들의 일탈 행위를 보여주어 국민들과의 거리감이 더욱 증폭되었다. 「LH 혼자 산다」에서 보여준 일부 LH 직원의 일상적 삶은 전혀 국민들이 기대한 공기업 직원들의 삶과는 큰 간격이 있는 전형적인 투기꾼의 모습이었다. 

 

 

각종 유행어 패러디

내돈내산, LH돈LH산  

‘내돈내산’이란 ‘내 돈 주고 내가 직접 산 물건이나 재화’을 뜻하는 용어로 유튜브와 SNS상의 인플루언서의 뒷광고와 협찬광고 글에 대항하여 내가 직접 구입한 물건을 사용한 후에 정직하게 작성된 소감이나 리뷰를 의미한다.

한동안 인플루엔서들은 협찬과 후원을 받은 물건을 마치 자신이 직접 구입한 것처럼 대중들을 기만했다. 하지만 후원과 협찬을 받은 물건에 대해 안 좋은 소리를 할 수 없는 것은 인지상정. 대중들은 그것도 모르고 인플루엔서들의 말을 믿고 물건을 구입하여 큰 손해를 보곤 했다.

LH 유행어 말잔치


그런데 LH돈LH산 패러디를 만든 누리꾼이 말하는 ‘내돈내산’은 위의 의미가 아니다. LH 직원들이 주장하는 광명 시흥 신도시 땅에 대한 자신의 소유권을 의미한다. LH 직원들은 3기 신도시에 투기로 얻은 땅을 ‘내 돈 주고 내가 산 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더 정확한 의미로 말하면 ‘내 부동산 투자 공부를 통해 마련한 노력의 결정체’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누리꾼들은 LH 직원들의 그 말을 신뢰하지 않는다. 누리꾼들은 광명 시흥 땅을 ‘LH 돈으로 LH 직원만이 살 수 있는 땅’(LH돈LH산)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LH 직원들은 LH 직원이라는 신분을 이용해 농협에서 투자금의 60%나 되는 많은 빚을 끌어올 수 있었고, LH의 보상금을 통해 자신이 투자한 돈보다 몇 배나 되는 돈을 얻게 된다. 

또한 부동산 거래에서는 돈만큼 중요한 것이 정보이다. LH 직원들은 투자정보가 자신에게서 비롯되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번 투자에서 이들이 회사 내부 정보를 이용했다는 정황적 증거는 차고도 넘친다. 이번 투자는 LH의 돈과 직원 신분이 아니었으면 도저히 불가능한 투자방식이었기에 LH돈LH산으로 볼 수 밖에 없다.

 

 

내로남불, LH로남불

내로남불은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의미’로 상황이나 입장에 따라 자신에게 유리한 쪽 주장을 취하고 상대방에겐 거리낌 없는 비난과 비판을 가하는 현상을 뜻한다. 이미 우리 사회에 면연되어 있는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이중적 잣대를 취하는 행위를 말한다. 정치적 진영논리에 따라 자신은 항상 옳고 상대는 무조건 잘못되었다는 주장을 펼치는 정치가들의 논리를 보면 내로남불의 뜻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LH로남불은 ‘LH가 하면 노후준비, 남이 하면 불법’이라는 뜻으로 사실상 내로남불과 거의 같은 의미이다. 사실 이번에 3기 신도시 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 LH직원들은 자신들의 투기 행위가 노후 준비 명목의 합법적인 장기 투자 형태였다고 변명을 하고 있다.

하지만, LH직원들의 주장은 철저히 ‘LH로남불’로 보인다. 그 이유는 60%나 되는 빚을 끌어 들인 투자였다는 점, 그리고 쪼개기와 묘목심기 등의 보상극대화를 위한 전문 투기꾼의 수법이 사용됐다는 점, 우연으로 보기에는 좁은 지역에 많은 인원이 조직적으로 가담하고 있다는 점, 고급 정보에 근접할 수 있는 고위직 담당자들이 벌인 사건이라는 점에서 내부 투자정보를 이용한 부정한 투기 사건으로 추정되고 있다. 

 

 

 

신직업등급표 패러디, LH 신분제

LH 투기 의혹 사건은 우리 사회의 유망직업과 직업 선호도에도 일대 큰 변화를 가져왔다. 지난 3월 초 직장인 대상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2021년 신 직업등급표가 올라왔다. 특이한 점은 LH 직원이 기존 최고의 직업이라고 일컬어지던 직업들을 따돌리고 판사와 함께 1등급에 등극한 사실이다.

(좌) 영화 패신저스 패러디, (우) 21년 신직업등급표 (이미지 출처: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


흥미로운 것은 자신이 LH직원이 되지 못해도, LH 직원을 부모 형제나, 친척과 친구로 둔 것만으로도 최고 직업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는 것이다.

2021년 신 직업등급표
1등급 : 판사, LH직원
2등급 : 유명 로펌 변호사, 형제가 LH직원
3등급 : 변호사, 의사, 부모가 LH직원
4등급 : 금융기관, 친척이 LH직원
5등급 : 공기업, 대기업, 베프가 LH직원

내용을 살펴보면, 특이한 점이 많다. LH를 제외한 공기업은 5등급에 해당한다는 것. 그리고 금융기관이 대기업보다 높고, 변호사보다 유명 로펌 변호사가 높은 등급에 오른 것을 볼 때 돈이 등급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을 할 수 있다. 그리고 공무원보다 공기업을 선호한다. 공무원은 아예 순위에 들지도 못했다. 

그러나 가장 특이한 점은 LH직원과의 관련성에 따라 등급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5등급의 다른 공기업 직원과 대기업 직원들은 LH직원을 친한 친구로 둔 사람과 동등한 수준이다. 4등급 금융기관 직원들은 LH직원을 친척으로 둔 사람들과 같은 수준이다. 3등급, 변호사와 의사는 사회에서 최고로 선망받는 직업이지만 부모가 LH 직원인 사람들과 같은 레벨이다. 2등급의 유명 로펌 변호사가 되어도 LH직원이 형제인 사람과 비슷하게 취급을 받을 수 있다. 그야말로 LH를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신분제가 형성된 것이다.

 


필자는 처음에 이 글을 발견하고, 누군가가 재미로 작성한 등급표라고 생각했다. 아무리 LH직원이 부럽다고 해서 최고의 전문직인 변호사와 의사를 능가하리라곤 생각할 수 없었다.

그런데 지난 3월11일 머니투데이에서 인용한 블라인드 통계 조사 자료를 보고 이러한 현상이 일부 직장인의 주관적인 평가가 아니라 많은 직장인들이 공감하고 있는 사실이라는 점을 알게 됐다.

직업선호도 조사, LH vs 현대차, LH vs 의사 (출처: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


LH와 다른 회사, 직업군을 놓고 익명으로 조사한 블라인드 커뮤니티의 투표에서, LH와 현대차 중 어디를 가겠느냐는 질문에 90%가 LH 입사를 선택했고, LH와 의사 중 어떤 직업을 선택하겠느냐는 질문에도 무려 90.7%가 LH를 선택했다.  

다시 태어난다고 가정했을 때 LH직원과 강남구 3층 상가 건물주 중 무엇이 되고 싶으냐는 투표에서도 절반인 54%가 LH 직원을 택했다고 한다. 그야말로 LH 대세론이다. 통계의 표본이 너무 적고, 익명의 참여자라는 특성상 신뢰도에 한계를 가진 조사 결과이지만 이번 사건 이후 LH에 대한 직장인들의 평가를 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이토록 LH에 가려고 하는 걸까? 그 이유야 아마 모든 분들도 이미 다 알고 있을 것이다. LH 직원들만이 근접할 수 있는 신도시 부동산 개발 정보의 높은 가치 때문이다. 자신의 가족과 친척, 친구 중에 LH 직원이 단 한 명만 있어도 힘들게 의학전문대와 법학전문대에 들어가지 않아도 된다. 단 몇 건의 부동산 투자로도 평생 먹고도 남을 돈을 손쉽게 벌 수 있다는 누리꾼들의 비아냥거림이 담겨있다.  

이것은 민주주의의 위기이다. 민주주의 사회는 과거의 특권과 계급이 아닌 개인의 노력과 능력에 따라 얼마든지 신분 변동이 가능한 사회가 되어야 한다. 부동산이 젊은이들의 야망과 삶에 대한 도전정신을 가로막고, 집의 소유 유무에 따라 계급이 달라지는 사회는 결코 민주주의 사회라고 할 수 없다.

현재 대한민국 젊은이들은 부동산 문제를 그 어떤 노력으로도 극복하기 어려운 삶의 절대적 문제로 보고 있다.  

신직업등급표 패러디는 LH 투기 문제가 단순히 경제적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시사한다. 이 신 풍속도는 LH 직원의 투기 문제가 2030 젊은층들이 가장 관심이 높은 직업 선택의 문제와 결혼 배우자 선정에 있어서도 큰 영향을 주고 있으며 부동산에 의해 재편된 우리 사회의 새로운 신분질서와 계층구조를 공론화시켰다는 데 의의가 있다.

되도록 빠른 시일 내에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꿈과 용기를 상실한 이 땅의 젊은이들이 영원히 날개를 접어버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국가의 성장동력도 멈출 수 있다는 얘기다. 부동산 투기로 망한 일본과 같은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라도 정부는 이 기회에 부동산 투기를 발본색원하여 집 걱정 없는 나라로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회사 명칭 패러디, LH한국농지투기공사

지난 3월 8일에는 ‘LH 한국토지주택공사’의 명칭이 ‘LH 한국농지투기공사’로 이름이 바뀌는 뚱딴지 같은 해프닝이 일어났다. 사건은 이날 LH 직원들의 신도시 투기 의혹 사건을 접한 농민들(전국농민회총연맹 부산경남연맹과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경남 연합 소속)이 LH 본사가 있는 진주로 몰려가 LH 회사 표지판에 ‘LH한국농지투기공사’라고 쓴 펼침막을 씌웠기 때문이다. 


전후 사정을 들어보면 농민들의 과격한 행동에도 공감되는 면이 있다. 이들이 이처럼 분노한 이유는 이번 3기 신도시에 LH 직원이 투기한 땅 중에서 무려 98.6%가 농지라는 사실에 있다. 우리 헌법에는 경자유전의 원칙에 따라 농민에 한해 농지의 소유가 허용이 된다.(헌법 121조)

하지만 현행 농지법엔 빈틈이 너무 많다고 한다. 농민이 아니어도 농지를 소유할 수 있는 방법들이 많다. 개인들은 가짜 영농계획서를 이용하고, 기업과 투기꾼들은 농업법인을 설립해 대규모 농지투기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부정과 부패가 만연되어 있다 보니, 비농민의 농지소유비율이 어느덧 50%에 육박하고 있다. 실제 위장농민들의 소유 농지를 포함하면 비농민 소유 땅이 무려 70%가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사실 이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이다. 농사를 짓지 않는 외지인들이 농토를 소유하게 되면 그만큼 실제 농사를 지을 땅이 부족해져 농토의 가격이 상승하고, 이것은 농민의 생존권을 위협할 수 있다. 또한 농산물 수확량이 감소되어 농축산물의 가격도 상승될 수 있고, 식량자원의 자주화에도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그리고 외지인들이 땅을 살 때는 투기적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땅값을 올리는 작용을 하게 된다. 전국적인 땅값 상승의 원인이 된다.

농민들은 이처럼 농지가 투기의 대상이 된 것, 그리고 도시인들의 소유가 된 것이 전적으로 LH 책임이라고 한다. LH는 지금까지 농업인들에게 불리한 제도를 운영하고, 농지투기를 예방하려는 차원의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LH는 오히려 직원들이 위장 농업인으로 신고하고, 농지를 땅투기의 대상으로 삼은 것조차 자체 감독하지 못했다. 그런 의미로 볼 때 국민 주거 생활의 향상과 국토의 효율적인 이용을 도모하기 위해 만들어진 LH공사가 실제로는 농지의 공공성을 훼손하고 투기를 부추기는 역할을 해왔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다.  

이쯤 되면 농민들이 LH의 회사명을 ‘LH한국농지투기공사’라고 패러디할 정도로 분노한 것도 충분히 납득이 된다. 그동안 신도시 개발 명목으로 전용한 땅은 거의 대부분이 농지였다. 따라서 경작한 땅을 잃어버린 농민에게 개발 이익의 많은 부분이 보상 차원에서 돌아가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개발 이익은 갭 투자를 한 도시 투기 세력에게 돌아가곤 했다.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다. 

 

요약과 결론

이상으로 오늘은 LH 패러디물을 분석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오늘 패러디 작품들의 의미를 요약해 본다. 

먼저 동화패러디 ‘LH 다 내꺼야 시리즈’는 내 것과 남의 것을 구분하지 못하는 세 살 아동처럼,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하는 LH직원들의 미성숙한 소유욕을 비판한다. 누리꾼들은 LH 직원들이 다 내꺼야 인성 개발 동화집을 읽고 타인의 욕구와 아픔에 반응하는 성숙한 공직자가 되길 희망한다.

어학광고 패러디 ‘LH 야너두’는 너도 영어 잘할 수 있다는 컨셉으로 영어회화시장을 석권한 야나두 영어학습법을 패러디한 것이다. LH 야너두에 따르면 아침 조회 시간마다 LH 직원들은 투자정보를 교환하며 부동산 투자 실력을 향상시킨다. “나 어제 신도시에 투자했어. 야 너두?”

장난감 패러디, ‘LH 모두의 마블’은 서민들은 전월세 난민이 되어 내 집 마련에 목숨을 걸고 3기 신도시 분양을 바라보고 있는데, LH 직원들은 마치 블루마블 게임을 하듯이 내부 정보에 기반한 즐거운 투자를 하고 있는 현실을 비판적으로 성찰한 패러디물이다.

명화패러디, ‘LH 묘목 알박기’는 프랑스 화가 밀레의 ‘이삭줍는 여인들’ 그림에 제3기 신도시 묘목 심기 장면을 합성한 사진으로 땀 흘려 수확을 얻는 농부의 삶과 땅을 투기의 대상으로 활용한 LH직원들의 삶을 대조하고, 신도시 개발마다 삶이 척박해지는 최빈곤층들의 문제를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영화 패러디, ‘LH부자들 오리지널’은 대한민국에서 최단시간에 부자가 되는 부의 추월차선을 가르쳐준다. 바로 LH내부자가 되는 것. 내부자가 되어 내부 정보를 가지고 투자를 하면 LH부자들의 대열에 합류할 수 있다.

예능 패러디 ‘LH 혼자 산다’는 MBC 예능 「나혼산」이 연예인들의 사생활을 보여주듯, 공무원과 공기업 직원들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프로그램이었다. 일부 LH 직원의 일상의 모습은 공직자의 모습보다는 투기꾼의 모습으로 비쳐져 국민들의 기대와는 큰 차이가 있었다.
 
유행어 패러디로서 ‘LH돈LH산’은 내돈내산을 패러디한 것으로 ‘LH 돈으로 LH 직원만이 살 수 있는 땅’을 의미한다. 내돈내산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LH돈LH산’은 LH 직원만이 살 수 있기에 공정한 기회 문제를 비판하고 있는 용어라고 볼 수 있다.

유행어 ‘LH로남불’은 ‘내로남불’의 패러디 용어로 ‘LH 직원이 하면 노후준비, 남이 하면 불법’으로서 법망을 합법적으로 우회하는 LH 직원에 대한 시민들의 불편한 시선이 담긴 용어이다.

신직업등급표 패러디는 최근 결혼상대자 1위, 최고 선호직업 1등급에 오른 최고 직장 LH를 패러디한 것이다. 특이한 것은 자신이 좋은 직장에 다니지 않아도 가족과 지인이 LH직원이라는 이유만으로 최고 직업인들과 같은 등급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 LH 투기 문제는 경제적 문제뿐만 아니라 교육과 결혼, 직업선택 등 또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핵 이슈가 되고 있다.

회사 명칭 패러디, ‘LH한국농지투기공사’ 패러디는 LH 직원 투기 소식을 듣고 분노한 농민들이 LH 본사로 몰려가 회사 표지판 명칭을 이처럼 바꾼 사건이다. 농지가 농사짓는 땅이 아닌 도시개발용 투기 대상으로 활용되는 것에 대한 농민들의 공분과 비판의식이 재미있게 표현된 패러디물이다.

 


이상의 패러디물을 보며 느꼈겠지만 패러디물은 그저 단순히 웃고 넘길 간단한 표현의 장르가 아니다. 날카로운 현실 분석력과 비판력, 풍자와 해학적 능력이 담겨 있다. 원본에 대한 재해석과 시대적 이슈에 대한 감각, 또 마땅히 있어야할 이상적 세계와 모순되는 현실에 대한 자각능력이 있어야 패러디 창작이 가능하다. 특히 대중과 함께 만들어 가는 공동 창작물이기 때문에 대중문화의 질을 높이고, 사회의 변화에도 큰 기여를 할 수 있다.

LH 투기 패러디물들을 감상하고 그냥 웃고 넘기면 안 된다. 문제를 인식했다면 그것을 공론화하고 제도화 하며, 삶을 실제로 변화시키는 재료로 활용해야 한다. 


이미지 출처: YTN, 온라인 커뮤니티,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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