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리는 왜 반말을 하는가?

제주도의 아름다운 풍광 아래 대한민국 최고의 셀러브리티에서 평범한 소길댁으로 돌아간 효리가 민박집을 열었다. 이번 주로 5회를 마친 Jtbc<효리네 민박>은 시청률 7.211%를 찍었다. 매회를 거듭할 때마다 자체 최고 시청률을 갱신하고 있는 <효리네 민박>집은 성공적인 항해를 이어가고 있다.

 

결혼 후 베일에 싸여 있던 셀러브리티 부부의 최초의 일상 공개, 2만명이 넘는 일반인 신청자 중 간택된 특별한 스토리를 가진 게스트, 먹방이나 미션 과제 없는 순수한 관찰예능 리얼 버라이어티 컨셉에 힐링 트렌드를 반영한 웰빙 프로그램으로 시작부터 화제를 모은 <효리네 민박>26일 한국갤럽이 발표하는 방송 선호도 2.2%를 기록, 한국인이 좋아하는 TV 프로그램 10위권 안에 최초 진입했다.


 

그러나 이런 좋은 대내외적 이미지에도 불구, 최근 출연 게스트에 대한 효리의 반말 화법이 논란의 중심에 서고 있다. 일반인 게스트들에 대해 사전 예고 없이 반말을 하는 효리의 태도가 문제가 된 것이다. 이 글에서는 효리의 반말 화법에 대한 입장을 여러 차원에서 생각해 보고자 한다.

  

시청자들은 효리의 반말 스타일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가?

 

일단 JTBC 시청자 게시판은 제작진과 본인만 볼 수 있도록 만들어 놓았기에 시청자들의 정확한 반응을 알 수 없었다. 필자는 구글링을 통해 효리 반말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을 찾아보다가 82cook.com 자유게시판에 제목: 2효리는 왜 반말해요?’ 라는 글을 발견했다. 지난 720일 작성된 글인데 조회수가 16,025회에 65개의 댓글이 달린 글이었다. 이 정도이면 꼭 정확하지는 않아도 대략적인 시청자들의 반응을 알 수 있을 것으로 보고 댓글 내용의 일부를 정리해 보았다.


 

이 게시판은 실명제로 운영되지 않는 곳 같다. 정확한 아이디라도 제공해 주면 좋을 것 같으나 그것도 불가능하니 저작자의 허락을 받을 수 없어 직접 실을 수 없었다. 중심 주제를 간략하게 정리했다. 익명의 시청자들의 송곳 같은 댓글에 대해 한번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다. 인신 공격성 발언들이 많아서 그런 부분은 제외했다.


 (참조 된 글 위치 http://www.82cook.com/entiz/read.php?bn=15&num=2387852)

 

1그룹, 효리의 반말에 제대로 뿔이 난 시청자 그룹

 

쿨한 것과 털털하다는 것이 윗사람을 몰라보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마치 옛날 시장 아줌마들의 어투와 같았다. 언니 이리와 봐 싸게 줄께 같은

상대방을 자신보다 하찮게 느끼기 때문에 반말을 하게 되는 것이다. 자기보다 높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면 반말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나이 많고 적음에 상관없이 처음 보는 사람에게 자연스럽게 반말하는 것에 놀랐다. 처음 보자마자 반말하는 건 좋지 않아 보였다.’

엄마뻘 되는 분한테 반말하는 것은 친근감의 표시가 아니다. 만난 지 하루도 안 된 분께 혼자 친근감을 내세우는 것도 무례한 것이다. 기본의 결여다. 아주머니의 딸이 보면 황당했을 것이다.’

친엄마라 해도 알만한 나이에 이른 여자의 반말은 무례하게 보인다. 그동안 힘들게 키워주신 것을 생각하면 감사한 마음에 저절로 존댓말이 나온다.’

 


2그룹, 효리는 좋아하지만 반말은 거슬린다는 시청자 그룹

 

친근감의 표현이다. 나쁜 뜻을 품고 그런 것 같지 않다. 그러나 이효리도 시청자들 반응 보고 고칠 것이다.’

이효리 왕팬이다. 친근감의 표현이란 건 알지만 고쳤으면 좋겠다. 얼마나 알고 지낸 사이라고 바로 반말 응대인가? 너무 나갔다.’

이효리 팬인데 그 부분은 아쉬웠다. 며느리가 신청해서 민박 오신 분한테 반말하다 훨씬 젊은 장필순한테는 깍듯이 존대하던데 그 분 가족들이 보고 불쾌했을 것이다.’

 

3그룹, 효리의 반말을 좋게 받아들여 주는 긍정적 수용 시청자 그룹

 

친근감이 느껴져 본인도 모르게 그렇게 됐을 것이다. 상대가 너무 친근하고 호감 갈 때 아차 하고 실수를 할 수 있다.’

어르신들 중에 의외로 말 놓고 대답해주는 사람에게 빨리 마음 여는 분들도 많다.’

나이의 많고 적음이 상하관계라 생각하지 않는다. 반말이라도 인간적 친근감과 존중감이 느껴지며 상대방이 불쾌감을 느끼지 않는다면 전혀 문제가 안 된다.’

방송은 편집이다. 앞의 상황이 어떤지 모르면서 함부로 말할 수 없다. 편집된 부분에서 그분이 친정엄마라 여기고 편하게 하라고 했을 수도 있는 것이다.’

무례한 반말도 있지만 씩씩함의 표현으로 반말도 있다. 존댓말 때문에 서로 어려워하는 관계도 있다.’

 

위의 내용을 보면 효리 반말에 대한 긍정적 의견과 부정적 견해가 수치상 비슷해 보이지만, 비슷한 유사 사례와 인칭 공격성 말들을 제외시켜서 그렇지 일단 시청자들은 효리의 반말에 대해 대체적으로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특히 엄마뻘 되는 어르신에 대한 반말에 대해서는 거의 대부분이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었고, 나이 어린 게스트들에 대한 반말 역시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서 말을 놓는 것을 보고 불쾌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82cook이란 사이트의 주된 연령대가 어떻게 되는지 잘 알 수 없지만, 게시판 조회수와 성향들을 볼 때 다양한 연령대가 즐겨 찾는 사이트로 보였다. 따라서 특정 세대와 연령대에 편중된 의견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그리고 사이트 컨셉 자체가 <효리네 민박> 주된 시청자층의 주요 관심 분야와 겹치는 부분이 많아 이 사이트의 시청자 반응이 통계적 유의미성을 가질 수 있다고 본다. 따라서 제작진에서는 이러한 부분을 충분히 감안하고 프로그램을 편집해 나가야 할 것으로 사려 된다. 시청자들의 의견이 대강 어떻다는 것을 알았으니 그 외 다른 요소들도 알아보자.

 

서열보다 소통을 중시하는 아메리칸 스타일로 이해하자?

 

어떤 이는 효리의 반말이 아메리칸 스타일이니 이해하자는 말을 한다. 정말 그런 걸까? 사실 외국에 살다 우리나라에 온 사람들은 우리 문화의 한계로 좁은 교우관계를 꼽는다. 우리나라에선 친구 관계가 매우 좁을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일단 나이가 같아야 친구 관계가 성립되니 말이다. 미국이나 프랑스 같은 곳에서는 30살의 차이가 나도 친구가 될 수 있지만, 한국에서는 한 살만 차이가 나도 선후배 관계로 변해버린다. 그리고 한 살이라도 차이가 나면 할 말 못할 말을 가려야 하고, 선배 대우를 해주어야 하고, 꼭 존댓말을 써야 해서 참 복잡해진다고 말한다. 격이 없이 누구와도 친구가 될 수 있는 아메리칸 스타일이 부럽다는 말을 하곤 한다. 그렇다면 혹시 <효리네 민박>에서 효리가 취한 반말 화법이 아메리칸 스타일의 발로는 아니었을까?


 

아쉽게도 아니다. 효리 화법은 화자의 입장에서는 아메리칸 스타일이지만, 청자의 입장에서는 한국식 스타일이다. 효리식 화법은 차별적 반말이다. 쉽게 말해 효리는 다른 사람들에게 다 말을 놓지만, 효리보다 나이가 적은 사람들은 효리에게 꼬박 존댓말을 써야 하기 때문에 상호평등한 아메리칸 스타일로 볼 수 없다.

 

오히려 회사언어와 비슷하다. 오너나 사장님이 전 직원들에게 반말을 하고, 직원들이 상사에게 꼬박 존댓말을 써야 하는 화법 구성이다.

 

사실 보통 민박집은 호스트들이 게스트에게 존댓말을 쓰는 것이 일상적이라고 할 때 효리네 민박집에서 이루어지는 언어 소통 화법은 사회의 관습적인 화법으로 볼 수 없겠다.

  

효리의 집 내부 문제이니 효리 마음대로 하게 해주자?

 

혹자는 <효리네 민박> 프로그램 자체가 효리네 집 안에서 이루어지는 일인 만큼 반말을 쓰던 존댓말을 쓰던 호스트 효리의 의지에 따라야 한다고 말한다. 효리 집 안에서 벌어진 일은 집 주인 효리 소관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두 가지 면에서 그 이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 첫째 <효리네 민박>은 방송 프로그램이다. 사적 공간 내에서 이뤄진 반말이라 해도 시청자들이 보는 전파 환경 속에서 이뤄진 일인 만큼 시청자들의 입장과 방송용어로서의 적합성 및 기타 여러 사항을 고려해보야 한다. 둘째로 자신의 집이라 해도 게스트들의 인격은 존중받아야 한다. 특히 게스트가 일반인이라면 더욱더 방송 프로그램으로 인한 인격적 피해가 발생되지 않도록 더 철저히 보호받아야 한다.

 

 

효리 반말 화법은 선한 동기를 가진 선의의 발로였나?

 

우리는 같은 반말이라고 하더라도 악의가 없는 반말에 대해서는 너그러운 마음을 가질 수 있다. 한국어에 익숙하지 못한 외국인이 반말로 어르신들에게 말을 할 때나 처음 말을 배우는 단계의 아기들이 반말을 쓸 때 오히려 귀엽고 친숙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몇 번 만난 사람들이 서로의 간격을 좁히고 싶을 때 서로 말을 놓자고 약속을 하고 상호 반말을 이어가기도 한다. 이럴 때 반말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선한 동기의 반말이라 할 수 있다.

 

반면 반말은 욕설은 아니지만 타인의 인격을 깎아내리고 기세를 꺾을 때 혹은 교묘하게 사람을 괴롭힐 때 사용하는 무기가 되기도 한다. 이런 경우의 반말은 악의적 의도를 수행하는 범죄의 도구가 된다. 또한 사람들을 지시하고 조정하기 위해 효과적인 언어 수단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효리네 민박>에서 효리의 반말에서는 악의적 동기를 찾아볼 수 있을까?

 

시청자들 중에서는 효리의 반말 화법에 악의적 동기가 숨어 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즉 민박집의 주인이자 회장으로서 투숙객들을 효과적으로 통제하고 기선을 제압하기 위해 반말을 사용했다는 것이다. 약하면 밀리고 목소리 큰 자가 이기는 방송의 세계에서 단련된 투쟁심의 발로라고 해야할지 걸크러시의 원조 효리로서 센 언니의 언어 방식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에 그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효리네 민박>을 찾은 게스트들은 효리를 좋아하는 팬들이다. 게스트들이 효리를 압박할 이유도 없을뿐더러 팬들을 이겨 연예인들이 얻을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효리다.

 

효리의 반말 화법에는 상대방에 대한 나쁜 감정은 전혀 없는 것 같다. 짧은 시간 내에 벽을 허물고 친밀감을 갖기 위해 말을 놓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본다면 선한 동기가 작용한 반말로 보아도 무방하다. , 선한 동기가 모든 폐해의 면죄부가 될 수 없다. 좀 더 다양한 시각을 살펴보아야 한다.

 

평상시 효리 스타일이니 이해해주자?

 

효리의 반발 화법이 이번 <효리네 민박>에만 해당되는 것인지 평소의 삶의 스타일인지 구분해야 할 필요가 있다. 평상시의 씩씩하고 털털한 효리의 일관적인 특징인지 특정 프로그램 때문에 연출된 행동인지 구분하는 것은 나름 의미가 있다.

 


하지만 과정이 어떻든 반말로 인해 게스트가 피해를 보고, 그 장면을 본 시청자들이 불쾌한 상황에 처한 결과는 변한 게 없다. 평상시 효리 스타일이 이런 스타일이라면 사람들의 이해를 구하기보다는 이젠 스타일을 바꾸어야 할 때가 된 것이다.

 

방송용어로 적합한 화법인가?

 

효리의 화법이 대중의 언어생활에 긍정적 영향을 더 미치는가? 아니면 부정적 영향을 더 많이 주는가? 특히 국어의 순화에 긍정적 작용을 하는가? 방송을 볼 때 청소년과 어린이들도 있는데, 이들의 언어생활과 사회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가?

 

필자가 볼 때 15세 이상 중학생 정도 학생들이 볼 때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형태이지만, 초등학생들 이하 어린이들이 봤을 때는 좋지 못한 언어습관을 보여줄 수도 있다고 본다. 방송용으로는 적합하지 않은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르신들에 대해 효리가 반말을 사용할 때 자막에서는 존댓말로 나오지 않았을까?

 

최근 어린이들의 가정환경은 적은 가족 세대 구성으로 사회성이 결여되기 쉽다. 방송은 그러한 어린이들이 다양한 사회적 관계를 가질 때 올바른 역할 행동을 배우고 익힐 수 있는 간접 경험을 제공해야 하는데, 처음 만나는 상대와 자신보다 훨씬 연장자들에게 쉽게 반말을 하는 것은 어린이들이 모방하고 따라 해서는 곤란한 언어 습관으로 보인다.

   

효리의 반말 화법은 프로그램 목적과 부합성을 가진다?

 

이 부분은 효리의 반말 화법이 효리 자신의 입장보다 방송 프로그램 자체 한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쓰일 수 밖에 없었다고 보는 시각이다. 필자는 이 부분에 큰 무게감을 두고 있다.

 

<효리네 민박>은 제작 자체가 여러 가지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프로그램으로 추정된다. 우선 이효리로서는 결혼 후 오랜 공백기를 깨고 방송에 복귀하며 자신의 존재감과 위상을 새롭게 설정해야 하는 입장에 있다. 20대 핑클 시대의 청순미와 3010Minutes 섹시 컨셉 이후 <패밀리가 떴다>에서 보여준 털털함과 걸크러쉬만으로는 대중 속에 자신의 자리를 인식시키기 어려웠다. 40대를 바라보는 이 때 적합한 이미지를 대중들에게 보여주어야 할 필요가 있었다. 여자 연예인으로서는 가장 위기를 느낄 수 있는 시기이다.

 

이효리는 환경과 자연을 사랑하는 녹색운동의 선구자로 자신의 위치를 잡은 것 같다. 영국 더바디샵의 창업자 아니타 로딕의 노선을 추종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기업가이지만 사회적 책임을 중시하여 환경과 인권, 윤리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했던 아니타 로딕처럼 이효리 역시 대중음악가이자 연예인이지만 채식주의와 동물애호가로서 또한 미니멀리스트이자 도시소비문명 비판가로 자신의 사회적 역할을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효리는 <효리네 민박>을 통해 그 동안 숨겨져 있던 자신의 삶 자체를 대중들에게 보여주기 원했다. 효리로서는 모든 부분을 보여주는 대방출 리얼 버라이어티를 선택했다. 유기견의 국모로 일컬어지는 자신이 분양하여 가족처럼 돌보고 있는 강아지들과 고양이와 함께 하는 삶, 채식주의를 실천하는 소박한 밥상과 몸소 재배하는 텃밭, 연예인으로서는 양적으로 너무 적은 화장품과 의상들, 가릴 것 없고 감출 것 없는 남편과의 관계를 상징하는 문짝이 없는 화장실, TV를 보기 보다는 남편과 애완견과 노을을 보며 산책하는 평온한 삶의 기쁨을 공개하고자 했다.

 

그렇다면 <효리네 민박>을 제작한 JTBC는 어떤 의도로 프로그램을 만들었을까? 처음 <효리네 민박>의 제작에는 KBS2 <해피투게더> 조연출이었던 윤현준 CP와 당시 진행자였던 이효리의 친분 관계가 작용했다고 한다. 이효리가 3년간의 공백 이후 다른 방송사들의 러브콜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을 선택한 것은 친분 관계 외에도 작품의 기획 의도에 서로 공감을 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당시에는 철저히 게스트 중심의 컨셉으로 프로그램을 기획 했다. 이효리와 이상순이 출연하지만 주인공은 민박집에 머무르는 사람들이 될 것이며, 서로 전혀 다른 사람들이 만나 이런 저런 얘기를 할 수 있는 이야기꽃을 피우는 프로그램, 편하게 볼 수 있는 프로그램 제작을 목표로 했다고 한다. 기획 의도와 별도로 시청률 보증수표라고 할 수 있는 이효리의 등장은 JTBC로서는 지상파 방송과의 시청률 경쟁에서도 선전할 수 있는 좋은 기회임에 틀림이 없었다.


그렇다면 <효리네 민박>에 참여를 신청한 게스트들은 어떤 목적으로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었을까? 21,700여명의 신청자들은 저마다 개별적인 목적이 있었겠지만, 궁극적으로는 스타와의 격 없는 만남과 방송 출현이라는 새로운 경험을 위해 자원했을 가능성이 높다. TV에서만 볼 수 있는 스타들과 함께 일상을 공유하는 즐거움과 그들의 서비스를 받는 영광을 누린다는 것은 매우 기억에 남는 이색 추억이 되기에 충분하다. 세상에 어느 누가 이효리가 삶아준 국수와 아이유가 내려준 원두커피를 마시는 경험을 해보았을까? 이런 부분은 일반인 게스트에게 매우 흥미로운 부분이다.

 

그러나 방송 프로그램의 한계상 효리의 직접적 간섭이 필요

 

방송의 숨겨진 의도는 그동안 베일에 싸인 스타 부부의 일상을 대중에게 선보이는 부분이 강했지만 방송이 원래 목표로 하고 있는 부분은 이효리, 이상순 부부는 어디까지나 조연일 뿐 민박집에 투숙하게 되는 일반인들이 주인공이고 그들의 다양한 이야기들이 프로그램의 주요 테마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실제 프로그램을 5회차까지 보면 호스트와 게스트의 입장이 역전이 되어 이효리-이상순-아이유 스타들의 일상이 주가 되고 각각의 게스트들의 이야기들은 단편적으로 양념처럼 등장하고 있다.

 

등장한 게스트들의 면면을 보면 매우 특이하고 저마다 스토리를 가지고 있어 잘만 보여주면 시청자들이 볼 때도 재미있고 유익한 장면이 많이 나올 수 있을 텐데, 아직까지도 게스트들의 이야기들은 제대로 다뤄지지 못하고 있다.


 

김해에서 온 중학 동창생 5인의 김해 시스터즈는 사회생활과 결혼으로 바빠지면 못 만날 것 같아서 함께 하는 마지막 기념 여행으로 제주도에 온 것이었다. 발가락 양말이나 과즙 메이크업, 개방형 화장실 사건, 아이유와 친구 먹기 등으로 나름 재미있는 장면이 많았지만 그들만의 이야기가 좀 부족한 면이 있었다.

 

과학탐험대는 이 프로그램의 감초와 같은 손님이다. 제주를 잘 아는 여행가들이나 제주 원주민들도 놓치고 있는 제주도의 숨겨진 보물과 같은 진귀한 구석구석을 잘 보여주는 인물들이다. 지질학적으로 가치가 있는 화산쇄설층이나 협곡 탐험은 민박집 안에서 벌어지는 시트콤 같은 이야기로 전락될 수 있는 <효리네 민박>을 교육적으로도 가치 있는 프로그램으로 만들어 주었다. 일등공신이다. 그러나 작품 분량상으로는 다소 적었다.

 

며느리의 신청으로 처음 제주도를 찾은 노부부팀, 그러나 곳곳에서 쓸쓸함과 소외감을 느끼는 모습을 보여주셨다. 더구나 어머님에게 효리가 반말을 계속 해서 그것이 많은 네티즌들을 분노케 하는 기폭제가 되기도 했다.

 


김포공항 근처에 산다는 삼남매팀은 이 프로그램이 애초에 의도한 일반인 게스트가 중심이 되는 이야기 컨셉에 근접한 활동을 보여주었다. 각각 첫째가 30, 둘째가 20, 셋째가 10대인 나이 차이가 있는 남매였지만 어린 시절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가족들이 하나가 되어 서로를 아껴주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삼남매의 둘째가 가족들을 위해 만든 노래를 작곡과 편곡, 가사 개작하는데 이상순과 아이유가 함께 뛰어들어 노래를 만들어 주는 내용은 참 보기 좋았다.

 

그런데 총평을 해보자면, 지금 프로그램에 있어 문제는 게스트들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과정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일단 게스트들이 민박집에 머무는 시간이 너무 짧고 함께 공유하는 공간이 부족하다. 게스트들은 아침 먹고 각자 제주도 각지로 여행을 떠나고 저녁에 돌아와서는 고작 먹고 자는데 급급하다.

 

게스트를 내보낸 뒤 이효리-이상순-아이유가 가사노동과 반려견과 함께 낮잠을 자거나 조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래서는 애초에 작품이 목적하는 여행 온 게스트들의 다양한 이야기들이 나눠지는 민박집이라는 콘셉이 제대로 실현될 수가 없다.

 

다양한 여행자의 다양한 사연이 서로 자연스럽게 나눠지는 평온한 이야기가 되려면 일단 게스트들 간에 좀 더 격이 없는 자연스런 유대감이 형성 되어야 한다. 지금과 같은 추세가 계속 간다면 저녁에 바베큐 파티와 맥주를 마시며 이야기 장소를 마련해도 그냥 먹고 마시는 것으로 장면이 끝날 수밖에 없다.

 


일단 제작진과 효리-상순 부부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가 가지만 게스트들의 촬영 분량을 늘려 주어야 하고, 게스트들이 여행을 와서 무언가 하나씩이라도 이뤄가는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좋겠다.

 

제작진은 프로그램의 신선도 유지와 사건의 자연스런 전개를 위해 게스트에 대한 사전 정보를 전혀 효리-상순 부부에게 제공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효리-상순 부부는 늘 예측 할 수 없는 상황에 빠질 수 밖에 없다. 게스트를 맞아 어떻게 대화를 풀어가야겠다는 아무런 대비를 강구할 수단 자체가 없다는 것이다. 이것은 효리-상순 부부에게 너무 큰 부담이다.


효리의 반말 화법은 프로그램의 한계점 때문에 필수불가결해 보인다. 태어나서 처음 만나는 게스트들과의 사이를 좁히기 위해서는 좀 더 파격적인 접근방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인기연예인 앞에서 평범한 사람은 긴장하기 마련이다. 더구나 카메라 앞에서는 눈치를 보느라 자신의 속 이야기를 표출할 수 없다. 예의를 차리고 상황만 관조하다 보면 어색하고 서먹서먹한 장면만 남게 된다. 효리는 이런 어색함과 서먹서먹한 장면, 카메라를 의식한 가식적인 장면을 깨기 위해 반말 화법을 사용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필자는 효리의 반말 화법을 게스트들이 민박집에서 마치 가족처럼 좀 더 편하게 자신을 드러낼 수 있고, 연예인과 공식적 관계가 아닌 사적으로 언니 오빠 동생 하는 관계를 형성하여 프로그램이 원하는 촬영 분량을 뽑아낼 수 있도록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하는 과정에서 반말 화법을 사용하게 되었다고 본다.

 

 

긴 글을 마치며 드는 생각

 

미물이라고 할 수 있는 유기견 조차 따뜻하게 보살피고 늘 입맞춤을 해주는 효리가 자신의 민박집에 어렵게 찾아온 손님들을 차별하거나 무시하는 행동을 했으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런 큰 오해를 받게 되어 필자도 아쉬움이 크다.

 

그러나 아무리 프로그램의 제작 환경의 한계점과 선한 동기를 가지고 반말 화법을 쓰게 됐다고 해도 효리의 반말은 일부 시청자들에게 심각한 불쾌감과 분노를 일으키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특히 어르신에 대한 접근 방식은 현재와 같은 방식으로 계속 끌고 가서는 곤란하다. 존댓말을 사용하되 애교 넘치고 싹싹한 친근한 접근 방식이 요구된다. 이것은 단순히 일부 시청자들의 분노를 가라앉히기 위해서만이 아니다. 청소년과 어린이 시청자들에게 올바른 언어생활을 보여주고 건전한 사회적 역할 모델을 제시하기 위해서도 그런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젊은 게스트들이 아무리 나이가 어리다고 해도 처음부터 반말을 사용하는 것은 방송용으로 적합한 모습은 아니다. 통성명을 하고 상호 동의를 거쳐 말을 놓는 과정을 가져야 하며 이 장면을 되도록 편집하지 말아서 시청자들이 효리의 태도에 대해 오해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사진 출처: jtbc, mbc, break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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