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 쌍꺼풀 수술을 어떻게 볼 것인가?

김연아 쌍꺼풀 수술 의혹은 주기적으로 일어나는 사건이다. 구글을 검색해 보면 지금으로부터 9년 전 김연아가 2008년도 그랑프리대회 컵 오브 차이나 대회에 출전한 영상을 본 네티즌들 사이에 쌍꺼풀 수술 의혹이 크게 화제가 되었다. 당시에 얼마나 큰 이슈가 되었는지 SBS뉴스에 이 사실이 보도가 될 정도였다.

 

의혹이 더 커진 것은 스포츠 신문 취재 기자들 사이에서도 김연아의 쌍꺼풀이 화제가 된 것이다. 김연아의 눈은 연습 도중 눈을 치켜뜨거나 눈웃음을 보일 때, 혹은 피곤할 때 수시로 쌍꺼풀이 보이곤 했다. 그런데 평소에 눈을 내리깔아 보거나 눈에 힘을 주지 않으면 쌍꺼풀의 얇은 선 자체가 보이지 않는 눈이라 도저히 쌍꺼풀이 있다고 생각이 들지 않는 눈이었다.

 



<스포츠칸> 기자는 당시 그랑프리 파이널 대회 출전을 위해 경기도 고양에 있던 김연아에게 여자 싱글 선수들의 공식연습 후 가진 인터뷰에서 직접 진위를 확인하기까지 했다. 물론 김연아는 이 자리에서 쌍꺼풀 수술 의혹을 공식적으로 부인했다. <스포츠경향>에서는 당시 18세 나이에 한창 물 오른 청순한 외모의 김연아의 눈이 클로우즈업 된 사진들을 게재하며 유명 성형외과 원장들의 검증 기사를 올렸다. 물론 김연아의 얼굴은 한국적 동양인의 얼굴형이며 100% 자연미인이라는 주장이었다.

 

2010년도에는 중화권 중국 반관영통신 중국신문망에 의해 김연아 성형 의혹이 제기되었다. 과거 사진과 다른 그 당시 김연아의 모습이 논란의 대상이 됐다. 그에 대해 <국민일보>는 성형외과 전문의의 주장을 근거로 김연아의 외모 변화는 성형수술에 의한 것이 아니며, 치아 교정에 따라 돌출되었던 양악이 들어가고, 치아의 부정교합의 치료 효과로 콧대가 높아 보이고 이목구비가 또렷해지는 효과를 본 것이라는 점을 밝혔다.

 

아마 2010년도로 알고 있는데 이 때 김연아 역시 MBC 인기예능프로그램인 황금어장 무릎팍 도사에 출연하여 자신의 쌍꺼풀 수술 의혹을 부정했다. 자신의 눈은 자연산이며 경기 출전을 위해 테이프를 붙일 때 쌍꺼풀이 생기지만, 수술을 한 적은 없다는 사실을 밝혔다. 



2013년도에는 일본 후지TV 논스톱이라는 프로그램에서 김연아를 모델로 기용한 국내 시계 브랜드 화보 사진을 분석하며 김연아의 쌍꺼풀 수술 가능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당시 촬영장에 있던 국내 스태프의 증언은 피로 때문에 생긴 쌍꺼풀이라고 했지만, 일본 후지TV에서는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동원해 김연아의 눈은 쌍꺼풀 풀과 속눈썹을 붙이고, 눈꼬리까지 아이라인을 그린 후 컬러렌즈를 착용한 상태라며 국내 스태프의 주장을 반박했다. 당시 방송에서는 김연아의 쌍꺼풀이 메이크업에 의한 것으로 결론이 났지만, 방송 전반에서 성형 의혹에 대한 뉘앙스를 계속 암시하여 김연아의 성형 의혹설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이 프로그램을 계기로 일본 트위터 사용자들은 대대적으로 김연아의 성형 의혹을 SNS상에 퍼뜨렸다.

 

이와는 반대로 2014년도에는 미 시사 주간지 뉴 리퍼브릭지에서는 김연아는 성형수술을 하지 않은 외꺼풀이지만 여성들에게 영향력 높은 긍정의 아이콘으로서 서양 모델과 다른 유형의 아름다움의 존재를 보여주는 인물이라는 사실을 간접 보도했다.

 

2016, 2017년에도 여전히 김연아의 쌍꺼풀 수술 의혹은 국내외에서 다양하게 제기되고 있다. 물론 국내 네티즌 사이에서는 김연아가 쌍꺼풀 수술을 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더 우세하다. 또한 김연아를 시샘하던 일본이나 중화권 언론도 잠잠해졌다. 그러나 평창 올림픽이 시작되어 김연아의 홍보활동이 강화되면 또 언제든지 김연아의 쌍꺼풀 수술 의혹은 언제든 불거질 수 있다고 본다.

 

 

김연아의 쌍꺼풀 수술은 어디까지나 개인의 선택 문제?

 

누군가는 이런 이의를 제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쌍꺼풀 수술은 어디까지나 개인의 선택 문제가 아닌가? 한국에서 쌍꺼풀 수술은 고등학교 겨울방학의 필수코스가 아닌가? 김연아도 여자인 이상 아름다워지고 싶어 하는 욕구가 있는 한 사람으로서 성형수술을 선택할 자유가 있지 않나? 한 개인의 성형 문제에 이렇게 사회적으로 심각하게 반응할 필요가 없지 않은가 하고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물론 성형에 대한 문제는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문제이며, 선택권은 김연아에게 있다. 그러나 김연아는 사회적 공인이다. 김연아의 발언 한 마디와 신체적 변화, 옷차림 하나하나가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준다. 김연아는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선택할 수 있지만, 사회적 공인으로서 먼저 사회적 영향과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 벌어질 사회적 파급 효과를 고려할 수도 있다.

 

특히 국제적 영향력 면에서 김연아의 영향력 지수는 생존 한국인 여성 중 최고이다. 김연아의 각종 수상 기록과 모델 활동과 기부 활동 자료들을 찾아보면, 1990년생으로 만26세에 달한 여성이란 사실이 도저히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활동반경과 시상기록 및 경력활동을 보여준다. 일일이 열거하면 너무 방만하기에 몇 가지만 추려 보면, 2009년 포브스코리아 선정 대한민국 파워 셀리브리티 401위에 올랐고, 2010년 미국 타임지 선정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중 영웅 부분 2위였다. 그해 미국 올해의 스포츠 우먼상을 수상했고, 2011년에는 스포츠인으로서 SBS 연예대상 특별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2009년에 대한민국광고대상 모델상을 수상했고, 2012년에는 국민훈장 모란장과 2016년에는 체육훈장 청룡장을 수상했으며, 대한민국 스포츠영웅으로 선정되어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었다.

 



이렇게 국내외적으로 엄청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김연아가 여성으로서 중요한 부위인 쌍꺼풀 수술을 하는 것은 스포츠 연예계와 사회에 미치는 파급력을 생각해볼 때 김연아 개인의 선택 문제로 치부할 문제를 초월해 있다.

 

 

대중인기인으로서 대중친화성을 높이기 위한 부득이한 시술?

 

혹자는 대중적 인기인은 성형수술을 할 자유가 없나?” 하고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K-POP 스타나 여성 텔런트 중 성형수술을 받지 않은 사람을 찾아보기가 더 어렵고, 영화배우들은 한 두 번도 아닌 수십 차례나 시술하며 쌍꺼풀 정도가 아니라 전신 성형도 마다하지 않고 있지 않는가?

 

이것은 여자 배우들만 그런 것이 아니다. 요새는 남자들도 성형수술 자체를 숨기지 않는 시대이다. 탤런트 김현중은 자신의 외모를 신이 내려주시고 의사가 좀 만져준 외모라고 고백하며 코 수술을 방송에서 시인했고. 컨셉 자체가 성형아이돌인 광희, MBC <나는 가수다> 출연 중에도 쌍꺼풀 수술을 감행한 김범수는 쌍꺼풀 수술을 한 자신의 외모에 대한 높은 만족도를 방송에서 고백하기도 했다. 슈퍼주니어의 신동 같은 경우엔 쌍꺼풀 수술을 했는데도, 티가 안난다는 네티즌들의 반응에 더 두껍게 할 걸 그랬나하며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는 것에 오히려 서운해 하는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인기연예인만 그런 것이 아니다. 2005년도에는 노무현 대통령이 노환으로 인한 눈꺼풀 처짐 증상으로 쌍꺼풀 수술을 했다가 야당으로부터 국민세금으로 쌍꺼풀 수술을 했다는 공격을 받기도 했다. 남자들도 사람들에게 호감을 주기 위해 쌍꺼풀 수술을 하는 판국에 인지도와 인기에 의해 생존이 결정되는 대중스타로서 김연아 역시 대중적 친화성을 확보하기 위해 성형수술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하는 반론을 제기할 수도 있다.

 

그러나 김연아는 대중적 친화성을 확보하기 위해 별도의 쌍꺼풀 수술을 할 필요가 없는 대중스타이다. 김연아의 인기는 성형수술과는 상관없이 이미 최고 상태에 도달해 있었고, 성형을 하지 않은 얼굴이 더 대중들에게 호감도를 높여주는 기능을 했다. 오히려 김연아가 쌍꺼풀 수술을 하게 된다면 그 이전에 잦은 성형 의혹을 제기한 중화권과 일본의 안티 팬들의 역공을 받을 수 있다. 지금까지도 걸출한 은반의 스타를 배출하지 못해 김연아에 대한 콤플렉스를 가진 중화권 안티 언론들과 아사다 마오와 안도 미키를 통해 피겨 제국을 완성하고자 했으나 김연아에 의해 꿈이 무산된 일본의 질시에 찬 시선은 언제든 김연아의 대중적 이미지를 훼손하기 위해 화살을 겨누고 있는 상태이다. 이런 상태에서 김연아의 쌍꺼풀 수술은 해외토픽감 스캔들 기사를 넘어 김연아의 품격과 기존의 수상 경력에 오점을 남길 수 있다.

 

 

광고 모델로서 광고주의 입장을 먼저 고려한 시술?

 

김연아는 스포츠 스타 출신이지만, 은퇴 이후에는 체육인보다는 대기업 광고모델이자 지자체와 비영리단체의 홍보대사로서 활동이 더 두드러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현대자동차는 물론 프로스펙스와 나이키, 뉴발란스 등 스포츠 기업 모델로 활동했고, KB금융이나 LG생활건강과 한불화장품, 제이에스티나, CJ 푸드빌, 해태, 스무디 킹, 한국 코카콜라 등 수많은 기업의 모델로 활약했다.

 

김연아의 홍보대사 활약도 두드러진다. 2010G20 서울 정상회의 홍보대사였고, 2018년 동계 올림픽 평창 유치위원회 선수위원이었고 현재는 평창동계올림픽 홍보대사이다. 김연아는 국가를 대표하는 형태의 홍보대사 활동이 많다. 유니세프 국제 친선대사이기도 하고, 한국 방문의 해를 맞아 문화관광부의 홍보대사 등을 역임했다. 이것도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단 몇 가지 사항만 추린 것이다. 김연아가 광고하고 홍보하는 기업과 단체는 이들 말고도 매우 다양하며 갯수도 많다.

 

김연아는 광고모델이자 홍보대사이기 때문에 자신의 입장보다는 광고주와 지자체와 비영리단체의 입장을 먼저 고려해야 하는 입장에 있다. 따라서 광고주와 홍보단체에서 이미지 변화를 요구할 경우 성형수술을 할 수 있지 않겠는가? 아이돌들이 개인 필요성보다는 기획사의 의도에 의해 성형을 하는 경우가 많듯이 김연아는 광고주와 홍보단체의 입장을 고려하여 쌍꺼풀 수술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입장에 의해서 김연아의 성형 수술이 수행된다면 이것은 가장 비극적인 경우가 된다. 김연아의 쌍꺼풀 수술이 개인적 필요성과 선택에 의한 수술이라면 사실 이해할 수 있는 사항이다. 그러나 김연아의 성형 수술이 광고주와 홍보단체 관계자들의 압력이나 권고에 의해 이루어진다면 이것은 사회 문화적으로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국가 지도층과 한국 뷰티 산업과 광고산업 종사자들과 패션트렌드 창조자들의 시각이 서구 종속적 시각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방증하기 때문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홍보대사이자 아시아를 대표하는 미인 얼굴에 함부로 서구적 잣대로 칼을 들이대는 것은 문화적 야만이 아닐 수 없다.

 

 

김연아의 쌍꺼풀 수술이 의미하는 것들

 

사실 김연아가 아니면 쌍꺼풀 수술이란 것이 별 문제가 될 수 없다. 오늘날 네티즌들은 과거보다 훨씬 관대해졌다. 웬만한 연예인들이 연애를 시작하거나 성형수술을 하는 것에 반감을 느끼는 사람들은 과거보다 훨씬 줄었다. 그렇기 때문에 최근에는 연예인들도 당당히 성형 사실이나 연애 사실을 대중 앞에 공개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일부 대중 인기인에 대해서는 그 행동에 대한 절제와 책임을 과도하다 싶게 요구하는데 그 인물의 사회적 상징성과 교육적 기능 때문에 그런 조건이 붙는 것이다. 만능MC 유재석에게 대중들은 핸섬한 외모와 식스펙을 요구하지 않는다. 그러나 게스트에 대한 겸손한 자세와 일에 대한 성실성과 정직성을 요구한다. 만일 유재석이 체중조절에 실패해 지금보다 10kg이 더 나간다고 해서 악플이 달리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유재석이 만약 자신의 프로그램에 게스트로 나온 인물에 대해 막말을 한다든가 세금 탈루 사실이 드러난다면 연예인 생명에 큰 지장을 받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 사회에서 유재석은 겸손과 성실의 아이콘이며 정직한 소시민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김연아는 어떤 존재이기에 그녀의 쌍꺼풀 수술 진위가 국내는 물론 외국인들에게도 큰 문제가 되는 것일까? 김연아는 타고난 천재성과 아시아적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스포츠를 예술로 승화시킨 인물이고, 기술과 예술적 완성도를 완벽히 절충한 가장 이상적 존재이다. 김연아는 한국인의 자존심이며 아시아인의 긍지를 보여주는 상징 코드이기도 하다.

 



피겨 스케이팅은 서양에서 시작한 귀족 스포츠라는 특성이 강하다. 대단히 보수적인 스포츠이며 백인우월주의도 강했던 스포츠였다. 1980년대 후반에서 1990년대 중반 은반에서 활약했던 프랑스의 흑인 스케이터 수리야 보날리는 뛰어난 실력을 지니고 있음에도 채점에서는 늘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 인종 차별 때문이었다. 물론 현재는 유럽과 북미에서 피겨 스케이팅은 예전만큼 인기 스포츠가 아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일본과 동양으로 그 중심이 옮겨온 것은 사실이다. 지금은 피겨 스케이팅에 가장 많은 돈을 지원하고 있는 일본 자본 때문에 일본 피겨 선수들은 실력보다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백인우월주의가 강한 스포츠인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유럽과 북미는 물론 전 세계에서 인정하는 피겨의 여왕이 있다. 그 사람이 바로 김연아이다.

 

김연아는 피겨 스케이팅을 하기 전에 발레를 했었다. 따라서 김연아의 체형은 피겨스케이팅을 하는 선수들의 일반 체형과 다른 발레리나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고, 그녀의 퍼포먼스는 스케이터들의 기교보다는 발레와 같은 우아함을 가지고 있다. 사실 발레는 서구의 무용이다. 따라서 김연아의 체형과 퍼포먼스는 순수하게 동양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피겨 스케이팅이 19세기 중반에 유럽에서 시작되었고, 발레가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에서 시작했으니 피겨와 발레를 했던 유럽인들이 얼마나 많았겠는가? 하지만 그 어느 누구도 김연아처럼 우아하고 정교하게 피겨 스케이팅을 예술적으로 완성한 인물은 없었다.

 

김연아는 유럽과 북미인들이 가장 보고 싶어했던 스포츠 천재인데, 얼굴은 완전 동양인이었다. 이것은 유럽인들에게는 동양인을 무시할 수 없는 존재로 보게 하는 이유가 되었고, 동양인들에게는 유럽인들보다 뛰어난 존재라는 하나의 자존심이 되기도 했다.

 

국내에서 사람들은 김연아를 전 세계에 대한민국 국가 브랜드를 알린 애국자로 기억하지만, 김연아는 국내 한국인들보다 백인 주도 사회에 살고 있는 동양인들에게 큰 희망을 주는 인물이었다. 김연아를 통해 자신감과 동양적 정체성을 회복한 재외 동포들도 많았고, 아시아인들도 많았다.

 

국내 네티즌은 물론 일본과 중화권에서 김연아의 쌍꺼풀 수술 의혹을 자꾸 들먹이는 것은 김연아가 차지하고 있는 대내외적 위상 때문이다. 특히 성형 수술 부위 중에서도 쌍꺼풀 의혹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김연아의 외꺼풀 그것이 아시아인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김연아, 서구 미인형에 대항하는 아시아적 미의 대안 모델

 

아름다움은 영원한가? 그렇지 않다. 아름다움이라는 이데아는 영원할지 모르나 아름다움은 늘 상대적이다. 지금 미인형은 옛날에도 미인이었을까? 그 옛날 천하를 호령했던 이집트의 클레오파트라나 당나라의 양귀비는 오늘날 관점에서도 미인으로 통할까?

 

그렇지 않다. 미인이라는 기준도 시대와 공간에 따라 달라지며, 그 기준을 정하는 존재들에 따라 달라지기 마련이다. 서구의 미 의식의 변천을 보여주는 비너스상의 변화를 살펴보라. 초기에 생식과 번영을 상징하는 초기 풍만한 비너스 형태에서 밀로의 비너스는 그리스 철학의 조화와 균형의 황금분할을 보여주었고, 르네상스 시대의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을 보면 최근의 미인들과 별로 차이가 나지 않는 인간적인 인물로 변화되는 것을 보게 된다. 중국만 하더라도 당나라 미인도를 보면 보름달 같이 둥근 살찐 얼굴이 미인이었고, 송나라 때 미인도를 보면 사대부들의 눈에 순종하는 섬섬옥수 버들가지처럼 가녀린 여인이 미인으로 등장한 것을 보게 된다. 조선 후기 미인들은 중국의 송나라 때 미인형과 매우 유사하다. 쌍꺼풀 없이 가늘게 찢어지고 밑을 바라보는 작은 눈과 입을 가진 여인을 미인의 기본조건으로 보았다.

 

오늘날에는 미의 기준이 매우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역대 미스코리아 수상자들의 면면을 살펴보거나, 수퍼엘리트모델이나 보디빌더들을 보면 알 수 있지만 최근에는 미의 기준이 얼짱에서 몸짱으로 옮겨왔다. 얼굴 윤곽보다 보디의 체형과 S라인이 더 중시되는 시대이다. 또한 민주화와 개인화의 영향으로 미적 가치도 다양화 시대를 맞고 있다. 걸 크러쉬의 대명사 배구 스타 김연경이 192센티 장신인데도 불구하고 미인으로 추앙받고 있지만 158센티의 탤런트 박보영도 미녀 스타로 인기가 높다.

 


그런데 아름다움 역시 콘텐츠라는 사실이다. 각종 화보와 잡지 표지 모델들이 미의 기준을 형성한다. 드라마의 여주인공과 유명인이 즐겨 입는 의상과 인기 있는 인물의 얼굴이 미인의 기준이 된다.

 

예쁘면 좋은 것이지 미의 기준, 서양의 미와 동양의 미를 굳이 구분할 필요가 있을까? 피곤하게 미의 정립 기준과 기준을 세우는 조직들을 들먹일 필요가 있을까?

 

있다. 미의 기준 정립을 통해 이익을 보는 세력이 존재하고, 미의 패권을 가진 집단과 그렇지 않은 집단 간에는 지배와 종속 관계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종속된 사람들은 자신의 전통에 대한 긍지를 잃어버리고 문화적으로 열등감을 안고 살아가게 된다. 정치 경제적 식민지가 되는 것보다 문화적 식민지가 되는 것이 더 무서운 이유이다.

 

마이클 잭슨을 보라. 팝의 황제였지만, 백인에 대한 열등감으로 스스로 얼굴을 표백하고 코를 높이는 수술을 반복해서 시행하고 곱쓸머리를 펴는 데 많은 돈을 사용했다. 나중에는 잦은 성형 수술 후유증으로 코의 보형물이 피부를 뚫고 나오는 수모를 겪었다. 그는 흑인이었기에 지닐 수 있었던 음악적 감성과 부드러운 성대로 전 세계인들을 열광시키는 훌륭한 음악을 만들 수 있었으나 흑인으로서 긍지는 갖지 못했다. 미국 주류 문화인 백인 문화에 대한 열등감을 끝까지 극복하지 못하고 결국 비운의 최후를 맡게 됐다.

 

지금의 글로벌 미적 패권은 어디에 있는가? 세계 미인의 기준은 서구적 체형을 미인형으로 한다. 아름다움도 알고 보면 경쟁을 한다. 서양의 미와 동양의 미가 패권 다툼을 하고 있는 것이다. 미의 기준을 놓고 각각 뷰티 산업 종사자들과 패션 디자이너들과 헐리우드와 충무로가 경쟁하고 있다.

 

지금 미인의 기준은 서구가 중심이다. 이탈리아의 밀라노와 프랑스 파리, 미국의 뉴욕에서 생산된 패션과 화보, 화장품, 피트니스, 요가 등 뷰티 산업들의 콘텐츠들이 전세계 글로벌 미인의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이들은 뷰티산업과 영상산업, 스포츠 건강 산업에 미의 기준을 제시하며 막대한 경제적 이익과 문화적 특권을 누리고 있다. 미스유니버스 선발대회 미녀 기준을 보자. 어디 동양인 체형에서 몇 퍼센트나 그 기준을 충족할 수 있을까?

 

그런데 이곳에 기존의 서양인의 시각에서 본 미인이 아닌 다른 형태의 모델이 나타났다. 바로 김연아이다. 김연아는 기존 서구미의 기준과는 별도로 독특한 동양인 마스크의 미인이다.

 

하지만 세밀하게 뜯어보면 김연아는 어디하나 빠질 곳이 없는 미녀이다. 이마에서 코로 이어지는 선 자체는 이효리나 김태희 정도 미인에게서나 발견할 수 있는 곡선미를 보여주고 있고, 타고난 두상과 턱선 자체는 어떤 연예인들도 따라 올 수 없는 부분이고 작지만 오똑한 코와 또렷한 도톰한 입술은 아주 조화롭게 배치되어 있어 얼굴형 자체로 보면 굉장히 매력적이다.

 

그런데 한국 네티즌들의 김연아에 대한 외모 평가는 매우 인색한 듯 하다. 그 이유는 너무 서구적인 미인형에 중심을 두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김연아에 대한 평가에서도 한국 여성들의 평가가 상대적으로 더 낮은 것 같다. 그 이유는 왜일까? 그것은 한국 여성들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성형수술을 받고 있다는 사실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유전적인 동양인 체형으로 타고났으나 서구적 미인형을 추구하는 일부 한국 여성의 시각으로 볼 때 김연아는 이상적 미인형으로 보이지 않았으리라.

 

그러나 이것이 한국 여성들 책임은 아니다. 그동안 한국 여성들이 접했던 패션 잡지나 TV 드라마나 CF 영화 콘텐츠들을 통해 형성된 미인에 대한 주관적 가치관이 서구 중심적 미감을 형성하는 데에 일조를 했기 때문이다.


필자는 여기서 성형 수술을 한 그 얼굴이 아름답지 않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서구적 미인형이 아름답지 않다고 말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수술 받기 전 쌍꺼풀 없는 한국인 여성들의 얼굴도 아름다운 얼굴이었다는 점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김연아의 외모가 일반인에 가깝다고 말하는 사람 중에 그 이유를 김연아의 외꺼풀과 가늘게 찢어진 눈 때문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만 하더라도 우리나라에서 쌍꺼풀이 진 큰 눈은 미녀의 조건이 되지 못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지금의 우리는 겉은 한국인이지만 사실 한국인의 시선과 미적 기준을 잃어버린지 오래다 오리엔탈리즘의 영향으로 우리는 동양인이지만 서양인의 눈으로 동양인인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 백인의 눈으로 한국인인 우리 자신을 보고 있는 것이다. 한복은 어색하고 전통음악은 지루하고 한옥은 미적으로 열등하게 보인다. 그에 비해 서양의 복식문화와 클래식 음악은 훨씬 멋있어 보인다. 그리고 서양인과 아프리카 흑인들 모두 갖고 있는 쌍꺼풀 있는 큰 눈망울은 서양에 대한 콤플렉스를 가진 동양인의 시선에서는 선망의 대상일 수 있다.

 

그러나 동양인만이 가지고 있는 외꺼풀도 아름다운 미의 기준이 될 수 있다. 적어도 동양의 미인도들에 나타나는 미인들에게는 쌍꺼풀 진 눈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미인도를 그린 시대에는 적어도 지배층이 쌍꺼풀이 없는 황인종이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적어도 5천년 이상은 쌍꺼풀 없는 눈매의 여성이 미인의 전형이었다. 우리나라에서 쌍꺼풀 진 눈이 미인의 기준이 된 것은 수십년에 불과하다.

 

 

김연아, 외꺼풀 미인의 기준이 되어주길

 

다른 사람들보다 김연아의 쌍꺼풀 문제가 세상의 화제가 되는 것은 이러한 미인의 기준을 둔 동서양 미의 주도권 다툼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연예계에는 외꺼풀 배우들이 다수 등장하며 한국 미인의 기준에 대한 새로운 전환적 시사점을 던져 주고 있다. 김고운, 박소담, 박보영, 백진희, 소희, 가인, 한예리, 걸스데이 민아 등은 외꺼풀 눈매로 대중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신예들이다. 물론 외꺼풀 인기인으로서 그들보다 더 일찍 걸출한 활동을 보여준 선구적 인물은 김연아였다.

 

김연아는 쌍꺼풀 없는 얼굴이지만, 지금까지 수많은 잡지의 표지 모델과 화장품 화보 모델로 활동을 해 왔다. 스포츠 잡지는 물론 패션 잡지와 국내 잡지는 물론 미국의 유명한 잡지들에도 표지에 등장했다. 김연아는 외겹풀 미인의 대표자이며 아시아인으로서 서구인보다 아름다운 예술을 보여준 인물로 서구인들도 인정하는 미인이다. 김연아는 세계의 미의 판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몇 안 되는 동양인 중 한 명이다.

 

유치하게 생각될지 모르지만, 만약 김연아가 쌍꺼풀 수술을 하게 된다면 동양적 외꺼풀보다 서양적 쌍꺼풀이 우월하다는 점을 세계적으로 인정하는 모양이 될 수 있다. 이것은 동양인의 한사람으로서 매우 아쉬운 일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또한 김연아의 외꺼풀은 지금까지 김연아의 트레이드 마크이기도 했기에 쌍꺼풀 수술은 김연아 자신의 개성과 상징성을 포기하는 것이 될 수도 있다.

 



부디 한국의 뷰티 산업 종사자들과 광고 종사자들은 김연아에게 쌍꺼풀 있는 모델처럼 될 것을 요구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오히려 동양적 외꺼풀 눈매에 잘 맞는 아름다운 화장품과 화장술을 개발하고 김연아의 개성이 잘 표출될 수 있는 화보 촬영과 광고 제작을 해주었으면 한다.

 

그리고 김연아는 어린 시절 차가운 은반 위에서도 언제나 그랬듯이 지금의 모습대로 당당하게 서 있어 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그래도 가장 중요한 것은 본인의 생각이다. 필자는 성형수술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다. 자기 디자인 시대이다. 인간이라면 아름다움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 자신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형상을 시술을 통해 완성해 가는 것도 결코 나쁘지 않다.

 

다만, 김연아는 동양인의 아름다움과 아시아의 자존심을 상징하는 인물로서 그에 부합하는 이미지들을 지켜 나갔으면 좋겠다. 만약 성형을 하게 되더라도 동양적 미를 살리는 방향으로 해 나간다면 큰 무리는 되지 않으리라 생각된다.

 

이것은 쓸데없는 상상이지만, 우리나라의 국력이 더 강화되고 문화적 콘텐츠 생산 능력이 더 발달되면 오래지 않아 미의 기준도 달라질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한류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발전해 나간다면, 수십 년 이내에 쌍꺼풀 있는 서양의 소녀들이 김연아처럼 눈을 고치고 싶다고 쌍꺼풀을 푸는 외꺼풀 성형수술을 시도하게 되는 날이 올지 또 누가 알겠나?


사진 출처: 한국경제, 뉴스토마토, 동아일보, 시민운동연합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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