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함도, 스크린 독과점에 대한 송중기 발언의 아쉬움

지난 27jtbc 뉴스룸에 출연한 송중기는 그야말로 활짝 피어나는 꽃미남의 모습이었다. 5년만의 스크린 복귀작 <군함도> 개봉과 10월의 마지막 날 결혼식을 앞둔 새신랑의 설레임이 함께 교차하는 순간이었다. 허를 찌르는 손석희의 인터뷰 신공에 송중기의 겸손하고 여유 있는 답례는 태양의 후예 청년 장교 유시진의 모습 그대로였다.

 

그러나 스크린 독과점 논란에 대한 송중기의 발언에는 무언가 아쉬운 대목이 남는다. 군함도는 개봉 첫날 2,027개 상영관에서 1174번 상영되었다. 전국 스크린 수는 2,575개이다. 271961(559,237), 281988(581,772), 292,019개였다. 이것은 <명량>의 기록을 능가하는 역대 최고 기록이다. 그러나 <군함도>의 제작사인 CJ엔터테인먼트와 국내 최대 멀티플렉스 상영관인 CGV 체인과의 유착으로 인한 스크린 몰아주기가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면서 <군함도>의 흥행 선전은 오히려 여론의 뜨거운 비판을 받고 있다.



개봉 이전에 스크린 독과점이 더 큰 화제를 모았던 영화<군함도>에 대한 주연 배우 송중기의 생각은 어떠했을까?


jtbc 뉴스룸 송준기 인터뷰 중


손석희: 그 첫날 97만이 들었고 오늘 이틀째 벌써 100만이 넘었다고 해서요. 좋은 일인데. 다만 또 한쪽에서는 많이 들으셨겠지만 독과점의 영향이다 이런 얘기들도 합니다. 배우로서는 어떻게 그걸 받아들이시나요?


송중기: 이제 오늘이 언론 기자분들과의 인터뷰가 마지막 날인데요. 기자님들과 인터뷰를 하면서도 굉장히 많은 피드백을 받은 질문이고요. 일단은 영화에 참여한 배우 입장으로서 관객분들께서 많이 찾아주신 점은 진심으로 감사하게 생각하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인 것 같고요. 제가 일단 배급이나 이런 데 전문가가 아니라서 함부로 말씀을 드리기가 조심스럽기는 한데요. 앞으로 저희 영화를 어떻게 봐주실지 관객분들께서 평가해 주시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후략)


인터뷰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손석희 앵커는 배우 입장에서 영화 <군함도>의 스크린 독점 문제에 대한 송중기의 소신을 물었다. 그러자 송중기는 영화에 참여한 한 사람이지만 배급 관련 문제는 전문 분야가 아니라서 잘 모르겠다. 하지만 많은 스크린을 차지하게 된 것이 독과점식 유통 채널의 문제인지 영화 자체가 가지고 있는 작품성 때문인지는 관객들이 판단해 줄 것이라는 대답이었다.


 

송중기의 답변은 나름 현명한 답변이다. 영화 배급과 상영관의 구조를 알지 못하는 배우 입장에서 작금의 스크린 독과점 문제에 대한 개인 의견을 피력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더구나 제작사와 상영관 모두 자신을 캐스팅 하고 자신의 영화를 걸어준 은인인데 이해당사자에 대해 함부로 말을 할 수 없다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손석희의 질문은 배우로서 평소에 가지고 있는 스크린 독과점에 관한 생각을 묻는 질문이었다. 대형 배급사와 멀티플렉스 상영관이 영화계를 좌지우지 하고 있는 한국 영화의 현실에 대한 배우의 입장을 듣고 싶었던 것이다.

 

송준기의 겸손하고 신중한 태도는 스타가 갖춰야 하는 훌륭한 덕목이다. 송준기가 잘못했다는 것이 아니라 스타들의 몇 마디는 대중들에게 큰 영향을 줄 수 있는데 영화인들의 입장을 대변해 줄 수 있는 스타들의 몇 마디가 아쉬운 상황에서 이날 송준기의 인터뷰 내용에는 그런 방점이 없었다는 점이 아쉬울 뿐이다.

 

우리 영화가 앞으로 발전하기 위해 현 배급사와 멀티플렉스 중심의 스크린 독과점 문제는 반드시 극복하고 넘어가야 하는 문제이다. 이미 영화 현장에는 그 부작용이 곳곳에서 보이고 있다. 천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가 늘었다지만, 정말 삶을 감동시키는 영화는 줄었고, 영화 시장은 성장하고 있지만 영화 제작자를 비롯 영화인들의 생활수준은 더욱 열악해 졌다. 좋은 영화를 만들고도 상영관을 잡지 못해 도산하는 제작사도 많아졌고, 예술영화와 독립영화를 보고 싶은 관객은 영화를 관람하기가 한층 힘들어졌다. 그렇다면 이 외에도 스크린 독과점이 가져오는 폐해에는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이 있을까?

 

스크린 독과점이 가져오는 폐해

 

1. 관객들의 다양한 선택권 상실

 

만일 200여개 채널 마다 다양한 프로그램이 나오던 IPTV에서 오직 한 가지 드라마만 주구장창 방영된다면 어떤 느낌이 들까? 수많은 다양한 요리를 맛보기 위해 갔던 뷔페에서 요새 인기 있는 요리라며 매일 단일 요리만 판매한다면? 코엑스몰과 같은 대형몰에 쇼핑하러 갔더니 오직 한 브랜드의 옷만 판매한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현재 멀티플렉스 극장을 방문하는 관객들 입장이 그렇지 않을까?

 


다매체 다채널 시대, 관객들의 선택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다양한 취향을 저격할 수 있는 다품종 소량생산 시대에 영화 한 편에 2000개가 넘는 상영관을 배정하는 방식은 너무 구시대적 발상이 아닐까? 최근 멀티플렉스 극장에 방문하면 너무 블록버스터급 영화 위주로 상영하는 것 같다. 영화 상영관이 많아도 실제 상영하는 영화는 몇 편 되지 않아 선택의 폭이 좁다는 생각이다.

 

더구나 예술영화나 매니아층을 대상으로 하는 영화, 독립영화들은 상영관을 찾기도 어렵고, 좋은 시간에 볼 수 있는 기회도 없고, 너무 짧은 기간만 상영해서 한번 보기가 어렵다. 이런 영화일수록 마케팅 비용에 쓸 돈이 적어 홍보력도 부족하기 마련인데, 제대로 알려지지도 못하고 극장에서 개봉하자마자 영화를 내려야 한다.

 

이런 판국에 일부 블록버스터급 영화가 상영관을 싹쓸이하게 되면 그나마 볼 수 있었던 다양한 취향의 영화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영원히 상실해 버리게 될지도 모른다.

 

2. 영화 매체의 특성과 상상력의 상실

 

영화의 스크린이 TV의 브라운관과 액정보다 훨씬 크고 넓은 이유가 무엇인가? 그것은 보다 넓고 다양한 세계를 넓게 비추기 위해서이다. 영화 매체의 특성은 삶의 다양성을 담는 예술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영화는 항상 획일적인 사회에서 검열과 심의의 대상이 되어 왔다. 관객들은 영화를 통해 자신의 삶과 다른 세계가 있다는 인식의 전환을 하게 되고 그것은 우물 안의 개구리와 같은 자신의 초라한 자아를 발견하는 계기가 된다.

 

영화를 통한 자아의 깨어짐과 더 확장된 경험, 인식의 지평을 넓혀가는 작업은 관객의 삶을 더 풍요롭게 하고, 사회를 더욱 발전시켜 나가는 동력이 된다.


 

그러나 일부 특정 장르와 유형의 영화가 스크린을 독식하게 되면 다양한 삶을 다루는 영화 매체의 특성도 사라지게 된다. 상상력의 실험실이기보단 상영관 잡기와 흥행 코드를 발견하기 위해 감독과 제작자들이 노력하게 되고 결국 영화의 상상력은 후퇴하게 된다.

 

3. 영화인들의 기본적 생존 환경 붕괴

 

영화 <군함도>에서 보는 것처럼 일부 영화의 스크린 독과점이 심화되면 결국 영화인들의 삶은 더욱 척박해 질 수 밖에 없다. 두 가지 면에서 그렇다. 첫째 작은 제작사의 줄도산이 우려스럽다. 영화는 긴 제작기간과 짧은 상영 기간, 그에 비해 수익이 창출되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시간이 늦게 찾아오는 산업이다. 일부 영화의 스크린 독점이 심화된다는 것은 그만큼 남은 상영관을 두고 다른 영화들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상영관을 잡기 어려워진다는 뜻이다. 그러면 영세 제작사들은 긴 보릿고개를 견딜 수 없다. 영화는 상영관에 걸지 않으면 수익이 없다. 이전에 발생한 인건비와 제작비를 주고 투자비를 회수하기 위해 빨리 상영관을 잡아야 하는데, 일부 영화가 상영관을 독점하여 자리가 없으면 결국 영화를 걸어보지도 못하고 중간에 도산의 운명에 처하고 만다. 그러면 영화 제작자들은 월급도 받지 못하고 직장을 잃어버리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둘째 스타시스템 강화로 인해 영화인의 빈부격차는 더욱 심화된다. 스크린 독과점 심화로 뜨는 영화와 망하는 영화 두 형태로 영화 시장 구조가 고착화 되면, 제작자들은 초기에 대량의 자본을 투자하더라도 스크린을 독식할 수 있는 블록버스터 영화를 제작하려하고, 투자자 역시 확실히 돈을 벌 수 있는 영화에만 투자를 하게 된다. 불확실성이 강한 영화시장에서 영화 흥행의 보증수표는 감독도 사나리오도 아닌 배우이다. 배우도 스타급 배우가 아니면 흥행을 보증할 수 없다. 영화 흥행에서 차지하는 스타 의존도가 커질수록 배우시장에는 빈부격차가 심해진다.



흥행 스타는 엄청난 게런티를 받고 영화에 참여하고, 제작자는 스타 캐스팅으로 투자금이 늘어난 만큼 다른 배우들과 영화 제작자들에게 들어가는 비용을 줄인다. 그리고 투자금을 가장 빠르고 안전하게 회수하기 위해 초기 마케팅 비용을 과다 설정하고 다양한 홍보 노출로 관객들의 기대감을 높여 초기 상영관을 다수 확보한다. 그렇게 되면 영화 비용에서 스타 캐스팅과 마케팅에 가장 많은 돈을 배정하게 되고 다른 제작자와 조연들에게 들어가는 돈은 더 줄어들 수 밖에 없다. 그러면 영화는 흥행하더라도 스타 연기자를 제외 한 나머지 영화인들은 경제적 보상을 제대로 받을 수 없게 된다. 그러면 다수 영화인들은 지금처럼 경제적으로 어려운 불안정한 예술인의 삶을 살 수 밖에 없다.

 

 

4. 영화제작의 주도권 이동, 제작자로부터 공급자로

 

아무리 영화를 잘 만들어도 상영관을 잡을 수 없는 환경이라면, 결국 영화 성공의 주도권은 영화 감독이나 제작자가 갖는 것은 아니라 배급사나 극장 쪽에서 갖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작가주의와 연기력 중심주의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 그렇게 되면 결국 영화는 예술로서의 가치보다는 수익 창출이라는 산업의 가치로 평가 받게 되고 대중예술이 아닌 대중산업이 된다. 극장과 배급사의 입김이 더욱 강화 되면 제작과 연출, 인물 캐스팅에도 이들의 영향력이 강화될 수 있다.


 

이미 우리는 영화<군함도>에서 배우 송중기와 류승완 감독의 발언을 통해 영화 헤게모니가 어디로 이동했는지 알 수 있었다. 이미 영화 상영 현장은 한류 스타 송중기도 자신의 소신을 함부로 발설할 수 없을 정도로 이들의 위상이 막강하다. 그리고 천만 영화를 수차례 달성한 흥행감독 류승완 감독이 스크린 독과점에 대한 반대 입장에 있는 것이 분명함에도 영화 배급에 있어 자신의 뜻과 무관한 현실을 목격할 수 밖에 없었다.

 

우리 영화 현실은 자본의 지나친 개입이 염려가 되는 수준이 아니라 이미 문제가 지나치다고 밖에 할 수 없는 현실이다. 현재 한 영화가 2000개가 넘는 상영관을 차지하는 스크린 독과점 자체가 영화 시스템이 자본의 논리로 움직이고 있다는 강한 증거이다.

 

5. 영화 제작과 상영의 선순환 구조 해체로 영화 생태계 붕괴

 

결국 일부 영화의 스크린 독식은 영화 생태계의 균형과 조화를 깨뜨린다. 특히 제작사와 배급사와 상영관이 대기업 계열사로서 하나의 체인망 형태로 엮인다면 영화시장의 공정한 경쟁의 기회마저도 사라지게 된다.

 

어느날 당신이 롯데마트에 갔더니 롯데제과와 롯데칠성에서 나온 과자와 음료수만 앞에 잔뜩 진열해 놓고 다른 회사에서 나온 제품들은 후방 창고에 쌓아둔 채, 소비자들이 롯데 과자와 음료만 찾는다고 매출 순위를 발표해버린다면 그것이 정말 정당하다고 할 수 있을까?

 

현재 영화시장에서 대기업 계열의 제작사와 배급사, 상영관이 하나의 체인을 형성하여 스크린을 몰아주고 있는 세태가 위와 같다.



영화 <군함도>는 대기업 CJ의 혜택을 누구보다 크게 힘 입은 영화이다. CGV를 비롯한 멀티플렉스 상영관들은 주요 상영 시간대에 군함도를 직접 배치하고 기타 영화는 관객이 들지 않는 낮시간대나 심야시간에 배치하고 있다, CGV강남은 총 6개관 중 4개관 전회차를 군함도’에 할당하였. 이러한 독점 고리는 대한민국 영상산업 발전에 큰 걸림돌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만일 영화<군함도>가 첫 주에 1천개 정도의 스크린을 잡고 시작하여 대중들의 폭발적인 반응에 힘입어 3~4주차부터 2천개의 스크린으로 확대가 되었다면 사람들은 스크린 독과점보다는 영화<군함도>의 작품성에 더 높은 점수를 주었을 것이다.

 

그러나 영화가 상영되기도 전에 대기업의 사전 홍보와 스타시스템을 통한 높은 예매율과 CJ 계열 멀티플렉스 상영관의 전폭적인 지원 하에 2천개가 넘는 스크린을 깔고 시작을 한 까닭에 많은 비판을 받게 된 점이 있다.

 

물론 <군함도>는 한 편의 좋은 영화이다. 그러나 한 편의 좋은 영화도 중요하지만, 좋은 영화가 많이 나올 수 있는 지속가능한 영화산업의 생존환경과 공정한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 스크린 독과점 문제는 앞으로 반드시 극복되어야 할 우리 대중문화의 과제이다.

 

 사진 출처: jtbc, mbc, 매일경제, 허핑턴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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