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현, 설리, 수지 사태로 본 아이돌 출신 여배우들의 수난史?

최근 설현, 설리 대한 배우 설경구, 성동일의 발언에 대해 칭찬이냐 저격이냐를 놓고 네티즌 사이의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그에 앞서 2015<도리화가> 쇼케이스에서 있었던 수지에 대한 류승룡의 발언 역시 재차 도마 위에 오르면서 스크린에 데뷔한 여자 아이돌 배우에 대한 남성 중견 배우들의 언어 테러 현상에 대한 네티즌들의 비판과 성토가 심화되고 있다

 

과연 이 사건은 장난끼 많은 남성 배우들의 언어유희에 불과한 사건이었을까? 아니면 그 속에 아이돌 출신 배우들에 대한 뿌리 깊은 영화계의 경시적인 시각과 성적 조롱이 담긴 숨겨진 비수였을까? 최근 김기덕 감독의 갑질 논란과 더불어 중견 남성 배우들에 의한 아이돌 출신 여배우에 대한 새로운 갑질 현상은 아닌지 한 번 점검해 보고자 한다.

 

설현에 대한 설경구의 부적절한 발언

 

먼저 지난 828일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 언론시사회에서 설경구는 상대 배우 설현에 대해서 순백의 모습이 있다. 여배우에게 백치미가 있는 것은 좋은 의미다. 30, 40대가 되어도 백치미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발언을 하여 누리꾼들에게 뭇매를 자초했다.

 


이후 설경구는 자신의 공식 팬카페 및 갤러리 등에 자신의 입장을 다음과 같이 호소했다.

어제 기자간담회 때 설현 씨에 대한 저의 표현이 적절하지 못한 잘못된 표현이었던 점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좋게 순수하고 하얀 도화지 같다는 표현을 하고 싶었는데 저의 짧은 생각으로 표현이 잘못됐습니다. 설현 씨에게 사과 드렸고 언론개별 인터뷰 때 공식적으로 사과를 드리겠습니다.”

 

피해 당사자인 설현과 팬들을 향한 설경구의 절절한 공식사죄와 신속한 후속조치는 겉으로 보면 매우 시의적절하고 겸손한 행동으로 보인다. 그러나 나중에 따져보겠지만 그의 사과 발언 역시도 그렇게 적절한 발언은 아니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설리에 대한 성동일의 부적절한 발언

 

지난 6월 걸그룹 에프엑스 출신 배우 설리는 영화 <리얼> 쇼케이스에서 배우 성동일로부터 수차례 찬사를 가장한 조롱을 경험하게 된다.

 


성동일은 설리의 의상에 대해 다음과 같이 조롱을 했다.

꽃 박람회 온 거 같다. 꽃 위에 성게를 말려서 붙인 거 같다

설리가 오늘 옷을 세 벌 정도 갈아입었는데 이 옷이 가장 어울리는 거 같다. 너무 예뻐서 깜짝 놀랐다. 너 오늘 이 옷을 입고 오느라 늦게 온 거냐

이것은 쇼케이스에 지각을 한 설리의 행위를 은근하게 폭로한 발언이었다.

그리고 기자들의 여러 차례 질문공세에 답을 제대로 못하는 설리를 향해

내가 그러지 않았냐. 두 번 이상 질문하면 얘 뇌가 날아다니기 시작한다.”

 

수지에 대한 류승룡의 부적절한 발언

 

2015년 영화 <도리화가> 쇼케이스 현장에서 수지에 대한 류승룡의 발언 역시 네티즌 사이에 큰 분노를 자아내게 한 사례였다.



류승룡은 수지를 향한 평가에서 수지는 너무나 하얀 도화지처럼 어떤 그림이든 그릴 수 있는 때 묻지 않은 배우라 평했다. 그리고 이후 더 문제가 있는 발언을 했는데,

 

촬영이 없는데도 현장에 자주 간 적 처음인 것 같다. 우리 수지 씨는 정말 힘들고 어려울 텐데 이 작품을 흔쾌히 하겠다고 해 반가웠다현장에서 여배우가 가져야 할 덕목, 기다림, 애교, 그리고 있는 것 자체만으로 행복감을 주는 존재감이 촬영장에 해피 바이러스를 끝까지 줬다고 말했다가 네티즌들의 큰 비난을 직면하게 된다.

 

류승룡의 발언 중 여배우의 덕목이 애교라는 발언을 두고 여성 비하라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됐기 때문이었다.

 

필자가 볼 때 이들 사건들은 단순히 남성 배우 개개인의 잘못만으로 볼 수 없다. 이 문제들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와 문화의 문제이다. 설경구, 성동일, 류승룡 모두 영화계가 검증한 책임 있는 배우들이고, 인격적으로도 결함이 없는 배우들이다. 단순히 여성 아이돌과 여배우를 보는 개인의 편파적 시각이 문제가 아니라, 영화계가 아이돌을 바라보는 시각, 중견 배우가 신인 여배우들을 대하는 문화 전반적인 시각에서 문제를 찾아볼 수 있다는 것이 필자의 결론이다. 일단 위 세 가지 사례들은 3가지 공통점이 있다.


 

공통점1

남자 중견배우에 의한 여자 신인 배우에 대한 저격

 

1967년생으로 올해 만50세에 이른 설경구는 연기 경력이 20년이 넘는 베테랑이다. 역시 1967년생인 성동일 역시 50세로 1991SBS 공채 1기 출신이기에 연기 경력이 26년이 넘는다. 1970년생인 류승룡은 올해 만 47세로 2004년 영화 <아는 여자>로 공식 데뷔했으니 13년차 배우가 되겠다.

 

그에 비해 설현은 1995년생으로 22세이고, 수지와 설리는 1994년생으로 23세이다. 모두 스물을 갓 넘긴 어린 나이의 배우이다.

 

문제를 일으킨 남성 배우들의 나이 합이 147, 피해자 여배우들의 나이 합이 68, 남성 평균 49, 여배우 평균 22.7세로 26.3년의 차이를 두고 있다. 남성 배우들이 여배우들보다 2배 더 연장자들이다.

 

여기서 생각해 볼 것은, 단지 연장자이고 연륜이 높다고 해서 나이 어린 후배들에 대해 신중하지 못한 발언을 해도 되는가 하는 문제가 있을 수 있다.

 

공통점2

평범한 외모의 연기 경력이 많은 배우에 의한 미모 아이돌에 대한 저격

 

문제의 발언을 한 남성 배우 모두 긴 연극 무대를 경험한 출중한 연기파 배우들이면서, 평범한 외모를 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86학번인 설경구는 한양대 연극영화학과 출신으로 공부도 매우 열심히 해서 대학 4학년 때는 올A 학점을 받기도 한 노력파이다. 1993년 연극 <심바새매>로 데뷔하여 수많은 연극과 뮤지컬 작품에 출연했고, 무명 연기자 시절 공중파 3사의 드라마에 여러 편 조연으로 출연하기도 했으나 얼굴이 너무 평범하다는 이유로 더 이상 섭외를 받지 못했던 아픔을 간직하고 있다. 연극에서는 114역도 소화해 내는 스타급 대우였지만 TV 드라마, 영화에선 개성 없고 밋밋한 외모의 연기 지망생으로 대우를 받았던 뼈아픈 경험이 있다.

 

물론 신들린 연기력에 절치부심 노력파였던 설경구는 이후 국내외 영화제 남우주연상과 대상, 특별상을 수차례 수상했고, 자신이 주연인 영화에 천만이 넘는 관객을 수차례 동원하는 등 대중에게 사랑받는 연기파 배우로서 국내와 국제 무대에서 예술영화와 대중영화 장르를 초월해 모든 부분에서 성공한 몇 안 되는 배우로 등극했다.

 

한 때는 장동건, 이병헌과 함께 3대 꽃미남으로 불렸다고 하는 전설의 꽃미남 성동일은 현재 폭망한 외모의 대표로서 이젠 오히려 후덕한 외모의 소유자로 대중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성동일은 SBS 공채 이전에 오랜 연극 단원 시절을 보냈다. 초기 영화와 드라마 활동이 저조했던 이유가 연극적 대사처리와 연기 방식을 고치지 못해서였다고 할 정도였다.

 


영화계 대표 노안인 류승룡은 나이에 비해 연륜이 묻어나는 외모 때문에 오랜 무명생활 등 많은 차별을 받은 배우이다. 류승룡은 이병헌과 동갑이다. 서울예전 출신으로 안재욱, 정재영, 황정민과 동기이다.

 

설경구, 성동일, 류승룡은 모두 10년이 넘는 오랜 무명생활을 했고, 밋밋한 외모로 인해 가지고 있는 연기력만큼 대중적 관심과 인기를 누리지 못한 전력이 있는 배우들이다.

 

그에 비해 설현과 수지, 설리는 화려하고 수려한 용모와 신장 170센티미터의 S라인 몸매 종결자로 10대 때부터 대중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던 대중 스타이다. 설현은 신장 167, 수지는 168, 설리는 169이다.

 

공통점3

영화를 소개하는 사사회와 쇼케이스에서 벌어진 저격

 

대부분 발언 문제가 발생한 시점은 영화의 개봉을 앞둔 쇼케이스와 기자 간담회에서 불거진 문제였다. 영화 제작자들과 출연 배우들이 대중들에게 영화를 개봉하기 앞서 기자들과 평론가들 그리고 각종 매체 관계자를 상대로 영화를 소개하고 제작 경험을 공유하는 뜻 깊은 자리에서 벌어진 문제이다.

 

이러한 공식적인 자리에서 배우들은 딱딱한 분위기를 부드럽게 전환시키고 작품에 대한 우호적인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사적인 체험을 공유하기도 하고, 제작 현장의 뒷 얘기, 주연 배우들에 관한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공개하기도 한다.

 

대체적으로 배우들 간에는 지나치게 서로를 띄워주는 칭찬 일색이라 기사거리를 찾는 가자들의 특종 본능을 만족시켜 주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이럴 때 특정한 사건이 터지게 되면 이 문제는 일파만파로 번지게 된다. 쇼케이스와 기자 간담회에서 벌어진 실수는 영화 흥행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오늘날 사람들은 극장을 찾지 않고도 영화를 볼 수 있는 많은 통로를 가지고 있다. 혼자서도 영화를 꿋꿋하게 감상하는 매니아층이 아닌 이상, 대중들에게서 낮은 평가를 받는 나쁜 영화를 애써 극장까지 가서 볼 필요가 없는 것이다. 특히 영화를 가장 많이 보는 층이 한창 연애 중인 연인들과 친밀한 친구들끼리라고 볼 때 서로 평판 나쁜 영화를 굳이 사랑하는 애인과 친구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일단, 영화 개봉전 문제가 터졌던 <도리화가><리얼>은 영화 내용과 별개로 흥행에 큰 참패를 경험해야 했다. 이번 설경구의 말 실수로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이 어떤 전철을 밟을 지는 현재로서는 잘 알 수 없지만 그 흥행의 판도는 설경구의 이후 태도와 후속 행보에 의해 많은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 추정할 수 있다.


 

위 사례들은 다음과 같은 3가지 문제를 노출 시킨다.


문제1

왜 아이돌 여배우의 매력은 백치미여야 하는가?

 

공식적으로 설경구는 설현에게 백치미는 여배우에게 필수적인 미덕이라고 하면서 40대 중견 배우가 되어도 백치미를 잃지 말라고 조언을 했다. 류승룡 역시 수지의 매력에 대해서 무엇이나 그릴 수 있고 어떤 색이나 칠할 수 있는 백치미에 있다고 말했다.

 

설리에 대한 성동일의 조롱은 간접적이지만 그의 발언을 종합해 보면, 설리가 실제 연기력과 능력은 부족하면서 화려한 의상에만 신경을 쓰는 머리 빈 여배우라는 점을 콕 집어 말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단 설리에 대한 성동일의 조롱에 가까운 언급은 인격 침해 발언이고 심각한 수준의 성적 차별 발언이다. 테러 수준의 언어 행위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더 심각한 문제는 설경구와 류승룡의 발언에 있다. 설경구와 류승룡의 경우, 백치미가 마치 여배우에 대한 찬사라도 되는 듯이 표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성동일의 발언보다 더 위험한 내용을 담고 있다.

 

정말 백치미가 여배우에 대한 찬사일까? 아니, 그렇게 볼 수 없는 여러 이유가 있다. 사전적 의미로 백치미는 지성미의 반대가 되는 개념이다. 지성미가 지성과 미모를 동반한 결코 남자들이 만만하게 볼 수 없는 세련된 여성을 뜻한다면, 백치미는 남자들이 쉽게 어떻게 해볼 수 있을 것 같은 만만해 보이는 예쁜 여자를 의미하는 용어이기 때문이다. 유럽과 북미에서는 금발의 가슴이 큰 여자를 멍청하고 헤픈 여성으로 격하하면서 이런 백치미를 사용하고 있다.

 


남자들은 지성미를 가진 여성을 삶의 문제를 함께 상의할 수 있고, 남자들의 깊은 문제를 상담할 수 있는 인생의 동반자적 존재로 생각한다. 그러나 백치미를 가진 여성은 성적 만족의 대상으로 볼 뿐 존중할 대상으로 보지 않는다.

 

물론 남성들에게 공격적인 날카로운 지성을 가진 여성에 대해 반감을 가진 남성들도 매우 많다. 이런 남성들은 오히려 남성을 편하게 해주고 단순한 백치미를 가진 여성을 더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적어도 백치미의 여성은 성격적으로 착한 여자라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찌되었건 백치미는 여성에 대한 찬사로 볼 수 있는 용어는 결코 아니다. 어떻게 보면 배우와 가수에 대한 가장 잔인한 비난이라고도 볼 수 있는 용어이다. 머리도 안 되고, 실력도 없고, 노력도 안하면서, 얼굴과 몸매로 승부하는 여성이라는 조롱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랜 기간 연습생 시절과 오랜 아이돌 활동을 해온 설현과 설리, 수지는 결코 아마추어가 아니다. 가장 리얼하게 조롱을 당한 설리는 2004SBS 서동요 아역 탤런트 출신으로 연예계 경력이 13년차에 해당한다. 23년 생애의 13년을 연예계에서 보냈다.

 

그리고 2012<내 딸 서영이> 조연으로 연기에 발을 들여놓은 설현은 연기 경력은 5년에 불과해 짧은 편이다. 그러나 AOA 활동과 워낙 많은 대기업 광고와 홍보대사 역을 소화하며 많은 경력을 쌓았다.

 

2011KBS 드라마 <드림하이>로 연기에 데뷔한 수지는 6년차 연기자이지만, 첫 출연작 <드림하이>는 동시간대 대작인 <아테나><역전의 여왕>을 보기 좋게 누르면서 KBS 연기대상에서 여자신인상을 수상했고, 2012<건축학 개론>에 출연해 주연 한가인을 능가하는 저력을 과시한 경험이 있다. 수지는 영화, 드라마, 가수, 예능 모든 부분에서 신인상을 받아 대한민국 남녀 연예인 최초로 신인상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 연예인이다.

 

설현과 수지, 설리가 달성한 성공은 아무리 대형 기획사가 키워낸 아이돌이라 전제하더라도 출중한 외모만으로 달성할 수 없는 경력이다.

 

그런데, 이러한 설현과 수지, 설리를 향해 설경구와 성동일, 류승룡은 백치미를 이들에 대한 찬사라고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설현과 수지, 설리를 인정하고 사랑해 준 그 팬들에 대한 모독이고, 그들을 기업 광고 모델로 선택한 광고주들에 대한 모독이며, 나름 수많은 노력을 해온 설현 수지, 설리 본인들에 대한 인격적 모독이기도 하다.

 

문제2

왜 여배우의 애교는 필수적 덕목이 되어야 하는가?

 

배우 류승룡은 <도리화가> 쇼케이스에서 수지를 칭찬하면서 여배우의 덕목으로서 기다림과 애교, 있는 것 자체로 행복감을 주는 존재감을 꼽았고 그러한 세 가지 덕목을 갖춘 인물로 수지를 칭송했다.

 


그러나 이 발언을 들은 일부 네티즌들은 오히려 칭찬이 아닌 비난이라 생각했고 심각한 여성 비하 발언이라 생각했다. 특히 왜 애교가 여성 배우들의 필수 덕목이냐? 남성 배우들의 필수 덕목은 없느냐? 하는 말로 여성에게만 특정한 역할을 강요하는 영화계의 남성 중심 문화에 대해 크게 성토했다.

 

수지에 대한 류승룡의 발언은 전후의 논리적 맥락을 살펴보면 전혀 악의적 동기를 가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류승룡은 쓸데없는 콧대와 자존심으로 주변 배우들을 힘들게 하고 촬영장 분위기를 싸늘하게 만드는 여타 여배우들과 간접 비교하며 촬영장 분위기를 훈훈하게 만드는 수지의 착한 심성을 칭찬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류승룡은 위의 문제가 된 발언 이후 이어진 말에서 수지가 빼빼로데이 때 100여명의 영화 스태프 모두에게 손글씨가 담긴 빼빼로를 선물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류승룡의 발언에는 남성 배우들과는 다른 여배우들에게만 강요되는 고정된 성 역할이 존재한다. 어째서 여자 배우들만 촬영장에서 기다림과 애교, 있는 것 자체로 행복감을 주는 존재감을 갖추고 있어야 하는 것인가?

 

그 필수적인 덕목이라는 것이, 술집에서 마담들이나 접대부가 하는 역할과 너무나 동일하지 않은가?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다소곳한 자세로 기다리는 여성들의 자세와 딱딱한 사업적인 거래가 오가는 비즈니스 술 접대 자리에서 분위기를 띄우는 마담들의 애교와 화분의 꽃장식처럼 있는 것 자체로 남자들에게 기쁨을 선사하는 술자리의 여성 접대부의 존재감. 그런 모습들이 촬영장에서 여성 연기자에게도 요구되는 덕목이라고 하니 왠지 참으로 슬퍼진다.

 

연기자의 필수 덕목은 무엇보다 연기력이다. 특히 주연급 연기자에게 필요한 것은 강한 열정과 개성이다. 그외에 여성 연기자라고 해서 애교를 부리고 더 오래 기다리고, 꽃장식 같은 존재감을 선사해야 한다면 이것은 배우 역할의 본질을 벗어나 있는 것이다.

 

특히 이 때 류승룡과 수지의 출연작 <도리화가>는 남성들만의 전유물이었던 조선시대 소리꾼 영역에서 시대와 성별 장벽을 뛰어넘어 여성 최초의 소리꾼이 된 진채선의 일대기를 담고 있는 영화였다. 이러한 양성평등적 시각을 지향하는 영화를 촬영하면서도, 여자 주연 배우에게 전통적인 수동적 성 역할을 덕목으로 강요한 류승룡의 주장은 충분히 여론의 질타를 받을 만한 행위였다.


 

문제3

왜 아이돌 출신 여배우들은 쇼케이스 무대에서 가십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가?

 

위 세 가지 사례가 모두 영화 제작 발표회 쇼케이스 무대에서 벌어진 사건이었다. 중견 남성 배우들이 나이 어린 아이돌 출신 여성 배우를 향해 언급한 신중하지 못한 발언 때문에 문제가 불거진 것이다.

 

앞서도 말했듯이 공식적 자리에서 분위기를 훈훈하게 만들기 위해 출연 배우들이 가벼운 토크를 하는 중 이런 일이 발생했다.

 

위 사건을 통해 일단 중견 남성 배우들이 아이돌 출신 여배우들을 잠재적으로 매우 가볍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설경구와 류승룡이 설현과 수지를 두고 한 백치미 발언이나, 성동일이 설리를 향하여 입고 있는 의상에 대한 폄하 발언과 뇌가 날아다닌다고 한 경박한 언사들은 공식적인 자리는 물론 사적 자리에서도 함부로 말해서는 안 될 위험 수위에 도달한 언어 행태였다.

 

이러한 경박한 표현은 신인배우들에게도 함부로 쓰면 안 되는 용어들이다. 그런데 한국을 대표하는 아이돌로 성공한 후 연기자로 변신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관록 있는 샐럽에게 이런 행태를 보이는 것은 참으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지금 한국 대중문화는 오랜 기간 20대 여배우 기근 현상에 시달리고 있다. 세계로 뻗어가는 한류는 K-POP과 드라마로 세계적인 관심을 불러 모으고 있지만, 미모와 연기력을 고루 갖춘 역랑 있는 20대 여배우들의 계보는 어느 시점에서 끊어져 30대와 40대 여배우가 주연으로 출연하여 나이 어린 남성을 상대하는 영화와 드라마가 인기를 끌고 있다.

 


김혜수, 전지현, 전도연, 김태희, 김희선, 김아중, 박민영, 송혜교, 손예진, 한지혜, 한채영, 한고은, 한가인, 김하늘, 하지원 등 20대부터 인기를 끌며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점령했던 스타들이 30대에서 40대에 이르고 있다.

 

그에 비해 영화와 드라마의 주역이라 할 수 있는 20대 여배우들의 존재감은 아직 미력하다. 물론 몇 년 사이 공급은 많이 늘었다. 신세경, 김슬기, 정혜성, 류효영, 류화영, 윤소희, 박혜수, 심은경, 박신혜, 서현, 김고은, 채수빈, 정소민, 전효성, 설리, 한선화, 서예지, 설현, 정은지, 박보영, 유이, 고아성, 윤아, 수지, 크리스탈, 이유영, 류혜영, 효민, 임지연, 이선빈, 안소희, 유리, 다솜, 김지원, 혜리, 고아라, 박소담, 진세영 등 이중 김고은이나 신세경, 박신혜는 중견 텔런트 이상이고, 이번 포스팅에서 다루고 있는 설현, 수지, 설리는 가장 장래가 기대되는 불루칩과 같은 존재감 있는 여배우들이다.

 

최근 20대 여배우들의 공급이 늘어난 것에는 아이돌 출신 여배우들이 최근 연기자로 변신한 것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7년 계약을 마치고 그룹 해체 후 연기자로 진로를 개척하는 여배우들이 많이 증가한 것이다.

 

그러나 아직은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고정 시청률을 확보하며 다양한 색깔을 가진 남성 배우들과 캐미를 맞춰갈 수 있는 여배우들이 부족한 실정이다.

 

앞으로 우리나라의 대중문화의 성패는 아이돌 가수에서 영화배우와 탤런트로 얼마나 이들 여배우들을 주연급으로 연착륙 시킬 수 있느냐에 성패가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이들은 국내는 물론 국제적으로 이미 많은 고정 팬들을 확보하고 있고, 오랜 기간 연예계 생활을 해왔기 때문에 대중예술의 전반적인 흐름을 이해하고 있다. 간간히 예능 활동을 병행했기 때문에 대중 친화성과 연예계 인맥도 구축하고 있다. 무엇보다 강한 개성과 흡인력으로 스타성을 지니고 있다는 장점이 있다.

 

10대 시절, K-POP의 황금기 주역들이 20대에 이르러 그룹 해체와 동시에 연예계에서 은퇴하지 않고 TV 브라운관과 스크린에서 화려한 몸짓과 용트림으로 부활 할 수 있도록 얼마나 많은 기회를 제공하고, 그 기회를 이용하여 성장할 수 있도록 주변에서 도와 줄 수 있느냐가 우리나라 대중문화와 영상산업의 국제화에 큰 기로가 될 것이다.

 


따라서 이런 시점에서 중견 배우들인 설경구와 성동일, 류승룡의 아이돌 출신 여배우들에 대한 폄하 발언은 매우 유감스런 행동이 아닐 수 없다.

 

스크린에 진출하여 연기자로 꿈을 펼쳐 가려는 설현, 설리, 수지에게 따뜻한 한 마디 말로 도움은 못 줄망정 백치미 발언이나 의상 폄하 발언과 인신 공격성 발언으로 기를 꺾어 놓는 중견 배우자들의 행동들은 우리나라 대중문화예술 발전에 결코 도움이 되지 못하는 자세이다.

 

아이돌 출신 배우에게 연기력 논란은 당연히 따를 수 밖에 없는 현상이다. 그러나 영화 감독들은 이들을 주연급 배우로 발탁했다. 그 이전 가수와 연예활동 경력을 충분히 감안한 배우 캐스팅이었다. 그런데 한편으로 그런 아이돌 출신 여배우에 대해서 신인만도 못한 대우를 하고 있다. 이것은 어불성설이다. 정말 상식적인 대중예술인이라면 한 영화의 주연급 배우에게 결코 백치미 발언이나 애교 덕목들을 강요할 리는 없을 것이다.

 

앞으로 중견 남성배우들에 의한 아이돌 출신 여배우에 대한 폄하 발언들은 이것으로 그쳤으면 한다. 착한 심성과 아름다운 용모를 가진 여배우는 백치미가 아닌 인간적인 품성과 아름다운 용모를 가진 여배우라고 칭하면 되는 것이다. 애교는 여배우들의 필수 덕목이 아닌 반려견들의 필수 덕목이다. 기자들의 문답에 익숙하지 못하고 의상에 신경을 썼던 설리의 태도는 때로는 의상으로 더 많은 대답을 하는 배우도 있다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이미지 출처: YTN, KBS, SBS, 유튜브, 중앙일보, 디스패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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