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연재의 연예계 진출을 어떻게 볼 것인가?

손연재의 연예계 진출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뜨겁다. 지난 2월 손연재의 선수 생활 은퇴가 연예계 진출 때문이라는 소문이 나돌자 손연재의 소속사는 이를 전면 부인했다. 그러나 지난 4EBS 자연 다큐 <이것이 야생이다> 기자 간담회에서 본격적으로 연예계에 진출하는가?’란 질문을 받은 손연재는 스물네 살 대학생으로서 모든 길들에 대해 열어 놓고 생각하고 있다.’는 답변으로 연예계 진출 가능성을 암시하는 말을 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강호동, 서장훈에 이어 또 한 명의 스포츠맨 출신 유명 예능인이 탄생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환영 하는 시각과, 최순실 게이트와의 의혹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손연재의 방송 진출은 아직 이른 것이 아닌가 하는 반대 입장도 있었다.



보통 때 같으면 손연재의 연예계 진출을 환영하고도 남을 많은 젊은 층들이 최근 연예인 가족들과 기존 스타들이 방송을 독점하는 추세의 영향으로 샐럽들의 방송진출을 경계하는 모습들을 많이 보였다. 경제불황의 여파로 힘들게 살고 있는 우리나라 젊은이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엿볼 수 있는 기회였다.

 

필자는 손연재의 방송 진출을 환영하는 입장에서 연예게 진출을 반대하는 여러 가지 시각들을 함께 살펴보았다.

  

손연재 연예계 진출을 반대하는 입장들

 

반대1

리듬체조 발전과 스포츠계 발전을 위해 지도자 길을 걷길

 

리듬체조의 불모지 대한민국에서 아시안게임과 유니버시아드 대회 금메달과 올림픽 종합4위의 성적을 거둔 손연재의 기록은 역사적 의미가 있는 사건이다. 손연재가 은퇴 후에도 체육계에 남아 지도자의 길을 완주하며 리듬체조 꿈나무 발굴과 육성에 힘을 기울이고 대한민국 스포츠 분야 발전에 이바지하길 바라는 입장이다.



반대2

스포츠계와 생리가 다른 연예계에 연착륙 어려울 듯

 

연예계는 스포츠계와 많은 면에서 차이가 있다. 스포츠 영역은 땀 흘린 만큼 열매를 거둘 수 있고, 실력에 따라 보상을 받는 정직한 무대이지만, 연예계는 실력은 기본이며 운이 함께 따라줘야 하는 흥행의 영역이며, 연예인만의 끼와 기질 없이는 하루도 연예계에서 버틸 수 없다.

 

손연재가 스포츠 영역에서는 돋보이는 미모의 소유자라 할 수 있지만, 연예계에서 통할 수 있는 용모가 아니라는 주장이 있다. 손연재에게서 특별한 연예인 소질과 끼를 발견할 수 없다고 하는 시각들이 있는 만큼 연예계 진출을 좀 더 신중하게 고려해야한다고 보는 입장이다.



 

반대3

불공정한 경쟁, 스타에서 스타로 이동은 무효

 

연예인의 꿈을 키우며 오랜 기간을 연습생 신분으로 살아가는 수많은 청소년들이 있다. 자신을 연예계로 이끌어줄 썩은 동아줄 하나 없고, 밀어줄 든든한 뒷배가 없는 흙수저 연예인 지망생이 수십만 명이다. 평생 방송 출연 한번 해보는 것이 꿈인 젊은이들이 수두룩한데, 그들의 연예계 입성은 낙타가 바늘 구멍을 통과하는 것보다 힘든 것에 비해 손연재의 연예계 진출은 너무 쉬웠다. 스포츠계에서 성공했다고 해서 연예계로 바로 낙하산을 타고 입성할 수 있는 이런 연예계의 인적조달 구조는 너무 불공평한 것이 아닌가? 정당한 희생과 공정한 경쟁을 치르지 않고 연예계로 입성하는 손현재의 발걸음은 무효라고 하는 주장이다.

 

반대4

획일화된 가치를 확산시키는 데 기여할 듯

 

우리나라는 권력과 명예와 부의 편중 현상이 심하다. 시대마다 권력과 명예와 부는 이동을 하는데, 오늘날 대중예술 분야는 부와 명예와 권력이 집중되는 영역이다. 따라서 너나 할 것 없이 연예인이 되고자 하는 풍조가 심하다.


 

그러나 한 국가가 제대로 기능을 하려면 사회의 모든 영역이 고르게 발전해야 한다. 과학자도 필요하고, 기술자도 필요하고, 인문학 학자도 필요하고, 교사들도 필요하다.

 

그런데 한 영역에서 성공한 손연재와 같이 영향력 있는 인물들이 자신의 분야를 버리고 연예계로 진출한다면 청소년들은 그러한 모습을 보고 무엇을 배울 것인가? 우리 사회는 부와 권력, 명예가 집중되는 연예계로 진출하려는 획일적인 가치관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입장이다.

 

반대5

연예계 진출 안할 것이라는 약속 이행해야

 

손연재의 소속사는 지난 2월 은퇴 후 연예계로 진출을 할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가끔 섭외 요청에 응할 수 있겠으나 연예인을 본업으로 삼지 않을 것이라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그런데 지금 손연재는 EBS 다큐 <이것이 야생이다>는 물론 MBC ‘아육대SBS 새 파일럿 예능인 <내 방 안내서>에 출연 예정이다.

 

손연재는 지난 2월 대중들 앞에서 밝혔던 연예인이 되지 않겠다는 약속을 성실히 이행해야 한다. 사회적 공인으로서 언론을 통해 대중들과 한 약속을 쉽게 번복한다면 그것은 팬들과의 신뢰관계를 저버리는 것이다. 대중들은 언론을 통해 공식화한 입장을 손쉽게 뒤집어 버린 손연재의 태도에 실망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손연재의 연예계 진출을 찬성하는 입장들

 

찬성1

스포츠 지도자의 길과 선수의 길은 완전히 다른 길

 

선수의 길과 지도자의 길은 다르다. 대부분 스포츠 영역에서 선수 시절 훌륭한 성적을 낸 인물이 훌륭한 지도자가 된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그것은 선수로 활동하는 영역과 코치나 감독으로 활동하는 영역이 완전히 다른 영역이기 때문이다.

 


선수로서 탁월한 성취를 달성했다고 해서 그 분야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라는 것은 산업시대의 논리이다. 오늘날처럼 직업의 수명이 점차 짧아지고 주기적으로 사회적 변혁이 발생되는 이 때에 평생 한 분야에만 종사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 되지 않는다.

 

아직 대학생 신분인 손연재에게는 살아온 날보다 앞으로 살아가야 할 시간이 훨씬 많이 남아 있다. 한 치 앞도 예상할 수 없는 불확실한 시대에 손연재에게 리듬체조 관련 분야 외에 선택할 대안이 없다면 이것도 비극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손연재가 자신의 지금까지의 경력은 물론, 소질과 적성을 고려하여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팬들은 뒤에서 조용히 지켜봐 주는 것이 더 옳지 않겠는가?


 

찬성2

손연재의 연예계 성공 가능성 충분

 

스포츠인 출신들이 연예계에서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은 일종의 편견이다. 현재 연예계에는 스포츠인 출신 연예인들이 많이 활동하고 있다. 강호동, 서장훈, 현주엽, 안정환만 운동선수 출신이 아니다. 쇼트트랙 선수 출신 배우 송중기와 피겨 스케이팅 선수 출신의 송혜교, 수영선수 출신의 소지섭과 유이, 야구선수 출신의 윤현민, 예전엔 강병규가 있었고, 손연재처럼 리듬체조 선수 출신의 전혜빈과 신수지 등이 있다.

 

가장 치열한 경쟁의 무대인 스포츠 분야에서 생존해 온 손연재의 선수 시절 경험은 연예계의 냉혹한 생태계에 뿌리내릴 수 있는 버팀목으로 작용할 것이다. 모두 알다시피 리듬체조의 전통적 강자는 유럽이다. 손연재는 체형과 체력, 전통과 기술 모든 면에서 뒤졌지만 수많은 연습과정을 통해 동양인의 한계를 극복하고 훌륭한 기록을 남긴 인물이다. 이러한 노력과 근성이 살아 있는 한 손연재의 연예계 성공은 충분히 가능하다.



그리고 손연재는 대중적 관심을 유도하는 흡입력을 가지고 있다. 연예인은 꼭 외모가 수려하고 몸매가 좋고, 대사를 잘 치고, 뛰어난 재치를 발휘해야 인기를 끄는 것이 아니다. 현존하는 인기 연예인보다 더 수려한 외모와 뛰어난 능력을 가진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사람을 끄는 것은 일종의 스타성이라고 볼 수 있다. 손연재는 독특한 개성과 캐릭터를 가진 인물이다. 대중들의 시선과 관심을 견인할 수 있는 독특한 매력이 존재한다. 이러한 스타성이 있는 한 손연재의 장래성은 어둡지 않다.

 

최근 필자는 EBS 자연다큐 <이것이 야생이다>를 시청했다. 천연기념물인 수달과 오소리를 보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김국진을 보기 위해서도 아니었다. 뙤약볕 아래서 수달의 흔적을 쫓아 늪지대를 온종일 뒤지며 수달 똥을 발견하고 좋아하던 손연재를 보기 위해서였다. 그만큼 손연재는 시청자들을 끌 수 있는 나름 힘을 가지고 있다.

 

찬성3

불공평하다고만 볼 수 없는 손현재의 연예계 진출

 

손현재는 누구처럼 금수저 출신 운동선수가 아니다. 가난한 서민 집안에서 태어나 경기 참가비를 마련하기 위해 부모님들은 휴일에도 쉬지 않고 일을 하셨고, 비용을 아끼기 위해 어머니가 직접 체조복을 만들어 주셨던 어려운 집안 사정을 딛고 자수성가한 케이스이다.

 

손현재에게 연예계가 러브콜을 보낸 것은 든든한 뒷배가 있어가 아니라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인 공로를 인정했기 때문이다. 그러한 성취가 타인에 의한 것이 아닌 본인의 노력으로 만든 결과인 만큼 손현재의 케이스는 다른 금수저 연예인과는 다른 잣대로 평가해 줄 필요가 있다고 본다.


 

찬성4

예능 프로그램의 발전에 기여할 충분한 자질 있어

 

EBS 자연 다큐 <이것이 야생이다>의 손승우 PD는 김국진과 손연재를 섭외한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남성 출연자는 거목 같은 분, 여성 출연자는 꽃봉우리 같은 구도를 생각했다. 자연을 듬직하게 바라봐줄 수 있는 분과 그 모습 자체가 자연과 너무 닮아 피어날 것 같은 사람을 생각해서 김국진과 손연재를 섭외하게 됐다"

 


손승우 PD는 시시각각 변하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보다 다양한 연령층이 볼 수 있도록 기획했다고 한다. 그리고 기존 예능인들보다 자연을 잘 보여줄 수 있는 MC로 손현재를 택했다.

 

손연재는 예능프로에 단골로 등장하는 걸그룹이나 개그맨, 탤런트처럼 톡톡 튀거나 풍부한 입담과 화려한 개인기를 장착하진 않았다. 그러나 다른 출연자들이 줄 수 없는 리얼버라이어티가 지향하는 자연스러운 인간미를 풍기는 캐릭터로 시청자들을 흐뭇하게 해주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

 

손연재는 리듬 체조 올림픽 결선에 진출한 걸출한 선수들 사이에서도 가장 표정이 밝고 표현력이 돋보이는 선수로 모든 심판들로부터 호감을 받는 선수였다.

 

손연재의 안티팬들은 손연재의 국내 인기에 거품이 껴있다고 반론을 제기한다. 세계선수권과 올림픽에서 메달도 따지 못한 선수에 대한 언론플레이라며 거품 주장을 펼치곤 한다. 그러나 인기와 성과는 반드시 일치하진 않는 법이다. 손연재가 선수로서 거둔 성적보다도 큰 인기를 누렸던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그것이 스타성의 유무이다.

 

찬성5

개인의 진로 선택은 어디까지나 본인 의사를 존중해야

 

지난 2월 소속사가 밝혔던 손현재의 연예계 진출 없다는 주장은 지난 4EBS 기자간담회에서 모든 길을 열어 두고 생각하고 있다는 손현재의 입장 표명에 의해 무효가 되었다.

 

물론 번복한 사실이 팬들에게 혼란을 주고 신뢰감을 약화 시키는 작용을 했던 것은 분명하지만, 24년 동안 리듬체조만 생각하며 살아온 손현재의 입장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은퇴 후 그 마음이 얼마나 혼란스러울지 말이다.



그러므로 번복한 사실에 방점을 찍지 말고 올바른 길을 찾아갈 수 있도록 손현재를 도와주는 것이 더 좋지 않은가 한다. 한 사람의 직업 선택의 자유는 헌법이 보장하는 것이다. 손현재가 연예인이 되어 개인적으로 행복해지고, 팬들을 향해 무엇인가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면 그것으로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이미지 출처: EBS, MBC, SBS, 뉴스토마토, Y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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