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배구, 차해원 스피드 배구에 도쿄 올림픽 ‘빨간불’ 켜지다

김연경이 쓰러졌다. 지난 6월 7일 태국 나콘 찻차시마에서 열린 발리볼네이션스리그 4주차 한국과 터키의 경기를 본 한국 배구팬들은 큰 충격에 휩싸였다. 2세트 16-15 상황에서 수비를 하던 김연경이 상대편 터키의 주장 에다 에르뎀의 중앙 속공에 얼굴을 맞고 쓰러지는 장면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그 전날 한일전은 배구여제에게 더 잔인한 날이었다. 6월 6일 현충일 당일, 김연경은 치열한 접전이 될 것이라 예상되었던 한일전에서 계속되는 리시브 불안을 노출하였고, 서브는 네트에 걸렸고, 공격한 공은 코트 밖을 넘어갔다. 연속적인 범실로 시합 도중 교체되는 수모를 당했다. 무릎 어깨 복부 3중 부상으로 최악의 상황 속에서 활약한 런던올림픽 준결승전에서도 이런 모습을 보인 적이 없던 배구 여제였다.




차해원 스피드 배구에 배구여제 쓰러지다


한국팀의 주장이자 주된 득점원, 무엇보다 정신적 구심점이자 대한민국 배구의 상징인 김연경의 불안정한 모습에 한국팀은 일본과 터키와의 결전에서 한 세트도 따내지 못하는 셧아웃 패배를 당하고 말았다. 


이에 김연경의 절친이자 선배인 한유미 KBSN 해설위원은 지금까지 오랫동안 김연경을 지켜봐왔지만, 이번 경우처럼 김연경이 리시브 불안을 보인 적이 없었다고 말하며, 김연경의 부진에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그렇다면 자신의 체력과 멘탈을 누구보다 철저히 관리하여 365일 기복 없는 실력을 보여주는 것으로 유명한 관리력의 달인 김연경이 한일전에서 그와 같은 불안정한 모습을 보인 이유는 무엇 때문이었을까? 터키 리그에서 세계 최고 공격수들의 공격에도 결코 흔들림 없는 안정적인 리시브와 디그를 보여주었던 배구 여제 김연경이 자신의 얼굴로 날아오는 공도 피하지 못하게 만든 신체적 이상과 정신적 고뇌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  


이번 2018 VNL 한일전과 한-터키전에서 보여준 김연경의 모습에 대해 배구팬들은 크게 당혹스러워 했다. 그리고 혼란 속에서 각기 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일부에선 일본의 분석력과 조직력에 바탕을 둔 고도의 심리전에 배구 여제가 당했다는 의견을 내놓았고, 김연경의 팬들은 발리볼네이션스 2주차에 보였던 김연경의 허벅지 부상 여파와 한일전이란 정신적 부담감 때문일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일부에서는 일반인들은 알 수 없는 조직 내부 갈등, 특히 차해원 감독과 선수들 간의 내부 불화설을 제기하기도 했다.


다행스럽게도 한일전에 비해 한-터키전에서 김연경은 18득점을 올리며 전날 7득점에 머물렀던 공격 공헌도를 끌어올렸고, 비록 에다의 공에 얼굴을 맞긴 했지만, 불안했던 수비 리시브도 어느 정도 안정을 되찾아 한일전의 부진이 부상과 체력의 문제이기보단 심리적 문제이자 멘탈의 문제였을 것이라 추정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것도 어디까지 추정일 뿐, 김연경이 훈련 과정에서 얻은 허벅지 근육 파열은 아무리 경미한 상태라도 최소 2주 이상의 절대 안정을 요하는 질환이다. 주사치료가 필요한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5주 이상의 치료기간과 그 이상의 재활이 필요하고, 수술이 필요한 햄스트링 파열 같은 경우에는 수술 후 재활기간만 6개월에서 1년이 소요되는 심각한 질환이다. 그런데 김연경은 1,2 주차 부상이 있는 몸 상태로 평소보다 몸을 혹사하며 중국전, 러시아, 독일, 이탈리아전을 치루고, 3주차에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고 치열한 4주차 경기를 치렀기 때문에 의학적으로 볼 때 상처 부위가 나았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런데 김연경은 어떻게 허벅지에 상처를 입게 되었는가? 바로 낮게 토스 된 공을 빠르게 처리하는 공격방식을 강조한 차해원 감독의 스피드 배구 훈련 중에 입은 부상이었다. 



한편 필자는 김연경의 허벅지 부상설뿐만 아니라 차해원 감독과의 내부 불화설에도 가능성을 두고 이 문제를 바라보고 있다. 물론 겉으로 볼 때 국가대표팀의 분위기는 좋아보인다. 하지만 현재 국가대표 감독직을 맡고 있는 차해원 감독의 선수단 운영은 선수들이 아닌 일반 팬들이 보기에도 상식선에서 납득이 되지 않는 전술 운영과 선수기용, 작전 타임 지시 내용, 갈등을 조장하는 언론플레이 등으로 배구팬들 역시 차감독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갖고 있다. 


세계 최고의 리그에서 최고의 감독들을 경험했던 김연경으로서는 차해원 감독과 코칭 스태프들의 선수단 운영에 대해 깊은 고민을 안고 있을 것으로 예상이 된다.


필자는 김연경의 고민 그 한가운데 차해원 감독의 스피드 배구가 위치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김연경 정도의 선수라면 누구보다 이 스피드 배구가 현 국가대표 구성원들 사이에서 실현 불가능한 전략이란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린 선수들 앞에서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할 대표팀 주장이란 위치와 한때 수원한일전산과 흥국생명에서 은사이자 감독으로 차해원 감독과 인연을 맺었던 터라 함부로 자신의 의견을 개진할 수 없었을 것이다. 


따라서 필자는 차해원 감독의 스피드 배구 강행에 따른 현 국가대표 선수들의 부담을 경감시키고 김연경과 양효진, 이재영, 이효희 등 국가대표 주력 선수들의 줄부상이 오기 전에 차해원 감독의 스피드 배구에 대한 문제점을 공론화 할 필요성을 느껴 이 글을 쓰게 되었다.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진 스피드 배구, 

벨기에전 졸전, 폴란드 앞에도 종이호랑이 

12연패 아르헨티나에게 승리의 첫 선물 증정


졸전이었다. 차해원 호의 첫 항해는 처음부터 삐그덕거렸다. 지난 5월15일 중국 닝보에서 열렸던 발리볼네이션스컵 1주차 첫 경기 한국과 벨기에전은 40% 완성도의 스피드 배구로 나간 첫 출전이었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가능성만은 보여야했다. 그러나 세계 장신 블로커를 상대한다던 스피드는 오간데 없었다. 시종일관 낮게 토스된 공을 공격수가 때리면 여지없이 블로킹 벽에 가로 막혔다. 세대교체 중 이제 청소년대표에서 갓 넘어온 평균나이 20세, VNL 출전 최연소 연령대로 구성된 세계랭킹 13위 벨기에 소녀들을 맞아 김연경과 대한민국 1진으로 구성된 한국 대표팀은 0-3 셧아웃 패배라는 기대에 못 미치는 졸전을 펼쳤다. 


첫 경기여서 그랬을까? 그것은 벨기에도 마찬가지였는데 말이다. 갓 스무 살 벨기에 선수들이 첫경기에 대한 부담이 더 크지 않았을까? 그렇다면 4연승 후 맞이한 3주차 경기에서는 어떠했을까? 차해원 감독이 평소 스피드 배구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하던 김연경과 김수지, 양효진을 제외시키고 본격적인 스피드 배구 시험대가 된 3주차 네덜란드 아펠도른에서 펼친 3경기를 살펴보자.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이들 경기에서도 한국팀은 충격적인 연패를 당한다. 브라질과 네덜란드와 같은 강팀뿐만 아니라 무난히 1승의 제물로 삼을 것이라 여겼던 세계랭킹 22위인 폴란드에게도 세트스코어 0-3(11-25, 15-25, 16-25) 참혹한 셧아웃 패배를 당한다.


그렇지만 폴란드가 예전의 그 폴란드가 아니란 말도 있다. VNL 득점 1위를 달리고 있는 말비나 스마르잭의 높은 타점과 유난히 아시아 팀에게 강한 폴란드 팀 컬러도 있으니 말이다. 그래도 작년 월드그랑프리 2그룹 대회에서 홍성진 감독이 이끈 한국팀은 폴란드와 3번 싸워 2번을 이겼다. 마지막 결승전 패배는 양효진의 부재와 전날 독일전 접전으로 체력 소진에 의한 것이었다. 적어도 폴란드는 각 세트 마다 10점차 이상으로 질 상대는 아니었다. 


십분 양보해서 폴란드는 그렇다 해도 아르헨티나 전에서의 패배은 정말 아쉬움이 컸다. 한국 여자배구팀은 지난 6월13일 아르헨티나 산타페에서 열린 VNL 5주차 첫 경기에서 이번 VNL 최약체로 평가받던 아르헨티나와의 경기에서도 충격적인 셧아웃 패배를 당하고 만다. 이 패배가 아르헨티나에게는 개막 12연패 후 홈에서 얻은 첫 승리였다. 아니 동네북 아르헨티나가 VNL에서 유일하게 거둔 승리가 한국전이었다. 그리고 직전까지 한국과 아르헨티나의 역대 전적은 8전 전승으로 아르헨티나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한국을 이겨보지 못한 전통적으로 한국에 약한 팀이었다. 게임은 물론 한세트도 빼앗아보지 못해 그야말로 공한증을 갖고 있던 팀이었다. 



물론 태국에서 경기를 마치고 40시간이나 걸려 도착한 아르헨티나에서 치룬 첫 경기이자 5주차 쉼 없는 출전으로 체력이 바닥을 치는 상황에서 치룬 경기라는 점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이것은 아르헨티나도 마찬가지였다. 아르헨티나 역시 4주차 유럽 폴란드 원정 경기를 마치고 막 본국에 돌아와 치룬 첫 경기였다. 이번 VNL에서 아르헨티나가 보여준 경기력을 감안한다면, 한국은 이 경기에서 최소한 한 세트 이상은 따내야 했다. 이날 보여준 한국의 경기력을 보면 VNL에 속한 국가 중 한국팀이 가장 전력이 약한 팀이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VNL 경기를 모두 마친 이 시점에서 과거 경기를 돌아보면, 우리 팀의 문제는 너무 복합적이라 몇 가지로 단정지을 수 없다. 언론에서는 리시브 불안과 기본기 부족, 미카사볼 부적응, 라이트 전력의 부재, 엔트리 구성 편중, 코칭 스태프들의 상대팀 전력 분석 미비 및 전술의 부재, 세터들의 토스 질 저하와 조직적인 세트 플레이 부재 등으로 보고 있다. 필자 역시 위 문제점들에 동의한다. 그런데 필자는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다고 본다. 


바로 차해원 감독의 스피드 배구의 문제점이다. 언론과 신문지상에는 마치 우리 대표팀이 앞으로 지향해야 하는 전략 전술로 앞 다퉈 미화 찬양하고 있지만 필자가 볼 때 스피드 배구는 현 한국팀의 실정에 맞지 않은 계륵과 같은 존재이다. 하지만 언론상에는 어느 누구도 이 문제점에 대해 주목하고 있지 않다. 


그러나 이번 VNL를 돌이켜 보면 공교롭게도 차해원 감독이 스피드 전략을 강조한 경기마다 완벽하게 패배했고, 그 경기에선 리베로의 리시브와 세터들의 토스도 흔들렸으며, 공격수들은 타점 낮게 토스된 공을 스파이크로 처리하기보단 연타로 넘기기에 급급했다. 가장 유기적으로 맞물려 돌아가야 하는 스피드 배구에서 선수들은 가장 어수선했고 극심한 동요를 보였다. 


한국팀이 승리한 경기는 스피드 배구 전략을 쓰지 않고 종래의 김연경과 양효진, 김수지, 이효희의 노련미를 앞세운 경기로 평소에 하던 대로 운영한 경기에서 승리를 가져올 수 있었다. 높이와 타이밍을 살린 이 때는 세계랭킹 1위 중국과 유럽의 전통적 강호 러시아도 물리칠 수 있을 만큼 대한민국은 강력한 집중력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차해원 감독이 줄기차게 세터들에게 ‘낮은 토스’와 ‘빠른 움직임’을 주문했던 경기들에서는 여지없이 패배를 당했다. 이 때는 김연경과 김수지, 양효진이 있어도 힘없이 무너질 때가 많았다.


최근 차해원 감독은 오마이뉴스 김영국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생각하는 스피드 배구는 무조건 낮은 토스의 공이 아니라 선수 개개인에 따라 적합한 높이를 가진 공이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배구팬들은 차해원 감독이 지난 VNL에서 한 일을 알고 있다. 경기 중 작전타임에서 줄곧 세터들에게 낮은 토스를 요구하던 것을 당시 밤을 지새며 VNL 경기를 지켜본 배구팬들은 다 목격했고, 세계 어떤 감독도 지적하지 않았던 김연경의 스파이크 폼과 높이를 지적한 내용 또한 다 알고 있다. 


스피드 배구가 가져온 문제가 이 정도쯤 되면 국가대표 주 전략의 변화를 꾀해야 하지만 현재 차해원 감독은 스피드 배구의 전략적 전환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이 없는 듯하다. 오히려 아시안 게임을 대비하여 진천 합숙 훈련 때 더 강도 높은 스피드 배구 전술 훈련이 실시될 것으로 보인다.



VNL 전 경기를 마치고 귀국한 차해원 감독은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세계 강호들과의 대결에서 우리팀의 약점으로 파워 부족을 들었고, 앞으로 더 고강도 웨이트 트레이닝과 국가별 맞춤 훈련으로 이후 경기들에 대응해 나가겠다는 의견을 피력하였다. 아쉽게도 스피드 배구의 한계에 대한 문제의식은 갖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체력과 파워의 문제를 단순히 근력의 문제로 보고 더 강한 체력 훈련으로 이 문제를 돌파해 나가겠다는 차해원 감독의 진단은 단편적으로 보인다. 물론 웨이트 트레이닝은 중요하다. 하지만 휴식기 없는 선수생활로 피로누적이 심한 상태에 있는 국가대표 주전 선수들의 탈진 상태에 대한 인식이 먼저 선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스피드 배구의 한계에서 드러난 문제와 선수들의 근력 부족에 따른 파워 부족의 문제는 구분되어야 한다. 왜 우리 선수들이 공에 파워를 실어 스파이크를 때리지 못했는지 그것은 선수 개인의 근력 문제인지 아니면 부상 때문인지 스피드 배구의 낮고 빠른 토스에 타이밍을 맞추지 못해 공을 맞추는데 급급해서인지 최소한 그 점은 구분되어야 한다.  


필자는 VNL에서 드러난 대표팀의 상당수 문제가 차해원 감독의 스피드 배구 전략 때문이라 생각한다. 스피드 배구는 지금의 우리 대표팀 색깔과는 전혀 맞지 않다. 그리고 아직 스피드 배구의 완성도가 높지 못하기에 충분히 기다려 줘야 한다는 일부 시각도 있으나 더 이상 참고 기다리다가는 김연경을 비롯하여 양효진, 김수지, 이효희, 이재영, 김희진까지 줄 부상이 올 가능성이 높다고 보기 때문에 이 글을 통해서라도 차해원 감독이 주장하는 스피드 배구의 비현실성을 짚고 넘어가고자 한다.


자 그렇다면 스피드 배구란 어떤 형태의 배구이며, 스피드 배구가 왜 현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 선수단과 맞지 않는지, 그리고 차해원 감독의 전술운영이 왜 문제가 되며 앞으로 어떤 문제를 발생시킬지 알아보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 



21세기 남자배구의 대세, 스피드 배구


여자배구 최초로 국가대표팀 전임 감독으로 선임된 차해원 감독은 자신의 취임사에서 도쿄 올림픽을 겨냥한 자신의 3대 전략을 발표했다. ‘스피드 배구’, ‘장신화’, ‘서브의 무기화’이다. 여기서 장신화 전략과 서브의 무기화 전략은 우리 대표 팀의 숙원 사업이기에 이론의 여지가 없다고 본다. 


그러나 한 마디만 덧붙이자면, 장신화와 스피드 배구는 절충하기 어려운 목표이며, 스피드 배구로 인한 체력 소모와 피로 축적은 ‘서브의 무기화’를 어렵게 한다. 우리나라처럼 선수층이 얇은 국가대표팀에서 장신이라는 ‘높이’와 스피드라는 ‘빠르기’를 모두 겸비한 선수를 발탁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며, 이미 발리볼네이션스컵 3~5주차만 보더라도 스피드 배구로 인한 체력 저하가 서브의 약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은 이미 현실로 증명 되었다. 즉 차해원 감독이 지향하는 3대 목표는 함께 시너지를 갖지 못하고 서로 상충되는 목표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자 그렇다면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스피드 배구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자.



브라질 국가 대표팀 감독 베르나르도 헤젠데에 의해 창안된 21세기 신개념 배구인 스피드 배구는 ‘전원 공격, 전원 수비’의 토털배구의 한국적 수용 명칭이다. 이 스피드 배구는 남자배구에 한해서 20세기식 분업배구의 대척점에 서 있는 현대 배구의 큰 흐름이다. 우리나라는 남자배구팀인 현대캐피탈의 최태웅식 스피드 배구와 OK저축은행의 김세진식 스피드 배구가 이 개념을 도입하여 나름 종래의 외국인 용병 몰빵 배구와는 다른 차별점을 선보였다. 여자배구에서는 차상현 감독의 GS칼텍스가 스피드 배구를 지향하고 있다. 현 국가대표 신임 사령탑 차해원 감독은 2014년부터 GS칼텍스 서울 KIXX배구단의 수석코치를 맡았었다.


한국 프로 리그에 도입된 토털배구는 스피드 측면만 부각되었을 뿐 세계배구의 대세인 리시브가 제대로 안 된 공도 4인 공격 시스템의 세트플레이를 통해 공격 득점으로 이어가는 헤젠데식 토털배구와는 많이 다르다. 따라서 필자도 스피드 배구라고 이름을 부르겠다.


스피드 배구의 발생 배경과 강점


헤젠데식 배구 방식이 등장한 이유는 현대 배구의 스파이크 서브의 등장 때문이다. 스파이크 서브의 대중화로 리베로가 정확한 퍼펙트 리셉션을 할 수 없고, 장신 미들블로커의 기량 향상으로 블로킹을 피해 공격을 성공시키기 어렵게 되자 상대적으로 유럽에 비해 신장에 열세를 가지고 있던 브라질이 자신이 유럽에 비해 강점으로 내세울 수 있는 스피드와 유연성, 또 선수들의 개인기를 이용한 전원 공격 전원 수비 형태의 토털배구를 창안한다. 이 스피드 배구는 곧 브라질을 넘어 전 세계 배구의 대세를 형성하게 된다.


스피드 배구는 리시브에 대한 부담을 줄이면서 공격 루트를 다양화 하고, 공격 득점력을 향상 시킬 수 있는 전략이다. 리시브가 부정확하더라도 어택 라인 근처에만 공을 올려주면 세터가 자신과 리베로를 제외한 전체 공격수 4명 중 한 명에게 낮고 빠른 공을 쏴주고, 공격수는 평소 3스텝을 밟고 점프를 했다면 2스텝만 밟는 직선적인 움직임으로 최대한 공격 동선과 시간을 단축하여, 상대편 블로킹과 수비라인이 형성되기 전에 가장 빠르게 공격을 완료하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특히 종래의 분업배구가 아포짓 윙에 오픈 토스를 올인하는 단조로운 공격방식으로, 상대팀의 블로킹이 집중되어 공격 성공에 어려움을 겪었다면 스피드 배구는 공격에 가담하는 4명의 공격수가 전원 공격 대형을 갖추고 트릭 점프를 뛰어주기 때문에 상대방 블로커들은 어디로 공이 날아올지 예측할 수 없어 블로킹이 여러 갈래로 분산되며, 공격자는 공격하기 쉬운 원블로커 상황을 만들 수 있다. 특히 분업배구에서는 잘 쓰이지 않던 후위 레프트 윙의 중앙공격 즉 파이프 공격의 파워를 높여 덤으로 양 사이드 공격의 효율도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따라서 개념만으로 보았을 때, 스피드 배구는 신장과 파워에 열세를 가진 팀이 공격 극대화를 할 수 있는 배구 형태이다. 이미 세계 남자배구에선 주된 흐름이 되었고, 아시아에서는 이란과 일본이 스피드 배구를 장착하여 세계 수준의 높은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여자배구 대표팀 중에서는 유럽팀 중 상대적으로 키가 작은 이탈리아와 아시아의 태국과 일본이 이런 스피드 배구를 일부 도입하여 전통적 강호에 맞서 어느 정도 성적을 유지하고 있는 것을 볼 때 신장이 작은 아시아 배구에도 많은 유익함이 있다. 


그리고 스피드 배구의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은 리시브에 대한 부담 경감이다. 종래의 분업 배구는 일단 세터에게 가는 공이 정확해야 모든 공격이 가능했기 때문에 리시브의 정확도가 중요했다. 그러나 현대배구는 서브 자체가 무기가 되는 시대이다. 스파이크 서브와 변화와 낙차가 큰 플로터 서브가 대중화 되어 리베로들은 세터에게 정확한 공을 올려주지 못하고 있다. 또한 주공격수와 리시브 능력이 부족한 선수에게 서브 목적타가 집중되는 이런 현대 배구계에서 안정적인 리시브 라인을 구축하지 못한 팀은 패배를 당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이런 강력한 서브 공격에 맞설 수 있는 방법은 리시브 능력이 뛰어난 레프트 윙과 리베로를 확보하는 것이지만 그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이 때에 스피드 배구와 같이 정확한 리시브 없이도 공격 성공률을 높일 수 있는 전략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종래의 분업배구는 서브 리시브의 정확도가 중요했다. 세터의 머리에서 1m 이내에 공을 떨어뜨려 주는 것을 목표로 했다(퍼펙트 리셉션). 그러나 스피드 배구는 어택 라인 근처 세터의 머리에서 3m 이내에만 공을 떨어뜨려 주면 충분히 공격 성공이 가능하다. 


현재 우리나라 국가대표 팀은 전 세계 대부분의 팀들이 사용하는 미카사볼이 아닌 스타볼을 공인구로 사용하고 있다. 반발력이 다른 공의 구질 때문에 한국은 리시브 라인이 발리볼네이션스컵 참여 국가 중 최악의 라인을 형성하고 있다. 세계 무대에 나올 때마다 한국 국가대표 선수들은 미카사볼 적응 문제로 홍역을 치룬다. 스피드 배구 전략은 이러한 한국 국가대표팀의 리시브 불안을 덜 수 있는 전략이라 예상될 수 있다.


따라서 어디까지나 이론적으로만 볼 때, 스피드 배구는 한국 여자배구팀에 많은 유익을 가져올 수 있는 전략으로 보인다. 리시브 불안과 범실이 많은 수비 상황과 김연경에 집중된 단조로운 공격 루트, 유럽과 미주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신장을 가진 한국 국가대표팀이 부정확하게 리시브 된 공을 통해서도 김연경 외의 다양한 공격 루트를 확보하여 유럽과 남미의 높은 블로킹을 뚫을 수 있는 좋은 대안이 되는 것이다.   



한국 국가대표팀의 스피드 공격 전략의 문제점

적은 엔트리로 장기 레이스에 맞지 않아 


그러나 스피드 배구는 치명적인 결함들을 갖고 있는데, 불행하게도 한국팀의 약점과 그 결함이 일치한다. 


자, 그렇다면 차해원 감독이 주장하는 스피드 배구가 우리나라 국가대표팀에 과연 부합하는 전략인지 한번 자세히 따져보자.



모든 전략 선정의 기본

자신의 팀에 대한 냉철한 현실 분석에서 시작


군사전략과 스포츠 승리 전략, 마케팅 전략을 불문하고 모든 전략의 기본은 자신이 가진 강점을 극대화 하고 약점은 최소화 하는 데 있다. 브라질의 스피드 배구가 전 세계에서 통할 수 있었던 것은 개인기가 뛰어난 선수 자질과 장시간 뛰어도 지칠 줄 모르는 강한 체력 때문이었다. 즉 개인기와 유연성, 체력을 극대화 하여 유럽의 신장과 파워에 대한 약점을 뛰어넘은 전략이 헤젠데식 스피드 배구이다. 


그렇다면 우리 여자배구 국가대표팀의 장점은 무엇이고 우리 팀의 약점은 무엇인가? 우리 대표팀의 가장 큰 장점은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올라운드 플레이어 김연경이 있고, 불혹 나이에 투혼을 보여주고 있는 이효희와 서른 살 내외의 양효진, 김수지, 김희진, 박정아 등의 노장선수들의 경험치이다. 이들 선수들은 아시아 선수로서 높이와 테크닉을 갖추고 있으면서 다른 선수들이라면 평생 한번 경험하기도 어려운 올림픽을 비롯 비중 있는 큰 대회에 여러 번 출전하는 영광을 누렸다. ‘피지컬을 갖춘 백전노장’이고 할 수 있는 국제 대회에 대한 풍부한 경험을 갖춘 노장 선수들은 우리 팀만의 강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팀의 약점은 무엇인가? 무엇보다 얇은 선수층과 주력 선수와 백업 선수 간의 심각한 수준 차이 그리고 노장 선수 중심이라 체력이 약한 점을 들 수 있다. 


차해원 감독의 기계적인 세대 구분적인 엔트리 구성은 대표팀의 비균형성과 불안정성을 가져왔다. 국가가 잘 되려면 중산층이 두터워야 하듯이, 국가대표팀이 안정적인 팀이 되려면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중간층의 선수들이 풍부해야 하는데, 현재 우리팀은 쓸 수 있는 26명의 엔트리 중 18명만 채웠을 뿐이라 기본 엔트리도 너무 작고, 현재 엔트리에는 V리그에서 백업 멤버로 활동하던 선수 일부와 부상 선수들, 그리고 현재 실전에 참여할 수 없고 교육차 투입된 고교생 선수가 다수 포함되어 있어 실제 경기에 뛸 수 있는 엔트리는 매우 한정적이다. 


더구나 얼마 되지 않는 엔트리마저 비균형적으로 짜여져 있다. 정말 중요한 위치인 아포짓 윙의 경우는 선수 구성 자체가 안 되어 있어 센터를 보던 김희진이 이 포지션을 맡고 있고 백업도 없다. 레프트 윙 자원인 박정아를 포지션 변경을 통해 김희진이 부진할 때 교체 선수로 활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주전과 비주전의 수준 차이도 너무 크다. 김연경, 양효진, 김수지, 이효희, 김희진 여기에 국가대표에 단골로 출전했던 박정아, 이재영 외에는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선수가 없다. 더구나 리시브 경쟁력을 갖고 있는 선수는 팀 내 김연경, 이재영 둘 뿐이다. 둘 중 한 명만 빠져도 팀 내 리시브 구멍이 생기면서 상대팀과 거대한 전력 차이가 생겨난다.


그런데 우리팀의 실제 주전 선수들은 30대 노장들이다. 주력 선수들의 노장화는 파워와 스피드, 순발력, 경기 후 회복능력과 지구력의 약화를 가져왔다. 그 중 가장 큰 아킬레스건은 부상 위험이다. 노장 선수들은 오랜 국가대표 생활과 프로 생활의 혹사 과정을 통해 생긴 크고 작은 부상들을 안고 있어 언제든 팀 전력에 큰 공백을 남길 수 있다. 이들 중 한 명이라도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빠지게 되면 이 공백을 메워줄 선수가 없다. 그만큼 우리팀의 전력은 불안정성이 높다.


따라서 이들 선수들의 공백을 매워주고 평소 이 선수들의 교체 멤버로 어느 정도 실전 능력을 갖춘 이소영, 황민경, 문정원, 김유리, 하혜진 등의 선수들이 있어야 하는데, 우리팀에는 30대 노장 아니면 20대 초반 백업멤버와 10대 고교 유망주가 그 대체 인력으로 투입되고 있으니 팀 전력이 안정이 되지 않고 세터들이 작전 수행을 하는데 큰 어려움을 갖게 되는 것이다.


차해원 감독은 이번 아시안게임 14명의 최종 엔트리에도 고교유망주 3명을 포함시킨다고 한다. 센터 2명과 라이트 1명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들이 전혀 리시브가 되지 않는 인력이라는 점이다. 결국 실전에서는 4명의 레프트가 돌아가며 라이트 백업과 리베로 백업까지 해야 하기 때문에 레프트 윙의 혹사가 예정될 수 밖에 없는 구조이다. 이처럼 선수 구성이 균형성을 상실하고 있는 구조이다. 

 


자, 그렇다면, 차해원 감독이 주장하는 스피드 배구는 우리팀의 강점을 강화해주거나 약점을 상쇄시켜주는 작용을 하는가? 아니면 우리 팀의 강점을 약화시키고 약점을 증폭시키는 작용을 하는가?


필자는 차해원 감독의 스피드 배구가 우리 팀의 약점을 더욱 강화시키는 작용을 한다고 생각한다.



차해원 스피드 배구 문제점1

우리나라 대표팀 선수 구성과 맞지 않은 전략


현 국가대표 선수 중 차해원 감독이 원하는 스피드 배구에 적합한 신체조건과 체력을 겸비하고 있는 선수는 몇 명이나 될까? 


현재 우리나라 중앙 블록을 책임지고 있는 양효진(2017 월드그랑프리 대회 카자흐스탄과의 경기 때 허리부상으로 경기장에서 들것에 실려나왔다, 현재 팔꿈치 부상중이다), 김수지(김수지의 애칭은 거북이다)나 레프트 윙 김연경(이미 3번의 무릎 수술로 무릎 연골이 거의 없다. 근력 강화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근근히 부상을 방지하고 있지만 이번에 다시 무릎이 나가면 은퇴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라이트 윙 김희진(어깨 부상을 달고 살아가고 있는 중이며 최근 팔꿈치 부상으로 전치 5주 진단을 받았다)은 서른 전후의 연령에 도달한 선수로, 체력 소모 이후 회복 시간이 길고, 소속팀과 대표팀 혹사로 이미 크고 작은 부상을 안고 있는 노장들이다. 세터 이효희는 불혹의 마흔이다. 백업 공격수인 박정아(심각한 손목 부상을 안고 있다)도 발이 빠르지 않아 스피드 배구에 적합한 인재는 아니다. 



차해원 감독이 원하는 스피드 맞춤 배구를 수행할 수 있는 선수라야 이재영(작년 발목 부상으로 은퇴까지 고려한 적이 있다. 아침마다 무릎이 안펴진다는 소문도 있다), 강소휘(재작년 무릎 수술과 작년 위장 관련 수술 받음) 정도이다. 이 두 명을 활용하기 위해 우리나라 중앙과 측면을 책임지고 있는 백전노장 선수들을 골병들게 만드는 전략을 채택하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고 본다. 


가만 보면 차해원 감독은 장신 선호가 강해, 모든 장신 선수들을 대표팀에 총집결시켰지만 이 점을 놓치고 있다. 우리나라의 얇은 선수층에선 ‘높이’과 ‘스피드’를 함께 갖춘 선수는 김연경 외에는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장신 선수 중심으로 선수를 뽑아놓고 이들에게서 발 빠른 단신선수들에서 가능한 빠른 템포의 배구를 강요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만약 차해원 감독이 스피드 배구 전략을 필수적인 전략으로 채택하고자 했다면 선수 구성 역시 그 전략에 맞는 선수들을 차출하여 엔트리를 구성했어야 했다. 


최소한 GS칼텍스의 차상현 감독이 만든 스피드 배구 토대를 활용하여 이나연, 강소휘 외에도 GS칼렉스의 선수들을 더 많이 엔트리에 포함시켰어야 하고, 발이 빠른 선수들 위주로 선수 구성을 했어야 한다.


장신 선수들을 발탁했으면 장신 선수에 맞는 전략을 세워야 하는 것이 필수적임에도 전혀 스피드 배구에 맞지 않는 선수들을 주전 선수로 발탁하고 나서 각 선수 특성에 부합되지 않는 스피드 배구를 강요하는 것은 이율배반적이고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 우리팀이 최근에 보이고 있는 불안정성과 비효율성은 이러한 차해원 감독의 비논리성에서 비롯한다.


스피드라는 것은 훈련과 노력으로 만들 수 없다. 태어날 때부터 타고나야 한다. 100m를 15초에 주파하는 선수들을 아무리 강도 높게 훈련시킨다고 해서 100m를 11초에 주파할 수는 없는 것이다. 아무리 훈련기간을 늘리고 스파르타식 훈련을 한다고 해서 결코 나아질 사안이 아니다.


더구나 어차피 세계선수권과 도쿄올림픽에도 김연경, 양효진, 김수지, 김희진, 이효희 등 이들 노장선수들을 주전으로 세울 것이면서 어째서 주 전략은 노장선수들에게 가장 맞지 않는 스피드 배구 전략을 채택했는지 차해원 감독의 의도를 정말 이해할 수 없다.   


현재 차해원 감독의 전술과 선수 기용 패턴을 보면 다음과 같은 차해원 감독의 의도를 전제할 때만 납득이 가능하다. 즉 도쿄 올림픽 전의 세계선수권 대회 등의 세계랭킹과 연관된 경기에 노장 선수들을 대거 투입하여 올림픽 출전권을 따내고 본격적인 올림픽에서는 이다영 세터와 자신이 최근 발굴한 고교 유망주들로 좋은 성적을 내어 성공적인 세대교체를 이루고 국가대표 감독으로서의 위상을 높이겠다는 의도 말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유망주들이 조속히 자라주어야 함으로 VNL에서 네덜란드전이나 아시안게임과 같은 큰 경기에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고교유망주들을 투입하는 대대적인 성장촉진 전략이 필요할 수 밖에 없다. 이런 의중이 아니라면 현재의 차해원 감독의 선수 기용 패턴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전략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따져보자. 청소년 세계선수권대회도 아니고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대만에게도 패배한 청소년 대표팀 수준의 고교생 선수들을 데리고 어떻게 본격적인 성인 무대인 아시안게임과 세계선수권, 올림픽을 치루겠다는 것인가? 이들 선수들은 경험치가 문제가 아니라 기본기가 문제이다. 대표팀이 기본기를 가르쳐 주는 곳은 아니지 않은가? 만일 그렇게 고교유망주들을 가르치고 싶다면 19세, 17세 청소년대표 감독을 해야지 왜 세계 모든 프로 선수들이 집결해 국가 대항전을 벌이는 세계 선수권과 올림픽 감독 자리에 올라 우리나라 국가대표 수준을 청소년대표 수준으로 강등시키고 있는가?


고교 유망주 육성과 경험치는 스무 명 이상 국가대표 예비엔트리 소집 때 집중해서 그 때 함께 훈련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본다. 리잉잉이나 보스코비치 급, 혹은 예전 청소년 대표 시절 김연경, 박정아, 최소한 이재영이 보였던 능력치를 보여주지 않는 이상 최종 엔트리와 현재 에이메치 경기에 지금 수준의 고교유망주들을 대거 참여 시키는 것은 안 그래도 즉전감이 부족한 현 국가대표 팀의 엔트리 낭비로 보여진다. 

   

그리고 만약 고교유망주들을 활용한다고 할 때도 차해원 감독의 스피드 배구 전략은 무모해 보인다. 장신 공격수 위주로 고교유망주를 차출한 차해원 감독은 그들이 높이는 갖추고 있으나 스피드는 부족하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한때 제2의 김연경이라 불리던 정호영도 장신의 신체조건과 타점은 높지만 스피드와 근력 면에서는 이전 김연경과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다. 스피드 배구의 재목감은 아니다.


답답하다. 진천에서 노장선수들과 장신선수들에게 스피드 훈련을 시키는 차해원 감독의 시도가 왜 이렇게 무모하게 느껴지는 것일까?




차해원 스피드 배구 문제점2

체력 소모가 많은 전략 (특히 세터와 레프트 윙)


헤젠데가 주장한 스피드 배구의 핵심은 속도보다는 ‘전원 공격, 전원 수비’라는 토털배구 형태에 있다. 정확하지 않은 토스를 받기 위해 세터는 더 넓은 공간을 이동하고, 4명의 공격수는 매 순간 마다 상대팀 수비수를 교란시키기 위해 트릭 점프를 뛰며 쉬지 않고 움직인다. 스피드 배구의 강점은 세터의 토스가 4명의 공격수 중 어디로 향할지 상대편이 알 수 없게 만드는 데 있다. 그만큼 실제 공을 때리는 공격수 외에 3명도 공격을 준비하는 장면을 연출해야 한다. 아포의 후위 공격은 물론 레프트 윙의 중앙 파이프 공격도 큰 역할을 한다. 


예전의 분배 배구는 세터가 한 명에게 공을 올려주면 나머지 선수는 움직이지 않고 쉴 수 있었지만, 스피드 배구에선 실제 공을 때리는 선수나 그렇지 않은 선수나 자기에게 공이 올 것처럼 쉴 새 없이 움직여야 한다. 그것도 상대 진영이 블로킹 장벽을 형성하기 전에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만일 우리 팀이 스피드 배구를 채택하고 상대 팀이 기존 분업 배구 형태를 지향한다면, 쉽게 말해 이 전략은 상대팀이 여유롭게 걸어 다닐 때 우리 팀 모든 선수들은 경기 내내 뛰어다녀야 하는 전략이다. 우리나라처럼 적은 엔트리로 운영되어 교체 멤버와 백업 멤버도 적은 상태에서 이 전략을 채택하면 게임마다 선수들이 뛰어다니느라 녹초가 되고 만다. 안 그래도 나이가 많은 노장 선수들을 주축으로 하고 있는데 경기 중에 교체 없이 선수들을 스피드 하게 돌리는 것은 일종의 단체 체벌과 다름이 없다. 


가까운 일본과 태국은 풍부한 엔트리를 확보하고, 선수 교체라도 많이 해준다. 우리나라가 일본 태국과 경기할 때 얼마나 상대편이 많은 선수 교체를 하는 지 한번 유심히 관찰해 보기 바란다. 또한 전문 닥터와 트레이너들이 실시간으로 이들의 체력과 건강을 체크해 준다. 그에 비해 우리나라 선수들은 얼마나 열악한 가운데 뛰고 있는가?


스피드한 공격은 심각한 체력 소모를 가져온다. 사람들은 전력질주를 했을 때 겨우 100미터를 달리고도 지쳐 쓰러지지만, 좀 더 천천히 달리면 42.195Km의 마라톤 코스도 완주할 수 있는 것이다. 그만큼 스피드 한 공격은 사람을 빨리 지치게 한다. 


연습부담도 만만찮다. 스피드 배구는 선수들 간의 호흡이 맞지 않으면 몰빵 배구로 회귀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상황이 그 이전보다 더 나빠진다. 따라서 이 전략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손발을 맞추기 위해 피나는 연습을 해야 하고 연습 기간에도 계속 뛰어다녀야 한다. 선수들의 체력적 부담이 심각하다는 것이다. 스피드 배구 연습 기간에는 부상자들이 많이 발생하는 특징이 있다. 


특히 스피드 배구에서는 세터와 레프트 윙의 체력 소모가 심각한데, 그중 세터들의 체력 부담은 매우 심각한 것이다. 스피드 배구의 세터는 불안정한 리시브를 받기 위해 장신 피지컬에 빠른 발과 지구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사실 피지컬 면에서 이다영 외에 우리나라 세터 자원에서 그런 피지컬을 갖춘 선수를 찾아보기 어렵다. 차해원 감독이 이다영에게 많은 기회를 부여하고 있는 것은 신체조건면에서 이다영의 스피드 배구 적합도에 있다. 


그런데 차해원 감독은 최근 자신의 스피드 배구를 안테나선 밖으로까지 동선을 확장하는 공간 플레이라고 말한 바 있다. 정말 이것은 이상주의적인 전략이다. 물론 그렇게 해서 단신 공격자들이 상대편의 장신 블로커들의 터치아웃을 유도하는 공격방법은 좋다고 할 수 있지만 세터가 C속공을 위해 안테나선 밖에까지 공을 뽑아주려면 엄청난 체력을 소모해야 한다. 포물선도 아닌 낮고도 빠른 직선 토스로 안테나선 밖에까지 C퀵을 뽑아주는 것은 선천적으로 손가락 힘이 강한 남자 선수들에게나 가능한 일이다.


그리고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이, 배구라는 종목 자체가 사람의 근육 중 무산소 운동을 하는 백근을 주로 사용하는 운동이라 짧게만 뛰어도 체력 소모가 많고 쉽게 지치는 종목이라는 사실이다. 쉽게 말해 유산소 운동을 할 때 이용하는 지구력이 좋은 근육인 지근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역기 등 순간적인 힘을 사용할 때 주로 사용하는 백근을 사용하기에 체력적 방전이 매우 심한 운동 형태라는 점이다.


그럼에도 배구 게임들은 하나같이 며칠간 집중적으로 치러진다. 특히 토나먼트식으로 뒤로 갈수록 경기 간격도 짧고 경기는 치열해진다. 경기 후 회복력이 부족한 팀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한 게임이다.  


따라서 우리 국가대표팀처럼 백업 멤버와 교체 시스템 없이 주전 선수들만을 혹사시키는 구조에서 스피드 배구 전략마저 채택하게 되면 선수들의 심각한 체력 저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차해원 스피드 배구의 문제점3

부상의 우려가 높은 전략


스피드 배구는 근육과 관절에 심각한 과부하를 준다. 지금 우리나라 대표팀의 선수들은 V리그 정규시즌과 챔피언 결정전까지 마치고 온 선수들이다. 그리고 이미 몇 년째 부상을 달고 사는 선수들이다. 대부분 국가대표 선수들은 휴식기 없이 혹사 과정을 밟았다. 김연경 같은 경우에는 10년 이상 비시즌 없이 프로팀과 국가대표팀을 오가며 선수활동을 이어왔다. 엄청난 관리력이다. 


그런데 이처럼 체력적인 부담과 부상을 안고 있는 선수들에게 스피드 공격 전략으로 더 큰 압력을 주게 되면 부상자가 생겨날 수 밖에 없다. 어쩌면 올해 대표팀으로 뛰고 있는 선수들 중 일부 선수들을 내년 V리그에서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남자배구에서 스피드 배구로 큰 화제를 몰고 온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는 부상병동으로 유명했다. 주축인 문성민과 신영석이 발목과 무릎 부상으로 고생을 했고, 최태웅식 스피드 배구의 중추인 세터 노재욱은 허리부상으로 복귀도 못하고 보상선수로 한국전력으로 이적했다. 용병인 크로아티아의 대니도 발목 부상을 당한 바 있다.     


여자배구 국가대표팀에서 특히 김연경이 이 스피드 배구 전략의 최대 희생자가 될 수 있다. 수비와 공격을 함께 담당해야 하는 레프트 윙이라는 포지션 때문에 그렇기도 하고 다른 이유도 있다. 스피드 배구의 공격 전략은 리시브의 정확도보단 속도에 더 집중하는 전략이다. 리베로를 포함한 리시버들이 대충 어택라인 근처에 공을 올려주면 세터는 먼 거리를 이동하며 공을 받게 되는데, 세터가 어중간한 자세로 공을 토스하게 되거나 체력이 소진하여 공을 제대로 올려줄 수 없을 때 그 때 세터는 가장 믿을 수 있는 상대에게 공을 올릴 수 밖에 없는데 우리 대표팀에서는 김연경이 이에 해당한다. 즉 스피드 배구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 밖에 없는 똥볼 처리반으로 김연경의 혹사가 예상된다는 점이다. 


지금도 김연경의 공격 비중이 여전히 높은 것은 스피드 배구 전략이 생각만큼 순조롭게 수행되지 않고 있고, 리시브 라인이 여전히 불안하다는 증거이다.



이미 발리볼네이션스 2주차 6경기만에 김연경의 체력은 바닥이 났고, 허벅지 근육 파열이란 빨간 불이 켜졌다. 대부분의 긴장성 근육 질환은 근육의 한계를 뛰어넘어 과도하게 스트레칭이 되는 경우 근육 섬유가 찢어져 발생하게 된다. 이때는 근육과 인대의 이행부가 손상되기에 아무리 경미한 경우라도 2주 이상 움직이지 말고 절대 안정을 취해야 한다. 심한 경우에는 수술과 1년여의 재활이 필요할 수도 있다. 그러나 김연경의 경우에는 1주간의 휴식 후 아픈 몸을 이끌고 치열한 한-태전과 한-일전, 한-터키전을 치뤘다. 


김연경의 한일전 부진은 허벅지 부상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3주차 쉬면서 마사지를 받아 아물던 상처는 반드시 이겨야 했던 태국전에서 몸 사리지 않은 활약 덕분에 재발했을 것이다. 한일전에서 허벅지 부상은 리시브 자세를 불안정하게 했고, 기마자세에서 오는 통증에 따른 집중력 난조는 리시브 범실과 공격 범실의 이유가 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일본전 터키전을 격렬하게 치뤘기 때문에, 지금도 몸 상태는 여전히 좋지 못한 상태일 것이다. 


그렇다면 스피드 배구가 192cm의 김연경과 같은 장신 공격수에게 왜 큰 부담을 주는 형태일까? 차해원식 스피드 배구는 세터의 낮고 빠른 토스를 특징으로 한다. 신장이 큰 김연경과 같은 선수는 몸을 수그리며 빠른 손놀림으로 체공 시간이 짧은 낮은 공을 때려내야 하는데 이것은 키가 작은 선수들과 비교하여 척추와 허리에 무리를 주는 자세이다. 그리고 김연경의 약한 무릎에 지속적인 과부하와 충격을 주는 전략이다. 김연경은 무릎 부상 부위에 충격을 주지 않기 위해 착지 단계에서 허벅지에 과한 힘을 주게 되었고 그것이 허벅지 근육 파열을 가져온 것으로 보인다. 


김연경에게 이런 낮고 빠른 토스는 처음이 아니다. 페네르바체에서 태국의 눗사라 세터가 이와 같은 낮고 빠른 토스를 많이 올려주었다. 모두 알고 있다시피 태국은 스피드 배구 전략을 오래전부터 채택한 국가이다. 그리고 눗사라는 태국에서 스피드 배구에 가장 최적화 된 세터이다. 


그러나 김연경과의 호흡은 좋지 못했다. 김연경은 눗사라의 토스를 누워 때려야 했고, 체중을 실어 때리지 못한 공은 공격 득점으로 연결되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최근의 김연경이 최상의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는 것 역시 차해원 감독의 짧고 빠른 토스 주문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우리 팀의 전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김연경의 장점을 잘 활용해야 하는데, 지금 국가대표팀은 김연경을 십분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예로부터 김연경은 높은 오픈 공격성 토스를 좋아하고 낮은 토스를 싫어했다. 그런데 이번 국가대표팀에서는 김연경이 싫어하는 낮고 빠른 궤도의 토스를 계속 주문하고 있으니 답답할 따름이다. 이것이 바로 국가대표 주 전략 스피드 전략의 또 하나의 문제점이다,



차해원 스피드 배구의 문제점4

스피드 배구는 절대 스피드 하게 완성될 수 없는 전략


넷째로 스피드 공격 전략은 선수들 간의 매끄러운 호흡에서만 나올 수 있는 전략이라는 한계점도 가지고 있다. 연습기간도 길지 않고, 또 새로운 팀원들의 합류로 서로 손발을 맞춰본지 얼마 되지 않은 팀으로서 적용하는 데에는 많은 무리수가 따르는 전략이다.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이 우리나라에 스피드 배구를 도입하기 위해 얼마나 오랫동안 사전작업을 거쳤는지 안다면 현재 차해원 감독의 여자대표팀의 스피드 배구는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점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최태웅 감독은 스피드 배구를 시작하면서 현대캐피탈 선수 한명 몸값에 해당하는 SW21이라는 전력분석프로그램 도입하여 각 선수들에게 최적화 된 토스의 높이와 속도 각도 등을 찾아냈고, 세터와 공격수 간의 최적 거리를 산출했다. 각 데이터들은 훈련 과정과 작전 전략에 활용되었고 지금도 그 데이터들은 지속적으로 업데이트 되고 있다. 


또한 스피드 배구에 필요한 장신 세터 노재욱를 발굴하여 치밀한 훈련 과정을 거쳤으며, 각 포지션별로 역할 과제를 부여해 전술을 체화시켰고, 센터들 또한 스피드 배구에 맞는 폼으로 교체해 나갔다.


그에 비해 현 국가대표팀의 스피드 배구는 주먹구구식이다. 우리 여자대표팀 선수들이 프로팀에서라도 이 전략을 자주 접해 보았다면 차해원 감독의 스피드 배구에 쉽게 적응할 수 있었겠지만 지금까지 우리나라 V리그를 지배한 전략은 스피드 배구와 가장 거리가 먼 분업배구의 극단적 형태인 외국인 용병 몰빵 형태였다. 국가대표 경기에선 그 외국인 용병 역할을 김연경이 대신 해주었을 뿐 한국팀의 배구 방식은 지금까지 큰 차이가 없었다.   


따라서 우리나라 대표팀이 스피드 배구를 체화 시키는 데는 다른 나라 선수들보다 더 많은 연습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 특히 선수 생활 대부분을 분업배구 형태로 경기해온 노장 선수들이 스피드 배구에 맞게 폼과 스파이크를 교정하고 개인 공격전술과 수비력을 보강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차해원 감독이 V리그 경험이 적은 신진 선수들과 고교 유망주들을 대거 발탁한 이유도 이들 선수들이 종래에 외국인 용병 몰빵 분업배구에 길들여진 기존 V리그 선수들보다 스피드 배구를 쉽게 수용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프로리그 경험도 전무한 신인 선수들이 도쿄올림픽까지 2년 정도의 짧은 기간 동안 세계 최고의 선수들과 어깨를 겨룰 수 있을 정도의 세계적 수준의 선수들로 급성장 해줄지는 어느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일이다. 이것은 도박과 같은 확률이다.


스피드 배구를 매번 강조했던 GS칼텍스 차상현 감독도 부임 2년째가 지나도록 스피드 배구를 본궤도에 올려놓지 못했다. 다른 팀에 비해 스피드 배구을 시도할 수 있는 인재풀을 갖추고 있다고 하면서도 GS칼텍스 역시 외국인 용병 듀크에 대한 몰빵이 심했고, 레프트 공격진들이 후방으로 가면 리베로와 자주 교체하여 후위 공격을 자주 볼 수 없었으며, 센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공격 방법도 부족했다. 그리고 스피드 배구 전략의 키메이커인 세터 이나연의 스피드 배구 철학과 확신이 더 업그레이드 되어야 한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 팬들의 시각이었다. 그나마 이나연 마저도 최근에 기업은행에 트레이드 시켰으니 실제적으로 보아 GS칼텍스는 스피드배구를 포기한 것으로 보여진다. 


대표팀보다 훨씬 많은 연습량을 확보할 수 있고 풍부한 지원을 확보할 수 있는 프로팀의 스피드 배구 완성도가 이러할진데, 대표팀의 스피드배구가 스피드하게 구축될 수 있을까?


그리고 지금 40퍼센트 완성했으니 차해원 감독 말대로 아시안 게임까지는 7~80퍼센트까지 올릴 수 있을까? 아니 그것이 그렇게 쉽지 않다. 지금 국가대표 선수들은 체력적 부담을 덜기 위해 일정을 배분해서 출전하고 있고, 스피드 배구가 몇 달 손발을 맞췄다고 본 궤도에 올라갈 수 있는 전술도 아니다. 선수들의 기본 배구 철학과 체력와 파워, 개인 전술이 180도 달라져야 가능한 스피드 배구가 몇 달만에 40%대에서 70%대로 완성될 수 있다면 전 세계에서 스피드 배구에 성공하지 못할 팀은 없었을 것이다. 우리 국가대표 선수들은 프로 시즌이 개막 되면 각자 자신의 소속팀으로 돌아가 그 팀 색깔에 맞는 전략과 전술을 소화해야 한다. 국가 대표 소집 일정은 짧고 프로 팀의 활동 기간은 훨씬 길다.


스피드 배구의 성공을 위해 태국은 우리나라보다 훨씬 자주 대표팀을 소집하고 있고, 일본은 대표팀 훈련기간이 길다. 


그에 비해 한국 대표팀의 소집 일정은 짧고 텀이 길다. 아마, 매번 진천에 소집될 때마다 처음부터 다시 이 전략과 전술을 시작할 것이고, 프로팀의 협조가 부족한 우리 현실을 생각해 본다면 국가대표에 차출되는 선수 얼굴도 늘 변화될 가능성이 높다. 또 부상선수들이 나오면 늘 새로운 대체선수를 찾아야 할 것이다. 결국 전술의 극대화를 위해 시합 전날까지 연습의 강도를 높이다가 근육 뭉침과 체력 저하로 첫 게임은 이번 벨기에전처럼 졸전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네이션스 첫 게임인 벨기에전 졸전이 우연이라고 생각하는가? 과도한 스피드 배구 연습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차해원 스피드 배구의 문제점5

타이트한 장기 레이스, 국가대표 배구 일정에 맞지 않는 전략


다섯째, 이 전략은 초기에 잘 통할 수 있더라도 뒤로 갈수록 체력 저하와 전략 노출로 성공률이 갈수록 떨어질 수 있고 후반부에서 무너질 가능성이 높은 전략이기도 하다.


이번 발리볼네이션스에서 우리 대표팀의 성적은 1,2주에 비해 3,4,5주차가 부진했는데, 그것은 원정지의 시차 적응과 얇은 선수층에서 오는 피로 누적 때문이었다. 여기에 스피드 배구라는 체력 소모가 많은 전략이 부가되면 선수들의 체력 저하는 불 보듯 심화될 수 밖에 없다.


발리볼네이션스컵이 끝이 아니다. 아시안게임이 8월 18일부터 9월 2일까지 인도네시아의 자카르타와 팔렘방에서 열린다. 그리고 그 직후 9월16일에서 23일까지 아시아배구연맹(AVC)컵 대회가 태국에서 열릴 예정이다. 그 후에는 올림픽 출전권 획득을 위해 중요한 세계선수권대회가 9월 29일부터 10월20일까지 일본에서 펼쳐진다, 그리고 잠시의 쉴 틈도 없이 V리그가 개막이 된다.  


아시아배구연맹(AVC)컵은 비주전 선수들로 채워간다고 해도, 아시안게임과 세계선수권대회는매경기마다 피 튀기는 혈전이 될 수밖에 없다. 그 때는 주전 선수들을 빼줄 수 없을 것이다. 특히 지금처럼 주전과 비주전의 격차가 심각한 경우에는 그야말로 주전 선수들의 혹사는 안 봐도 비디오이다. 


차해원 감독은 VNL에 비해 아시안 게임이 수준이 낮다고 보고, 14명의 엔트리에 3명의 고교유망주를 대거 포함시켰지만 배구팬들은 작년 아시아선수권 대회들을 보고 북한과 베트남 등의 팀들과도 때때로 접전을 벌인 것을 기억하기에 주전 선수들의 혹사가 예정되어 있다고 보고 있다. 


배구로만 본다면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분명 주전 선수들을 빼고 세계선수권 대회에 집중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아시안게임에 국민적 관심도가 높고 구기 종목 쇠퇴로 메달 사냥이 시급한 대한체육회의 압박으로 아시안게임 1진 참여는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시아 배구와 동유럽 배구는 급성장하고 있다. 올해의 전력은 작년의 전력과도 많이 달라져 있을 것이다. 이러한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어 있는 대회에 고교유망주 3명을 데리고 가는 것은 주전급 선수들에게 과부화를 주는 것이다. 


이렇게 살인적인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선수들이 스피드 배구까지 하게 된다면, 주전 선수들의 번아웃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더구나 올해를 마지막으로 끝나는 것도 아니다. 내년에도 이러한 살인적인 일정은 계속된다..... 



차해원 스피드 배구의 문제점6

여자배구에 적용하기 어려운 무리수 전략


여자배구에 있어 스피드 배구 전략에 대한 환상은 버리는 것이 좋다. 남자 배구의 경우는 스카이 서브의 강도가 워낙 강해 리베로가 거의 받을 수 없는 공이 많고, 공격수의 파워가 강해 3스텝을 2스텝으로 단축시켜 공을 때려도 성공하는 경우가 많다. 남자배구는 한두 방에 공격이 완료되기 때문에 체력적 부담도 크지 않아 스피드 배구가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러나 여자배구에 있어선 강한 서브라고 해도 전혀 리베로가 받을 수 없는 정도는 아니며, 여자선수들의 파워는 3스텝으로 공을 때려도 수비력이 뛰어난 리베로들은 공을 다 받아낼 수 있기 때문에 스피드 배구가 요구하는 데로 2스텝으로 도움닫기를 해서는 파워 있는 공격을 전개할 수 없다. 포인트 결정력이 떨어져 랠리가 길어질 수 있다는 뜻이며 경기는 혼전양상으로 전개된다. 이럴 때는 수비력과 체력이 좋은 팀이 승리하게 된다. 스피드 배구의 전제가 무너진다는 뜻이다. 스피드 배구로 초반에 멋진 승부를 보여주는 태국 일본이 마지막에 무너지는 경우가 많은 것도 그 때문이다. 게임은 재미있지만 사실 비효율적인 배구를 하고 있다.



세터들의 낮고도 빠른 C퀵은 남자선수들에게도 버거운 토스이며, 세터들이 낮은 토스를 하다보면 체공시간이 짧아 공격수들은 타이밍을 놓쳐 연타를 남발하기 쉽고, 연타로 넘어간 공은 상대팀의 공격 기회가 된다.


현재 우리팀의 선수들은 발이 그렇게 빠르지 않기 때문에 낮게 빠르게 쏴주는 세터의 공을 스파이크로 연결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스파이크를 할 때 즈음이면 상대 블로커들이 앞에 진을 치고 있다. 


차해원 감독이 늘 강조하는 ‘리시브가 부정확해도 상관없다’는 것도 어디까지 남자배구에서나 가능한 전제이다. 여자배구에선 아무리 스피드 전략을 채택했다 하더라도 정확한 리시브가 중요하다. 남자선수들보다 주력이 딸리고 체력이 약한 여자 세터들은 3m 이내로 오는 모든 공을 처리할 능력이 없다. 그리고 VNL에서 우리 대표팀이 보여주었던 리시브 난조는 세터에게 부정확하게 전달되는 리시브의 문제가 아니라 큰 낙차로 떨어지는 플로터 서브에 아예 손도 갖다 대지 못하는 심각한 리시브 부적응 현상이 문제였다.  


이것은 여자배구계에서 스피드 배구를 줄기차게 추구해 왔던 GS칼텍스 차상현 감독이 스피드 배구의 전제조건이 안정적인 리시브에 있다는 말을 한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 대표팀의 리시브는 발리볼네이션스컵 참가국 중 가장 불안정하다. 차해원 감독은 VNL에서 리시브가 불안해도 상관없다는 말을 많이 했었다. 이번 VNL에서 보였던 우리 대표팀의 처참한 리시브 라인은 차해원 감독의 전략 미스로 보인다. 아마도 스피드 배구가 퍼펙트 리셉션을 요구하지 않는 전략이기에 이번 VNL 선수 엔트리를 꾸릴 때 수비수의 리시브 능력을 간과했고 진천 합숙과정에서도 리시브 연습에 우선순위를 두지 않은 듯하다. 그러나 적어도 여자배구 현실에선 이 말이 맞지 않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앞으로 우리팀 선수들의 리시브 훈련을 보다 더 강화 시켜야 하며 리베로와 후위 공격자 선수들의 디그 능력 또한 더욱 향상 시켜야 한다.



차해원 스피드 배구의 문제점7

스피드 배구는 뛰어난 개인기를 필요로 하는 전략


스피드 배구는 두 가지 면에서 뛰어난 개인 역량을 필요로 한다.


첫째, 공격수들은 불완전하게 토스된 공을 최대한 신속하게 처리해야 한다. 스피드 배구에서 리시브 된 공은 정확하게 세터에게 전달된 공이 아니기에 세터들은 그 공을 일일이 공격수들의 개성을 존중하여 때리기 쉽게 세팅해서 올려줄 수 없다. 


기존 분업배구에서 세터가 공격수들에게 맞춤화된 토스를 제공했다면, 스피드 배구에서는 공격수들이 세터가 적당히 올린 공에 자신을 맞춰줘야 한다. 



더구나 스피드 배구에서 공격수들의 포지션 위치는 고정적이지 않고 포지션 내부에서 쉼 없이 움직이며 타점을 찾기 때문에 공격수들은 언제 어떤 위치에서도 좋지 못한 공을 처리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춰야 한다.


둘째, 원블로커 상황에서 상대를 속일 수 있는 창의적 플레이가 필요하다.


스피드 배구라고 해서 모든 블로커들을 다 따돌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스피드 배구에서는 블로커들이 상대 공격수들 한 명씩을 겨냥하여 일대일로 원블로킹 하는 상황이 연출된다. 이 때 공격수들은 타점 낮은 공으로도 원블로커를 따돌릴 수 있는 절묘한 창의적 플레이가 필요하다. 


문제는 우리나라 선수들이 불완전한 공을 공격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똥볼 처리능력과 전담 원블로커들을 따돌릴 수 있는 창의적 플레이 능력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이번 VNL에서 배구팬들은 이다영과 이나연 세터의 부정확한 공에 대해 많은 비난을 가했는데, 스피드 배구에서는 리베로가 세터에게 연결해 주는 공들이 부정확하기 때문에 세터들 또한 공격수들에게 정확한 토스를 올려줄 수 없다. 분업배구에서처럼 자신에게 맞는 공만 득점으로 연결시키는 개인역량으로는 스피드 배구를 성공시킬 수 없다. 


특히 이번 대회에서 라이트쪽 김희진 공격이 부진했던 것은 일단 팔꿈치 부상의 여파가 크고 또한 평소 김희진이 자신에게 맞는 공을 많이 가리는 성향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김희진 한 명만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종래에 분업배구를 해온 우리 대표팀 선수들의 근본 성향이 그렇다는 점이다. 


그런데 스피드 배구에 필요한 선수 한명한명의 요령과 개인전술은 코칭 스태프가 일일이 지도해줄 수 없는 부분이다. 각기 자신에게 맞는 개인 전술을 개발하고 체화 시키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스피드 배구에 맞는 개인전술과 역량이 부족한 한국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스피드 배구는 현실적으로 성공하기 어려운 전략으로 보인다.  



차해원 스피드 배구의 문제점8

국가대표 차출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전략


원래 국가대표라는 직책은 매우 신성한 직무이다. 외국 선수들은 이 국가대표라는 것을 매우 영광스럽게 여기고, 세계선수권 대회와 올림픽 등의 큰 이벤트를 세계 배구 선진국들의 기술을 배우고, 자신의 기량을 전 세계 스카우터에게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로 활용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엔, 개인이나 소속 구단이나 할 것 없이 국가대표팀에 발탁되는 것을 그리 반기지 않는다. 배구팬들도 국가대표란 말을 들었을 때 ‘국가대표≒영광’보다는 ‘국가대표≒혹사’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된다. 그러다보니 우리나라처럼 국가대표 차출에 선수 개인과 프로 구단이 비협조적이고 소극적인 국가도 없을 것이다. 프로 시즌에 잘 뛰던 선수들도 국가대표 차출 얘기만 나오면 왜 그리 부상과 수술 얘기들이 많은지 한편으로는 답답하지만 또 그 이유를 알고 보면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있기도 하다.


우리나라 프로구단에는 2군도 없고, 엔트리 구성원 자체가 적다. 게다가 해마다 고교졸업생 신인 유망주가 올라오면 그 인원만큼 프로 구단에서 퇴출되는 인원이 발생한다, 따라서 선수들은 소속 구단에서 한 해라도 더 살아남기 위해 피 말리는 내부 생존경쟁을 하고 있다.


예전에 실업팀 시절에는 배구를 은퇴한 이후에도 소속 구단에서 직장을 얻어 생활 안정을 도모할 수 있었지만, 본격적인 프로 리그로 승격된 이후, 선수들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은퇴한 선수들이 갈 수 있는 영역 또한 매우 한정적이다.


우리나라 여자배구 선수들은 대학을 진학하기 어려운 구조를 갖고 있다. 대부분 고졸 인력이다. 이런 선수들이 프로구단에서 퇴출되면 삶 자체가 막연해 진다. 유소년 배구 선수들 역시 고교 졸업 때 프로구단의 지명을 받지 못하면 그야말로 삶의 대안이 없다. 그러므로 배구를 하려는 유소년 선수들이 해마다 줄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표팀 활동 중 부상을 입거나, 대표팀 혹사 과정 때문에 몸을 만들지 못해 다음 시즌에 부진을 면치 못하면 선수 생명에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  


프로팀 감독 입장에서도 국가대표팀에서 자기 선수들을 잘 관리해 준다면 차출에 협조적이겠지만, 국가대표로 나간 자기 팀의 주력 선수가 부상이라도 당하게 된다면 다음 시즌, 팀 전력의 누수가 너무나 크기 때문에 대표팀 소집에 소극적일 수 밖에 없다. 2017년 시즌 GS칼텍스가 국가대표로 발탁된 이소영이 진천에서 국가대표 훈련중 무릎 십자인대 파열 부상을 입어 전력상 큰 피해를 본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그에 비해 국가대표로 활동하는 선수들에게 돌아오는 인센티브는 매우 빈약하다. 프로에서 연봉 억대를 받는 선수들이 일당 5만원을 받으며 30일 합숙훈련을 해도 150만원에 불과한 열악한 금전적 보상을 감수하는 것은 둘째 치고 국제대회에 나가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하면 무수한 비난세례에 직면해야 한다. 부상 치료와 몸만들기를 해야 하는 비시즌을 반납하고 힘든 합숙훈련과 살인적인 경기 일정을 마치고도 돌아오는 것은 국민들의 맹비난과 조롱뿐이므로 국가대표 선수 차출을 꺼리게 되는 것이다.


최근 라이트 윙과 센터 자리를 소화하며 VNL 5주차 전 경기에 출전했던 김희진과 5주차 전 경기에 주전 세터로 활약한 이다영이 이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김희진은 팔꿈치와 어깨 부상으로 힘을 실어 공을 때릴 수 없는 상황에서 두 개의 포지션을 소화해야 했는데, VNL 기간 동안 라이트 윙 공성률이 너무 낮아 부상 사실을 알지 못하는 배구팬들에게 많은 비난을 받아야 했다.


스피드 배구 구현에 가장 적합한 신체조건을 가져 차해원 감독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세터 이다영의 경우에도 수많은 비난 여론에 직면해야 했다. 사실 필자가 보기에 VNL 기간 중 보인 이다영의 부진에는 어쩔 수 없는 이유들이 있었다. 원래 이나연처럼 스피드 배구 세터 경험도 전무한 상태에서 짧은 합숙 훈련을 거쳐 대표팀 주전 세터 자리에 발탁된 것부터 큰 부담이었다. 이 시점에서 이나연과 이다영의 단순 비교는 이다영이 불리한 것이 당연하다. 스피드배구는 단시일 내에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마흔 살의 이효희는 스피드 세터이기보단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기에 승점을 쌓고 젊은 이나연과 이다영의 토스웍을 지도해 주기 위한 플레잉 코치 개념으로 대표팀에 합류한 것이었다. 따라서 차해원 감독의 스피드 배구 전술 훈련은 주로 이다영에게 집중될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번 VNL 같은 경우에는 차해원 감독이 상대팀에 따른 국가별 맞춤 전략이 제대로 짜여져 있지 않았기 때문에 구체적인 전술 지침도 없는 상황에서 이다영은 가이드 라인 없이 낮고 빠른 토스로 그때그때 토스를 올려야 하는 어려움에 직면했다. 더구나 이번 우리 국가대표팀의 리시브 라인은 가장 불안정했다. 이다영에게 전달되는 리시브 된 공은 부정확했고, 낮고 빠르게 공을 토스해도 우리팀 공격수들의 발은 그 공을 따라가기에 벅차했다. 라이트 공격수는 부상 때문에 제대로 된 공격을 할 수 없어 연타로 넘기기에 급급했고, 이다영의 토스가 레프트 쪽으로 몰리자 상대팀 블로킹에 집중 마크를 받게 되어 효율적인 공격이 되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네덜란드 아르헨티나 원정에서는 개인 기량이 부족한 고교유망주들에게 공을 올려야 하는 처지였으니 현 상황에서 이다영의 스피드 배구 세터 입지는 상당히 불안정했었다. 


그런데 지금의 국가대표 일정을 보면 당분간 앞으로도 팬들의 비난은 가라앉지 않을 것 같다. 차해원 감독의 스피드 배구에 대한 소신은 아직도 확고부동하기 때문이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스피드 배구는 단기속성으로 완성될 수 없는 전략 전술이다. 가까이 도래하는 아시안 게임과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이 전략이 본 궤도에 오를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따라서 차해원 감독이 지향하는 스피드 배구는 한층 더 국가대표 엔트리 구성을 어렵게 할 것 같다. 스피드 배구는 선수들의 혹사가 심하고, 부상의 우려가 높은 전략이다. 그렇기에 완성되기까지 부진한 모습을 노출할 수 밖에 없고 따라서 팬들의 강력한 비난에 직면할 수 밖에 없는 전략이다. 그러므로 선수들은 체력적인 안배와 부상 방지를 위해, 또 각 구단들은 팀 전력의 손실을 막기 위해 더욱더 대표팀 차출에 소극적인 태도를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단기적 성과에 집착하는 배구협회와 국민감정상 선수들의 부진에 대한 비난 여론으로 선수들이 받는 스트레스와 선수생활에 대한 회의감이 높아져 차해원의 스피드 배구는 전체적으로 팀 사기와 팀 전력에 약화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요컨대, 


차해원 감독이 줄기차게 주장하고 있는 스피드 배구는 첫째로 현재 VNL 대표팀이었고, 아시안게임과 세계선수권, 도쿄올림픽에서도 변함없이 주전으로 출전할 것으로 여겨지는 국가대표 주축 선수들인 김연경, 양효진, 김수지, 김희진, 이효희, 박정아 등 발이 빠르지 않은 노장 선수들과 전혀 맞지 않는 전략이다.


둘째, 스피드 배구는 체력 소모가 많아 나이 많은 노장 선수들이 주축이며, 엔트리가 적고, 교체할 수 있는 백업 선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우리나라 대표팀 실정에 맞지 않다.


셋째, 스피드 배구는 선수들의 근육과 관절에 심각한 과부화를 주는 전략으로서, 안그래도 크고 작은 부상을 안고 있는 선수들의 조기 은퇴를 종용하는 전략이다. 김연경처럼 자기관리가 뛰어난 선수도 대표팀에 들어간지 한달도 안되어 허벅지 근육 파열이라는 부상을 입어야 했다.


넷째, 스피드 배구는 그 이름처럼 스피드하게 완성될 수 없다. 우리 대표팀처럼 소집 기간이 짧고 텀이 길며 국가대표 엔트리가 수시로 변하는 팀은 서로 손발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 태국처럼 세터가 뒤를 돌아보지 않고도 올린 토스를 공격수가 때릴 정도의 팀조직력의 유기적 완성도를 확보해야 성공할 수 있는 것이 스피드 전략인데, 평상시 외국인 몰빵 배구를 해온 우리나라 선수들 입장에서 도쿄 올림픽까지 세계적인 수준의 스피드 배구를 완성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다섯째, 스피드 배구가 주는 체력적 부담은 타이트한 현 국가대표 일정과 합하여 대표팀 선수들을 참혹한 혹사와 부상으로 몰고 갈 것이다. VNL 이후 앞으로 이어지는 AVC컵, 아시안게임, 세계선수권, V리그 일정 등 실제 경기 없이 비행기만 타고 따라다녀도 힘든 일정인데, 여기에 스피드 배구까지 하게 되면 주전 선수들의 혹사는 예정된 수순이다.  


여섯째, 스피드 배구는 남자배구계에선 대세를 형성했지만 여자배구계에선 아직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특히 차해원 감독은 완전히 남자 배구 스타일의 스피드 배구를 구상하고 있는데, 남자 선수들과 여자 선수들의 신체 조건과 체력, 전술의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 차해원 감독은 정확한 리시브를 할 필요가 없고 안테나선까지 낮고 빠르게 토스하라고 남자배구 선수들의 스피드 배구처럼 우리 대표팀 선수들에게 항상 강조하고 있지만, 적어도 여자배구에서는 리시브의 정확도가 중요하며, 안테나선까지 직선으로 빠지는 C속공은 쉽지 않다는 것이 정설이다. 


일곱째, 스피드 배구는 공격수들이 불완전한 위치와 자세에서 최대한 신속한 공격 성공을 올려야 하는 고도의 개인 기량과 전담 원블로커들을 따돌릴 수 있는 창의적 개인전술이 필요한 전략이다. 팀 전략은 단기적으로 전수가 가능해도 개인 기량은 쉽게 완성시킬 수 없다. 최근 한국 대표팀의 부진은 개인 전술과 기량의 부족에도 기인한다. 


여덟째, 차해원 감독의 스피드 배구 전략은 앞으로 부상과 체력 소진을 염려하는 프로 선수들과 구단들이 대표팀 차출을 더욱 기피하는 이유로 작용될 것이며 그것은 대표팀 엔트리 구성의 어려움을 더욱 심화시키는 작용을 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이유들로 차해원 감독의 스피드 배구 전략은 도쿄 올림픽 메달 획득을 목표로 하고 있는 우리나라 대표팀에게 하나의 유효한 수단이 되기는커녕 치명적인 걸림돌이 되고 있는 듯 하다.


차해원 감독의 스피드 전략보다 더 문제인 것은, 이러한 스피드 전략을 국가대표팀의 주 전략으로 채택한 차해원 감독을 국가대표 전임감독으로 발탁한 배구협회의 전임감독 위원회이다.


아마도 여자배구와 남자배구의 차이를 인식하지 못하고, 우리나라 여자배구 국가대표팀 주전 선수들의 특성들을 잘 파악하지 못한 남자대표 출신 인사들이 이 위원회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었기에 이런 결론이 도출된 것은 아닌지 추측할 뿐이다.


차해원 감독은 이번 VNL에서 김연경 허벅지 부상을 경미한 사안으로 보고 있는 듯 하다. 그러나 김연경의 이번 터키 엑자시바시 계약이 세계 프로 배구계의 지각변동을 일으키는 큰 사건이었듯이, 앞으로 올 수 있는 김연경의 부상은 세계 프로배구계의 판도에 엄청난 큰 이변을 가져오는 사건일뿐 아니라, 대한민국 여자배구 올림픽 메달의 마지막 희망의 등불이 사라지는 것을 뜻하며,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배구가 낳은 최고의 스포츠 천재가 역사속으로 사라지는 것을 뜻하는 엄청난 사건이다.


차해원 감독은 김연경 선수에 대한 관리에 좀 더 주의를 기울여 주었으면 좋겠다. 물론 김연경 선수뿐만 아니라 양효진, 이재영, 이효희, 김수지, 김희진, 박정아 등 주전으로 쓸 수 있는 노장 선수들은 모두 중요하다. 



그리고 본인의 빠른 배구 스타일로 작년 전국체전에서 단신 선수들로 구성된 서울중앙여고를 우승시켰던 사실은 매우 고무적인 상황이지만 세계 최고의 국가대표팀들을 상대하는 전략 전술과 배구 불모지 한국의 고교여자배구 팀들과 상대하는 전략이 어떻게 같을 수 있겠는가?


차해원 감독은 지금의 국가대표 선수들의 강점을 최대한 잘 활용할 수 있는 전략을 새롭게 구상하든지, 아니면 자신의 스피드 배구 전략에 맞는 선수단을 제대로 구성하든지 양단의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다.


만약 프로 구단들의 비협조로 원하는 선수 구성이 어려웠다면 그 사정을 언론에 호소하든지 정식적으로 배구협회에 항의를 했어야지, 실전에 투입할 수 없는 프로 구단의 벤치 멤버들과 고교급 유망주들로 엔트리를 구성하고도 이것이 최상의 엔트리인 것처럼 사실을 전도하는 것은 배구팬들의 수준을 무시하는 언론 플레이다. 현재 차해원 감독의 선수 기용 수준은 지금까지 국가대표 주전들의 최고 잔혹사라 일컬어지던 홍성진호 때보다 한층 더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배구팬들은 받아들이고 있다. 엔트리는 더 많아졌지만 주전 멤버들의 혹사는 더 심화된 현 상황에 대해 배구팬들은 분노하고 있다.  


그리고 만일 스피드 배구 전략 외에 강대국을 상대할 전략이 없다면 일찌감치 다른 감독에게 대표팀 감독직을 이양하는 것도 한국 배구의 앞날을 위해 더 나은 결정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사려된다. 



지난 10년간 우리나라 여자배구는 김연경이란 걸출한 스타를 통해 비인기 종목의 설움을 잊고 국민스포츠로 자리잡을 수 있는 배구 부흥의 절호의 기회를 얻었다. 그러나 남자배구 위주의 배구협회의 운영 방식과 국가대표팀에 대한 지원 부족으로 그 좋은 기회를 다 허비해 버리고, 이제 김연경이란 마지막 카드를 쓸 수 있는 시간도 거의 남아 있지 않은 상황이다. 


그나마 그런 마지막 기회를 국가대표 첫 전임감독인 차해원 감독은 김연경을 포함 우리 팀의 노장 선수들과 맞지 않는 스피드 배구 전략을 채택함으로써 일찌감치 소진시키고 있다.


도쿄 올림픽까지 가자면 앞 길이 까마득한데, 고작 국가대표 소집 1개월만에 국가대표 팀에서 가장 핵심 자원인 김연경을 부상으로 몰아갔다. 마흔을 넘긴 노장 세터 이효희가 쉬지도 못하고 5주 동안 지구촌 방방곡곡을 누볐으며 단신에 공격과 수비를 다해야 하는 레프트 윙이라 체력 소모가 가장 큰 이재영 또한 리시브를 받아 줄 대체 인력이 없어 5주차 동안 거의 빠짐없이 경기에 나서야 했다. 5주차 전 경기를 뛴 김희진은 어깨와 팔꿈치 부상 중에도 라이트 윙과 센터 포지션을 소화해야 했다. 양효진, 김수지, 박정아.....등 현 우리 국가대표 단골 차출 선수들의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이처럼 일부 선수들에게 집중되는 희생과 혹사는 해마다 반복되는 과정인데 배구협회는 아직도 개선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물론 스피드 배구는 나쁜 전략이 아니다. 그 철학과 방향성은 올바르다. 또한 분업배구에 비해 그 플레이가 화려하고 다채로우며 재미있다. 태국과 일본 배구가 그 실력에 비해 인기가 높은 것도 스피드 배구의 화려함에 있다. 남자배구에 대중화된 이 전략은 앞으로 여자 배구에도 점차 확산될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전략이라 하더라도 우리팀이 가지고 있는 핵심 자원과 부합되지 못한다면 오히려 우리팀에 해악이 될 뿐이다. 모든 전략은 지금 우리가 딛고 있는 현실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그리고 차해원 감독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유망주 발굴과 세대교체 역시 우리 여자배구의 숙원 사업인 것은 맞다. 한동안 씨가 말랐던 장신 유망주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온 올해는 정말 우리 배구계엔 새 희망의 기회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유망주 발굴과 세대교체 역시 현 김연경 있는 대표팀의 전력을 심각하게 저하 시키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뤄져야 하며, 이들에게 우선 필요한 것은 국제대회 경험치보다는 김연경이 갖춘 기본기이다.  


차해원 감독은 보다 우리팀에 적합한 전략이 무엇인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지금 우리 선수들이 가진 강점을 극대화 할 수 있는 전략을 빠른 시일 안에 찾아내길 기대한다. 


이미지 출처: KBSN, 디시인사이드 김연경 갤러리, 발리몹, 스포티비뉴스, 더스파이크, 스포티비, 아세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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