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 여제 김연경은 메시보다 뛰어난 선수인가?

이제 단 1승이면 된다. 배구 여제 김연경이 이끄는 상하이 광밍 유베스트는 지난 327일 중국 텐진 인민체육관에서 펼쳐진 2017-2018 중국 여자배구 슈퍼리그 챔피언결정전에서 세트 스코아 3-0으로 승리함으로서 게임 스코어를 3-2로 뒤집어 한 게임만 더 따내면 정규 시즌 우승과 챔피언 최종 결정전에서도 우승을 차지하게 된다.

 

역시 김연경이었다. 이날도 김연경은 서브 에이스 1개와 블로킹 3개를 포함 총 22득점을 올려, 양팀 합쳐 최고 득점을 올렸다. 쩡춘레이 12, 장이찬도 11점을 따내 양 사이드 공격수 삼각편대가 제대로 가동된 날이었다. 3세트 24-11로 마지막 포인트를 남겨둔 상황에서 미양 세터가 뒤로 올려준 공을 김연경이 날아와 장쾌한 백어택으로 게임의 종지부를 찍었다. 멋진 순간이었다. 이제 사흘 후 홈그라운드인 상하이 루완체육관에서 최종 승자가 결정된다.

 


이것은 이변이다. 연경신의 강림이 없었다면 결코 이런 대격변은 없었을 것이다. 평균 연령 27, 주력 선수가 런던 올림픽 퇴역 국가대표 출신인 30대 노장 선수들을 주축으로 이뤄진 상하이에는 현역 국가대표 선수가 단 1명도 포함되어 있지 않다.

 

2000-2001 시즌 챔피언결정전 우승 이후 무려 17년 동안 우승을 맛보지 못했다. 우승에 대한 갈증 해소를 위해 지난 시즌 캐나다 장신 용병 아포짓 윙 사라 파반과 체코 국가대표 레프트 윙 하벨코바를 데려와 상하이는 제2도약을 꿈꿨으나, 중국팀으로는 예외적으로 외국인 용병 2명을 쓰고도 포스트 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지난 정규 시즌 성적 6. 초라한 성적표였다. 사라 파반과 하벨코바는 결코 실력이 떨어지는 용병들이 아니다. 두 선수는 현재 터키 아로마 리그와 함께 세계 최고 리그로 손꼽히는 이탈리아 1부 리그에서 주전으로 뛰고 있다.

 

그런데 사라 파반과 하벨코바 둘이서도 못한 일을 김연경은 기어코 해내고 말았다. 17년 만의 우승. 김연경에게는 익숙하지만 상하이로서는 꿈에 불과했던 멋진 우승이다.

 

이로서 김연경은 작년 시즌 전, 상하이 상륙 이유를 묻는 중국 기자들 질문에 우승하러 왔다는 자신의 출사표를 당당하게 증명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이다. 이미 상하이 유베스트는 김연경의 활약에 힘입어 2017-2018 중국여자배구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2018 세계배구 빅 이슈, 장쑤와 상하이 대결

 

상하이와 톈진의 결승전도 나름 흥미로운 경기이지만, 지난 장쑤와의 세미파이널 4연전은 정말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명승부였다.

 

그러고 보면 지난 201833일은 김연경과 상하이에겐 뜻 깊은 날이었다. 김연경이 이끄는 상하이 광밍 유베스트는 작년 디펜딩 챔피언이자 중국 국가 대표 라인업을 가진 장쑤를 상대로 풀세트 접전까지 가는 팽팽한 경기 끝에 세트 스코어 3-2로 승리함으로써 중국여자배구 챔피언 결정전에 진출했다.



상하이와 장쑤의 경기는 결승전과 다름없는 흥미진진한 경기였다. 17년만에 우승을 꿈꾸는 상하이는 김연경의 합류 후 완전히 새로운 팀으로 부활하여 김연경을 중심으로 하나로 똘똘 뭉쳐 정규시즌 우승을 거머쥐었고 중국 전설의 강호들을 차례로 격파하고 준결승에 올랐다.

 

작년 우승팀이자 중국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팀인 장쑤는 기사회생으로 준결승에 진출한 후 상하이의 우승을 막기 위해 바이선전의 센터 위안신웨와 저장의 주공격수 리징(공격 종합 2)을 임대하여 막강한 국가대표 라인업을 완성했다.

 

이번 준결승전에 상하이와 맞붙은 장쑤 팀이 얼마나 무서운 팀이냐 하면 현존 세계랭킹 1위 중국 국가대표의 대부분이 들어가 있는 팀으로 레프트 장창닝과 라이트 궁샹위는 국가대표 주공격수이고, 바이 선전에서 데려온 201Cm의 위안신웨는 국가대표 블로킹 1위로 막강한 철벽라인을 자랑한다. 모두 리우올림픽 금메달의 주역이었다. 세터 댜오린위 역시 대표팀 백업 세터이고 센터인 왕천웨 역시 국가대표 백업 센터이다. 리베로 천잔은 2014년 세계선수권에서 국가대표로 활약한 바 있다. 은퇴한 후이뤄치를 제외하고 사실상 현역 중국 국가대표 라인업이다.

 


물론 이번 장쑤팀에는 터키리그에서 뛰고 있는 리우올림픽 MVP 수상 이력의 주팅과 세터인 랴오닝의 딩샤, 톈진에 임대된 베이징 소속 류샤오퉁은 들어있지 않아 완벽한 중국 국가대표 1진이라고 볼 순 없지만, 장창닝과 위안신웨, 궁샹위로 이어지는 공격 3인방은 중국 국가대표팀의 핵심 라인이자 중국 배구의 자존심이다.

 

한국은 지난 20179월 일본 나고야에서 펼쳐진 각 대륙별 선수권대회 우승팀들이 모여 자웅을 겨루는 그랜드챔피언스컵에 와일드카드 초청국가로 참여하여 당시 우승을 차지한 중국 국가대표팀에 0-3 (14-25 4-25 12-25) 완패를 당한 바 있다.

 

물론 당시 한국 대표팀엔 김연경과 김희진, 양효진 등 주력 선수들이 출전하지 않아 정예멤버로 구성된 1진이라고는 할 수 없었으나 2세트의 경우 254라는 20득점이 넘는 차이로 져서 평소 국가대표들 간의 경기에서는 볼 수 없는 점수 차가 나는 바람에 국제적인 망신을 톡톡히 당한 바가 있다.

 

당시 경기 장면을 TV를 통해 시청했는데, 중국 대표팀 선수들이 한국 대표팀을 고양이가 쥐를 잡듯 자유자재로 요리하며 때론 비웃는 행동도 보여 매우 화가 치밀었던 기억이 있다.

 

2017 그랜드챔피언스컵에서 중국대표팀은 5전 전승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그 때 주로 활약한 인물들이 바로 이번 플레이오프 장쑤팀의 선수들이다.

 


따라서 필자는 내심 이번 플레이오프전을 통해 김연경이 국가대표 라인업의 장쑤팀을 보기 좋게 이겨줘서 지난 그랜드챔피언스컵에서 구겨진 한국 대표팀의 자존심을 설욕해 주기 바라는 마음이 적지 않았다.

 

그런데 지난 210일 상하이 루완체육관에서 벌어진 플레이오프 첫 경기에서 이런 필자의 바램은 여지없이 무너져 내려 버렸다. 세트스코어 2-3 막판까지 가는 접전 끝에 장쑤가 승리를 거두자 중국 언론들은 일제히 김연경이 이변을 일으킨 상하이가 결국 중국 국가대표의 장벽을 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내심 중국 배구의 자존심을 지켜준 장쑤에 안도감을 느낀 듯한 정황이었다.



 

역전의 여왕, 김연경

5세트의 여왕, 김연경

 

상하이는 2번째 게임에 들어가서도 제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세트 스코어 0-2로 몰리는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는 패색이 짙어져 상하이가 결국 중국 국가대표에 무릎을 꿇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김연경은 더 이상 뒤로 물러서지 않았다. 3세트 5-9로 몰리는 상황에서 김연경과 상하이는 연속 9득점이란 믿을 수 없는 대역전극을 만들어냈다. 김연경은 특유의 투지를 불태우며 후반전으로 갈수록 괴력을 뿜어내며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에 이탈리아에서 돌아온 쩡춘레이의 활약도 더해져 상하이는 내리 3세트를 따내며 세트 스코어 3-2로 막판 뒤집기에 성공한다. 그리고 3번째, 4번째 경기에서 모두 승리하여 결국 상하이는 꿈에 그리던 중국리그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한다.


 

여기서 대전환의 기폭제 역할을 했던 것이 김연경이었다. 역전의 여왕이란 칭호가 무색하지 않게 대반전의 서사시를 가장 먼저 쓰기 시작했고 5세트의 여왕이란 칭호에 걸맞게 마침표 역시 김연경이 찍었다. 김연경과 중국 국가대표 레프트 윙인 장창닝과의 고공 강타 대결에서 김연경은 보기 좋은 승리를 거둔 것이다.

 

이번 경기에 대해 중국 현지에서는 리우올림픽 출전팀인 현역 중국 대표팀과 런던올림픽 대표팀 멤버였던 퇴역 대표팀의 경기이자, 평균 23세의 팔팔한 젊은 피로 뭉친 장쑤와 30세가 넘는 노장 선수들을 주축으로 하고 있는 상하이의 세대 간 대결을 흥미롭게 관전했다.

 

한편 중국 국가대표 라이트 윙(아포짓) 포지션을 놓고 벌이는 궁샹위와 쩡춘레이의 대결도 흥미롭게 부각됐고, 유럽리그 MVP 출신인 세계적인 명장 김연경과 중국 배구의 자존심 장창닝의 대결을 통해 세계랭킹 1위의 중국 리그의 수준을 가늠하는 척도로도 이번 경기를 바라보았다.

 

중국 현지 네티즌들은 김연경이 26, 쩡춘레이가 25, 합이 51점을 합작하여 마지막 경기에서 승리한 상하이의 승리를 축하했다.


특히 김연경은 플레이오프 전체 4경기에서 총 90점을 획득 경기당 22.5점을 따내 팀내 1위 득점왕에 올라 그녀의 공격 공헌도와 역량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상하이의 정규 시즌 우승과 포스트 시즌 결승 진출의 일등공신 수훈갑은 단연 김연경이었다. 김연경은 이미 2017-2018 중국 슈퍼리그 2라운드의 정규시즌 MVP와 베스트7에 오른 이력이 있다.



 

중국 일부 네티즌, 김연경 거품론 제기

 

그런데, 중국 현지 반응을 보면, 김연경의 실력과 위상에 대해 거품론을 제기하는 일부 시각을 접할 수 있었다. 김연경의 영향력이 과장되어 있다는 것이고, 과거의 김연경은 물론 최고의 선수였지만, 이젠 전성기가 지나 지금은 최고의 선수가 아니라는 주장이었다.

 

아마도 최근 톈진과의 결승 1, 3차전에서 상하이가 철저히 무너진 것을 보고 하는 소리일 것이다. 리틀 국대 장쑤를 손쉽게 물리친 상하이가 톈진에게 너무 무기력한 경기력을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플레이오프 임대제도를 통해 막강한 공격진을 보유했던 장쑤가 객관적 전력에서 최고의 팀이었던 것은 맞지만 오히려 선수들의 짜임새에 있어선 톈진의 조직력이 한 수 위인 것이 분명하다. 톈진은 중국리그 최다 우승국이자 안방불패 신화를 이어가고 있는 강력한 우승후보다.

 


플레이오프전과 같은 단기전에선 경쟁 우위 전략과 그 계획을 철저히 수행하는 선수 간의 호흡과 팀플레이, 장점 극대화보다 결점 없는 배구를 지향하는 것이 중요한데, 텐진이 게임스코어 2-1로 앞섰던 3차전까지는 객관적 전력상 감독 코치의 전략 구상과 포지션별 선수 구성을 볼 때 톈진에게 더 유리하게 흘러가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두 팀은 매우 흥미로운 라이벌이었다. 정규 시즌 중에도 11패로 박빙의 승부를 벌였다. 두 팀은 매우 흥미롭게도 2017-2018 시즌 서로의 연승 신기록에 제동을 걸었던 얄미운 라이벌이었다. 지난 129일 톈진 인민체육관에서 벌어진 중국여자배구 슈퍼리그 조별예선에서 개막 후 8전 전승 연승 가도를 신나게 달리던 상하이는 톈진이란 복병을 만나 연승 행진에 마침표를 찍고 만다.

 

반면에 정규시즌 내내 홈그라운드인 텐진 인민체육관에서 단 한 번도 진 적이 없이 12전 전승 안방불패 신화를 달려가던 톈진도 지난 317일 중국여자배구 챔피언결정전 2차전에서 3-1로 상하이에게 철저히 침몰하면서 두 팀 모두 분위기상 팽팽한 라이벌 구도를 만들게 됐다. 각팀은 현재 32패 상하이가 한 게임만 더 승리하면 중국 리그 챔피언이 된다.

 

필자는 서로가 최상의 전력으로 맞붙은 1차전 분석을 통해 톈진의 우승 가능성이 약간 높다고 보았었다. 1차전에서 톈진은 초반부터 서브 목적타로 기선을 제압했다. 톈진은 상하이의 공격 방향과 루트를 철저히 꾀고 있었고, 블로킹과 리베로의 유기적 관계가 인상적이었다. 국가대표 세터인 야오디의 날카로운 토스와 센터 왕위안위안의 내실있는 속공도 빛을 발했다. 무엇보다 톈진은 빠른 스피드를 활용한 발배구를 구사했는데, 30대 이상의 노장을 주축으로 하고 있는 상하이에게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이렇게 철저하게 상대팀을 분석해 맞춤식 전략을 구사하는 팀을 상대하기 위해선 종전과 다른 창의적 공격과 무엇보다 불안한 서브 리시브 능력을 정상 궤도에 올려야 하는데, 수비와 세터진에 고질적 약점을 가진 상하이 전력으로서 어느 정도까지 전력 보강이 가능할지 걱정이 되었다.

 

그러나 상하이에는 백전노장 김연경과 쩡춘레이가 있었다. 김연경은 말할 것도 없고, 쩡춘레이 역시 중국에서는 2번째로 해외진출했던 라이트 윙으로서 중국 국가대표 붙박이 공격수가 아니었던가? 안정된 서브 리시브와 세터의 창의적 토스만 살아나준다면 쌍포가 부활하여 장쑤와의 준결승전처럼 또 하나의 드라마틱한 대역전극이 씌여지지 말란 법도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중 2가지 사건이 일어났다. 정규시즌 내내 톈진의 몰빵 배구에서 주득점원으로 활약해 온 리잉잉의 어깨에 심각한 징후가 나타났다. 그리고 지금껏 세계 최고의 레프트 윙인 김연경과 중국 최고의 라이트 윙 쩡춘레이를 두고도 중앙 속공만 고집하던 미양 세터가 드디어 토스에 변화를 주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김연경에게 제대로 공을 주지 않았던 3차전에 철저히 패배했던 상하이는 4차전, 5차전 김연경을 사이드와 백어택으로 폭 넓게 활용하면서 승기를 잡을 수 있었다.

 

지금 이 분위기대로 간다면 상하이의 우승이 확정적이다. 그러나 승부의 세계는 언제나 변수가 있다. 객관적으로 따지고 보면 최다 시즌 우승팀 톈진의 막판 뒤집기보다 17년만에 디펜딩 챔피언 장쑤를 물리치고 이 자리에 올라온 상하이가 더 큰 이변이 아니던가?

 

그러나 게임의 결과에 상관없이 작년 6위에 불과했던 상하이는 이미 정규 시즌 우승과 리틀 국가대표 장쑤를 물리치는 이변을 이루어냈다. 이러한 대역전 드라마의 밑바탕에는 4개국 리그 우승 청부사 김연경이라는 배구 여제가 존재했다. 김연경이 터키 리그 우승 이후 잠시도 쉬지도 못하고 아시아세계선수권, 또 세계선수권 예선, 월드그랑프리 대회 참석 등 소속 팀과 국가대표로서 줄곧 쉼 없이 여기까지 달려왔다는 것을 생각해 본다면 중국 배구 리그 원년에 이 정도의 괄목할 만한 성과를 가져왔다는 것도 기적에 가깝다. 언어와 문화가 다른 국가들-더구나 세계 최고의 리그들에서 최고의 성적을 거둔 김연경의 업적은 그것만으로도 대단한 성과인 것이 분명하다.



 

김연경 메시 논쟁 다시금 불붙다

 

얼마전 우리나라 어떤 게시판에선 김연경과 축구 선수 메시를 비교하며 김연경의 세계 배구계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축구계의 FC 바르셀로나의 메시와 견줄 수 있는 수준인가를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공교롭게도 김연경의 등번호인 10번은 축구에 있어선 신성불가침의 숫자이다. 메시의 등번호이기도 하면서 브라질 삼바축구의 전설 펠레와 축구의 신이라 불렸던 아르헨티나의 디에고 마라도나의 백넘버이기도 하다.

 

김연경 메시 논쟁은 새삼스런 화두가 아니다. 우리는 흔히 김연경을 배구계 메시로 비유한 것이 국수주의의 발로로 우리나라의 팬들이 붙인 애칭일 것이라고 짐작하겠지만, 김연경을 메시라고 처음 부른 장본인은 따로 있다.

 

바로 이탈리아 출신의 명장 조반니 귀데티 감독이 그 말의 주인공이다. 그는 현재 축구로 치면 호화군단 레알 마드리드라고 할 수 있는 터키 바키프방크팀의 감독이다. 이탈리아인이면서도 그 지도력을 널리 인정받아 독일 국가대표팀와 네덜란드 국가대표팀 지휘봉을 맡았던 그는 김연경을 보고, 30년만에 처음 보는 뛰어난 선수라고 하면서, 김연경을 축구 선수로 치면 리오넬 메시보다 오히려 한 수 위라고 평가했다.


 

리오넬 메시, 그는 정말 그야말로 대단한 선수이다. 조세 무리뉴, 앨런 퍼거슨, 베켄바워 등 세계 최고의 명감독들이 그를 축구 역사상 최고의 선수인 펠레와 마라도나와 동급이거나 그 이상의 선수로 생각한다. 데이비드 베컴이나 호날도, 호나우도, 웨인 루니 등 현존 세계 최고의 기량을 가진 선수들이 메시를 자신보다 한수위라고 인정한다. 아니 자신이 그와 비교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크게 기뻐한다. 그야말로 리오넬 메시는 축구의 전설이며 신화이자 살아있는 역사이다.

 

그런데 현존 세계 배구계에 그와 같은 인물이 유일하게 한 명 존재하는데 바로 김연경이다. 김연경은 남녀 배구를 포함하여 가장 유명하고 몸값이 높은 샐러브리티이자 배구 역사를 새로 쓰는 인물이며, 배구 교과서의 이론을 그대로 인간의 모습으로 형상화 시킨 인물로 배구를 배우는 모든 수련생들의 모본이자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함께 뛰고 싶어 하는 선수이자, 상대팀 감독이 가장 두려워하는 라이벌 팀의 핵심 선수이자 배구에 있어서는 세계 최고 선수들에게 귀감과 존경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선수이다. 기술적 완성도뿐만 아니라 멘탈과 성품, 동료애와 애국심과 책임감, 끊임없는 학습력과 꾸준한 성실함으로 배구계에서 여제 혹은 여신으로 추앙받고 있는 인물이다.

 

그러나 최근 중국이나 우리나라 일부에서 이런 김연경에 대한 잘못된 시각들이 많은 것 같다. 김연경을 메시와 비교를 하는 것이 가당키나 한 것이냐 하는 시각인데, 조반니 귀데티 감독은 축구로 치면 스페인 프리메라리가나 영국의 프리미어 리그와 같은 터키 아로마 리그에서 최고 명문 구단인 바키프방크의 감독으로서 현대 세계배구에 정통한 최고의 전문가이다.

 

참고로 세계 프로여자배구 수준에 따른 순위를 매기면 터키, 이탈리아, 러시아, 아제르바이잔 리그 순이다. 김연경이 20대 중후반 맹활약했던 터키 아로마 리그는 그 중 가장 수준 높은 리그이다. 야구로 치면 미국 메이저리그이다.

 

배구 전문가들의 입장이 이렇지만, 중국팬들과 일부 한국팬들의 김연경에 대한 평가는 인색하기만 하다. 그것은 배구라는 스포츠에 대한 무지에서 오는 이유도 크다. 따라서 오늘은 두 가지 측면에서 김연경의 위상을 놓고 논해 보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



 

주제1. 김연경의 배구계 위상은 축구계의 메시 이상인가? 이하인가?

주제2. 김연경이 과거 최고의 선수였던 것은 누구나 인정한다. 그렇다면 지금도 최고의 선수인가?

주제3. 앞으로 김연경 같은 선수가 또 등장할 수 있을까?

 

배구와 축구의 서로 다른 영역의 천재들을 동일한 잣대로 평가한다는 것은 의미가 없는 일이다. 이 주제는 김연경이 최고냐? 메시가 최고냐?” 하는 문제가 아니라 배구에서 차지하는 김연경이란 선수의 위상이 과연 어느 정도인지를 묻고 있는 질문이다.

 

따라서 이 주제들은 따로 따로 논의하기보다는 김연경의 실력과 공헌도를 따져 보면 어느 정도 결론을 도출할 수 있을 것이라 사려된다.

 

이것에 대해 각자 의견이 다를 수 있으나 필자는 김연경의 팬이다. 팬의 시선으로 보는 김연경의 뛰어난 점에 대해 간결한 평가를 내려볼까 한다.

 


1. 공격 지수, 공격 공헌도로 분석한 김연경 역량

 

먼저 공격 부분을 통해 김연경의 역량을 분석해 보자. 김연경이나 메시나 모두 그 위치가 공격수인 것은 다름이 없다.

 

세계 최고의 레프트 윙, 김연경

 

배구에 있어서 전통적인 최고의 공격수 포지션은 레프트 윙이다. 물론 라이트 윙(아포짓) 포지션이 공격 위주의 포지션인 것은 맞다. 수비 가담이 적고 세터와 대각으로 편성되므로 백어택 능력이 필수적으로 따라야 하는 라이트 윙은 공격 화력이 뛰어난 스파이커가 맡게 된다.

 

그러나 전통적으로 최고의 공격수가 위치하는 공간은 레프트 윙이다. 런던 올림픽 MVP인 김연경의 포지션이 레프트 윙이고, 리우올림픽 MVP 주팅의 포지션 또한 레프트이며, 현재 중국리그 공격종합 1위를 마크하고 있는 톈진의 18세 괴력 소녀 리잉잉의 포지션 또한 레프트 윙이다.

 


여자 배구 세계 3대 공격수로는 김연경, 러시아의 타티야나 코셀레바와 중국의 주팅을 꼽는데 공교롭게도 모두 레프트 윙이다. 라이트로 유명한 선수는 세르비아의 티아나 보스코비치 정도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그만큼 레프트 윙에 최고 공격수가 다수 포진되어 있다.

 

레프트 윙은 전위 공격은 물론 후위 중앙공격과 리베로를 보조하는 리시브 디그를 겸임하는 등 활동 반경이 가장 넓은 포지션으로서 공격력과 수비력, 체력, 순간 판단력과 볼 배급력 및 정신력이 뛰어나야 하는 포지션이다. 때론 사이드에서 예리한 각을 살린 스파이커가 되거나 중원에서 만리장성을 넘기는 경쾌한 후위 장거리포를 쏘아야 하며 때론 리베로를 대신해 스핀 먹은 서브와 스파이크를 받아내야 하고, 세터를 대신해 라이트 윙에게 아름다운 포물선을 그리는 토스를 올려주어야 하며, 센터와 함께 조를 이뤄 중앙방벽을 쌓아야 하는 110역을 아낌없이 소화해야 하는 포지션이다. 전후방이 따로 없는 전천후 공격과 수비가 필요한 현대배구에서 레프트 윙의 중요성은 점점 더 강화되고 있으며, 뛰어난 레프트 윙을 보유한 팀일수록 우승 확률은 그만큼 높아진다.



 

경이롭기까지 한 김연경의 공격력

 

김연경은 공격과 수비력이 조화를 이룬 올라운드 플레이어지만 레프트 윙에게 첫 번째로 요구되는 공격력에서도 압도적인 선수이다.

 

조반니 귀데티 감독은 김연경을 평하여, 러시아의 신체, 일본의 기술, 미국의 파워, 브라질의 민첩성을 두루 갖춘 세계 최강의 공격수라 평하며 이런 모든 것을 지닌 선수가 존재한다는 것에 대해 경이로움을 느낀다고 평했다.

 

일본의 전설적인 국가대표 세터였던 다케시타 요시에는 JT마블러스 시절 한솥밥을 먹었던 김연경을 평하여 가장 믿고 공을 올려줄 수 있는 선수라고 평했다. 일본이 낳은 가장 노련한 노장 세터가 당시 22살짜리 김연경을 두고 한 말이다.

 

김연경의 일본 시절을 취재한 이시다 미치코 산케이 배구전문기자는 JT 마블스의 팀과 동료들이 김연경을 모두 매우 좋아했다고 한다. 왜냐면 김연경은 어떤 어려운 상황에 공이 올라와도 확실하게 득점을 올리는 해결사 역할을 했었기 때문이다



이런 해결사적 역할은 터키에서도 계속 된다. 터키 바키프방크의 미녀 세터로 우리나라에도 유명했던 나즈 아이데미르 터키 국가대표 주전 세터는 김연경이 터키 진출 원년에 잠시 페네르바체에서 호흡을 맞췄던 세터였는데, 그녀는 김연경에 대해 공을 올려주고 눈을 감고 기다리면 김연경이 언제나 공격을 성공시키곤 했다면서 김연경과 뛰었던 시절을 추억하며 김연경은 자신과 뛰어서 어려움이 있었겠지만 자신은 전혀 어려움이 없었다고 한다. 김연경은 주니어레벨의 세터와 뛰었다고 해도 해결사역을 충분히 해냈을 만큼 훌륭한 공격수였다고 회고하며 공격은 물론 리시브와 블로킹, 서브까지 완벽하기에 배구여신 소콜로바를 이미 넘어선 인물이었다고 평가했다.

 

일본 후지 TVPD였던 하카다 미츠루는 방송인답게 그녀의 영상을 본 소감을 전한다. 김연경 경기 영상을 편집할 때마다 깜짝 놀라게 되는 것이, 김연경의 공격 범위는 매우 넓어서 자신이 접해본 어떤 선수도 김연경보다 넓은 공격 범위를 가지고 있는 선수는 없었다는 것이다. 게다가 파워도 세고 정확하기까지 했다.

 

마사토 후지시마 아사히신문 배구전문기자나 니타 에츠오 TBS 아나운서는 2년간의 일본프로리그 생활을 접고 터키에 진출하여 유럽컵 정상을 차지하며 세계 최고 리그의 MVP가 된 김연경의 소식을 듣고도 전혀 놀라지 않았다고 한다. 김연경은 일본에 오기 전에 이미 한국에 있을 때부터 힘과 기술, 점프력에서 완벽했던 이미 최고의 완전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 한다.

 

세르비아의 배구대표팀 테르지치 조란 감독은 2014 월드그랑프리 예선에서 1-3으로 한국 대표팀에 승리한 후 가진 인터뷰에서 김연경을 칭하여 막을 방법을 알아도 막을 수 없었던 위대한 선수라고 엄지척을 올렸다. 다른 쪽 수비를 포기하고 김연경 쪽에 전담 블로커들을 집중 배치하고 김연경을 향해 목적타를 집중했지만 김연경의 공격 성공률이 41%나 나왔다는 사실에 혀를 내둘렀다. 승리한 팀 감독이 패한 팀 선수를 두고 이런 칭찬을 하는 경우는 극히 드문 일이다.

 

체코의 agel prostejov 감독은 김연경의 공격력을 두고 여자가 그런 수준의 공격이 가능하다는 것에 대해 경이롭다고 평하며, 높은 타점에 넓은 공격 범위, 특히 환상적인 백어택까지 이는 남자선수에 필적하는 배구교육용 비디오에나 나올만한 그야말로 그레윗 한 공격력이라고 칭송했다.

 

그렇다면 베컴이나 호날도, 호나우도와 같은 현존 최고 스트라이커가 메시를 최고라고 인정했다면, 오늘날 세계 배구계의 3대 공격수는 김연경을 어떻게 평가할까?

 

러시아 출신 레프트 윙으로 엑자시바시의 타티아나 코셀레바는 김연경을 향해 페네르바체에서 가장 두려운 존재로 생각했다. 그리고 김연경은 만인의 존경받는 선수이자 자신 또한 김연경을 존경한다고 고백한다.

 

중국이 낳은 세계적인 스타 바키프방크의 주팅은 김연경은 세계 최고의 선수이며 어려서부터 자신의 우상이었다고 고백하고 있다.

 

배구 실전을 뛰는 선수들은 김연경의 공격력을 더욱 가까이에서 지켜보았을 것이다. 특히 상태팀으로 김연경을 맞닥뜨린 선수들은 김연경에 대한 압박을 심하게 받았다.

 

체코 국가대표 윙 스파이커인 헬레나 하벨코바는 김연경의 가공할 공격은 상대팀에서 막을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김연경은 약점을 찾을 수 없는 완성형 선수로서 그녀의 공격을 방어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다만 숙련된 기술로 그녀를 경기 내내 괴롭힐 수 있었을 뿐. 물론 그래도 김연경은 반드시 득점을 낼 것이라고 그녀는 말했다.



 

주팅과 리잉잉은 과연 김연경보다 뛰어난 선수일까?

 

그런데도 중국 배구팬들이 김연경의 실력을 의심하며 전성기가 지났다고 비아냥거리는 이유는 크게 보면 두 가지 때문이다. 첫째 중국이 배출한 걸출한 스타인 주팅과 리잉잉이 동일한 포지션이면서도 최근 김연경보다 훨씬 많은 득점을 내고 있다는 점이다. 더구나 주팅은 23세이고, 리잉잉은 18세에 불과하다. 김연경보다 더 멀리 뻗어나갈 가능성이 무궁하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김연경이 지금까지 세계 여자배구 연봉 퀸이었지만 20176월 주팅이 바키프방크와 110만 유로에서 135만 유로로 재계약함으로써 이전까지 120만 유로를 받았던 김연경보다 높은 최고대우를 받게 되었다는 점을 이유로 들고 있다. 이 때까지 김연경이 페네르바체로부터 받았던 120만 유로는 남녀배구를 통틀어 세계 최다 봉급이었다.

 

리잉잉과 김연경의 득점력 비교

 

사실 득점면으로 보자면 리잉잉은 작년 상하이와의 맞대결에서 1차전 30, 2차전에는 45득점을 올렸는데, 리턴매치에서 올린 45득점은 2013-2014시즌 주팅이 중국슈퍼리그에서 기록한 개인 한 경기 최다 기록인 43점을 갱신한 것으로 중국 선수로서는 최고 득점 기록이다.

 

이날 김연경은 양지에와 함께 각각 24점을 기록, 17세 소녀에게 몰빵배구를 하는 톈진에게 아깝게 무릎을 꿇고 말았다.

 


그렇다면 김연경이 주팅이나 리잉잉에 비해 개인 공격력이 떨어지는 것일까? 일단 과거 기록으로 봐서는 전혀 뒤지지 않는다. 김연경은 지난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열린 2014 FIVB 월드 그랑프리 러시아전에서 개인 득점 42점을 올린 기록이 있다. 이 때 1그룹 득점부문 1위를 기록했는데, 조별 종료 기준 242점 평균 26.89점으로서 2위와는 무려 60점이나 차이가 나는 대기록이었다.

 

김연경에 얽힌 또 하나의 이야기가 2012 런던올림픽 MVP 신화이다. 김연경은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이후 36년만에 대한민국의 올림픽 4강 진출을 이루면서 개인적으로도 다득점왕을 차지한다. 207점으로 2(미국 데스티니 후커의 147)와는 50점 이상 차이가 났다. (정확하게 확인은 못했지만 이 점수는 2004년 아테네올림픽 때 예카테리나 가모바의 기록인 204점을 능가하는 지금껏 최고 기록으로 알고 있다.) 이 경기에서 애틀란타 올림픽 이후 최초로 메달권에서 제외된 팀에서 MVP를 수상하는 영예를 얻었다.

 

주팅이나 리잉잉의 기록은 중국 국내 리그에서 얻은 기록이었지만, 김연경은 상대적으로 약체로 평가되었던 대한민국의 대표로 국제대회에 나가 세계 강호들과 겨뤄 쌓아올린 점수였다.

 

국제대회와 국내 리그가 무슨 차이가 있냐고? 만일 한 게임당 얻은 득점을 통해 그 선수의 가치를 평가한다면 국내 V리그에서 뛰고 있는 IBK 기업은행 소속의 용병 매디슨 리쉘(메디)이 작년 12월에 현대건설과의 승부에서 올린 57득점이 더 높지 않을까? 물론 메디가 훌륭한 선수이긴 하지만, 뛰는 리그와 상대 팀의 전력이 다르기 때문에 김연경과 비교를 하기에는 무리수가 있다.



 

누가 과연 연봉퀸인가?

주팅과 김연경 연봉 비교

 

그리고 연봉 액수의 문제 역시 좀 더 생각해 보아야 할 측면이 있다. 김연경의 재계약에 있어서는 돈의 액수만이 고려대상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돈만 목적이었다면 김연경은 터키 리그에 남아 있었거나 유럽의 또 다른 명문 구단을 선택했을 것이다.

 

김연경은 2014년 자유계약신분을 획득했을 때 러시아와 아제르바이잔으로부터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받았다. 한 곳은 무려 20억원을 제시한 곳도 있었다. 지금 환율로 따지면 153만 유로에 달하는 금액이다. 그리고 페네르바체는 좋은 조건에 장기 계약을 제안했다.

 


그러나 김연경은 페네르바체와의
2년 단기 재계약에 합의하는데 만족했다. 김연경은 남미나 중국 리그 등 보다 다양한 배구를 접하고 싶었지만 임대 선수-FA 신분 문제로 고생했을 때 자신을 도와주었던 페네르바체와의 의리를 먼저 생각했기 때문이다.

 

김연경이 돈의 액수만을 전부라고 생각하는 프로 선수였다면 결코 이런 선택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러시아나 아제르바이잔으로 소속팀을 옮겼거나 페네르바체와 4~7년 이상의 장기 계약을 통해 신분의 안정과 재정 욕구를 챙겼을 것이다.

 

참고로, 2016 터키 스포츠 일간지 파나티크는 김연경의 선수가치를 250만 유로(당시 환율 312223만 원)로 측정했다. 이것은 현존 배구 선수 중 잠재가치 1위에 해당되는 액수였다.

 

그리고 20176월에는 월드오브발리에서 그 유명한 엑자시바시 김연경 300만 달러(34억원) 영입설을 여론에 유포하기도 했는데, 이는 라이벌 구단 엑자시바시가 자유계약 신분으로 풀려난 김연경을 잡기 위해 미화 300만 달러를 준비해 두고 있다는 내용의 보도였다.

 

이 보도는 나중에 김연경측으로부터 사실무근이라는 답을 얻어 근거 없는 낭설로 확인됐지만 그만큼 FA시장에서 김연경을 잡으려면 그 정도의 몸값을 준비해야 한다는 김연경의 가치 평가가 담겨 있는 풍문이었다.

 

김연경 연봉에 대해서는 다양한 보도와 억측이 있었다. 기존 20175월 다국적 방송 유로스포츠 터키판이 주장한 상하이 입단 5개월 80만 달러설과 폴란드 스포르토베파크티지의 페네르바체 잔류 기준 100만 유로설이다. 즉 전자는 김연경이 상하이와 5개월 80만 달러(9억원) 1년 환산 192만 달러(215251만 원)에 계약했다는 내용이고, 폴란드 매체의 주장은 김연경이 페네르바체에 잔류하는 금액으로 최소 100만 유로(125283만 원)를 제시했는데 페네르바체가 이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설이다.

 

터키 유력 스포츠 일간지 파나티크는 페네르바체 간판스타 김연경이 배구 역사에 남을 계약을 맺고 중국으로 활동 무대를 옮겼다는 보도를 하였는데, 세부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고 중국 역대 최고 수준이며 페네르바체에서 받던 최고 대우(120만 유로)보다 비슷하거나 더 나은 조건에 합의했다는 내용을 실었다.

 

김연경의 이적과 연봉에 대해 온갖 억측이 떠돌자 김연경의 에이전트사인 인스포코리아는 기존 언론의 보도들은 다 전혀 근거 없는 보도라 일축하고 상하이 구단과 연봉 액수를 공개하지 않기로 약속하여 정확한 액수를 밝힐 수 없으나 지난 시즌 페네르바체에서 받던 액수(인스포코리아는 파나티크가 밝혔던 120만 유로보다 많은 130만 유로를 제시)와 비슷하거나 더 많은 금액에 계약했다는 사실관계를 밝혔다.

 

위 유로스포츠와 인스포코리아의 주장에 따르면 김연경의 봉급은 주팅과 비슷한 135만 유로 내외이거나 1년 환산 156만 유로에 해당하게 한다. 유로스포츠가 주장한 5개월 80만 달러는 1년 기준으로 환산하면 192만 달러(156만 유로, 216000만원)에 달하고, 인스포코리아의 주장에 따르면 135만 유로 내외가 된다. 한화로 16~17억원 정도이다.

 

인스포코리아가 제시한 작년 130만 유로와 비슷하거나 좀 더 많은 액수(130만 유로+α)’설은 김연경 계약 한 달 뒤 바키프방크와 주팅이 맺은 135만 유로와 거의 비슷한 금액이다. 상하이 측과 정확한 액수를 밝히지 않기로 했기 때문에 김연경과 주팅 중 누가 연봉 1위인지는 구체적으로 확인할 바가 없으나 김연경의 경우, 2018년 활동 중에 여러 경로를 통해 아직도 세계 연봉 1위인가에 대한 질문을 받았을 때 김연경이 부인한 적이 없는 것으로 보아 개인적으로 생각할 때 135만 유로 이상일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본다.

 

그리고 보통 김연경과 같은 최고 선수들의 계약은 포스트 시즌과 결승 진출에 따른 인센티브를 옵션으로 깔고 있다. 그런데 누구도 올해 상하이가 이렇게 정규시즌 우승과 챔피언리그 진출을 하리라 예상한 사람들은 없었다. , 기존 135만 유로에 우승 인센티브가 합쳐져 최소한 주팅이 받는 연봉 이상의 돈을 받을 것이라 추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설령 인스포코리아가 제시한 연봉의 최저점인 130만 유로를 연봉으로 책정한다고 해도, 김연경이 중국에서 그야말로 파격적인 특급 대우를 받는 것은 분명하다. 중국 슈퍼리그는 아직 정식적인 프로리그가 아닌 세미프로이고 총 경기 수와 리그 일정이 터키에 비해 상대적으로 짧다. 그러므로 1경기 당 받는 액수는 주팅보다 훨씬 금액이 높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 점은 꼭 생각해 보아야 한다. 김연경의 상하이로의 이적은 김연경이 돈만을 목적으로 한 선택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김연경의 꿈이 2020 도쿄올림픽에서 대한민국팀이 메달을 획득하는 것이라는 것은 누구나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런던 올림픽과 리우 올림픽에서 메달 획득에 실패한 것을 평생 한으로 간직하고 있는 김연경과 김연경 없이는 앞으로 당분간 올림픽에서 메달을 획득하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하는 한국 배구 관계자들이 모두 공감하는 중국행이었다.

 

올림픽 티켓을 얻기 위해선 세계선수권대회는 물론 국가 대항 에이매치 경기에서 일정 이상의 성적을 거두어야 하는데, 한국 전력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김연경으로서는 터키와 유럽 리그처럼 긴 일정을 소화하며 국가대표 역할을 함께 수행할 수 없다는 것을 경험으로 몸소 알고 있기 때문에 무엇보다 일정이 짧고 한국과 가깝고 시차 적응도 손쉬운 중국 리그의 상하이를 보금자리로 선택한 것이다. 물론 세계랭킹 1위인 중국 배구의 속살을 들여다보고픈 호기심도 작용했을 것이다.

 

김연경은 남다른 선수이다. 오직 몸값을 올리려 운동하는 여타 프로선수들과는 차원과 레벨이 다르다. 김연경의 중국 리그 선택은 개인의 영달보다는 대한민국 국가대표로서의 자존심이 가장 큰 작용을 한 것이었다. 이러한 김연경의 처지도 모르고, 김연경보다 주팅이 더 많은 연봉을 받게 되었다고 해서 주팅이 김연경을 능가했다고 보도하는 중국 언론의 깊이가 참으로 의심스럽다.

 

주팅이 현재 바키프방크로부터 받는 135만 유로는 김연경이 받을 수 있었던 153만 유로에 비하면 적은 액수이다. 그것도 4년 전의 시세이다. 그리고 터키 파나티크지가 측정한 잠재적 선수가치인 250만 유로와 엑자시바시 300만 달러 영입설에 비해 턱 없이 부족하다. 그리고 유로스포츠판에 의거한 5개월 80만 달러의 경우 지금 상하이로부터 받는 액수를 1년으로 환산하면 김연경이 더 많은 액수를 수령한다. 인스포코리아가 제시한 ‘130만 유로+α를 받아들인다고 해도 김연경 선수의 연봉은 주팅보다 많거나 비슷한 수준이다. 돈 액수가 적더라도 1게임당 받는 수당은 김연경이 훨씬 높으며, 터키 리그도 아닌 중국 리그에서 이런 액수를 제시한 것은 이례가 없는 일이었다. 그러므로 아직도 김연경이 세계 배구계의 연봉퀸인 것은 변함없다.



 

득점력만으로 평가할 수 없는 배구만의 특성

 

그렇다면, 김연경은 지금도 여전히 세계 최고의 선수인 것은 맞는 걸까? 분명 매 경기마다 주팅과 리잉잉이 평균적으로 김연경보다 더 많은 득점을 얻는 것이 사실 아닌가? 결과로 증명하는 스포츠 세계에서 득점이 높은 주팅과 리잉잉이 김연경보다 뛰어난 선수가 아닐까?

 

배구 포지션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지 않은 사람들은 단순히 눈에 보이는 득점만으로 선수 역량을 평가하곤 한다. 물론 한두 점 차이로 팀의 운명이 결정되는 축구나 야구와 같은 스포츠 경기에선 득점력이 모든 요소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한 세트 당 25, 5세트까지 갔을 때 총 115점을 내야 승리하는 배구 경기에선 득점력은 물론 더 많은 요소가 팀 승리에 필요하다.

 


일단 태생적으로 2미터에 달하는 세계 장신 블로커들을 상대할 수 있을 정도의 최소한의 신장과 팔다리 길이, 유효 스파이크 높이 3m를 넘길 수 있는 점프력과 풀세트 2시간 30분간 지치지 않고 뛸 수 있는 신체조건과 승부를 결정지을 개인 득점력 외에도 상대의 득점을 막는 블로킹과 디그 능력을 포함한 수비력, 득점을 위한 환경 조성 능력인 원활한 서브 리시브 능력과 토스 어시스트 능력, 아예 상대팀의 수비 진영을 흔들어 놓을 수 있는 위력적인 서브 능력과 무엇보다 분위기를 타는 배구에서 팀 분위기를 좌우하는 리더십 역량이 종합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배구는 잘된 수비 하나가 1점을 막는 게임이다. 축구 농구는 득점과 실점 외에 중간 회색지대가 있지만 배구는 득점 아니면 실점이다. 리시브나 디그 하나를 성공하면 1점을 얻는 것이고 놓치면 1실점을 한 것이다. 그렇기에 공격 못지않게 수비수의 팀 공헌도도 높다. 그리고 분위기가 크게 좌우하여 대부분의 경기들이 초반 1세트는 접전을 벌이지만 일단 힘의 균형이 깨지면 후반으로 갈수록 경기력의 차이가 크게 벌어지는 스포츠 분야이다. 따라서 전체적으로 팀 분위기가 가라앉지 않도록 끊임없이 동료들을 독려하고 성원하는 리더십 능력이 필수적인 스포츠이다.

 

그런 의미에서 주팅이나 리잉잉도 훌륭한 선수이지만, 정말 배구를 아는 사람들은 이들이 김연경을 능가하려면 아직도 한참 더 분발해야 할 것이라 입을 모은다. 그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그 이유는 다음 단락인 수비 기여도와 팀웍에 대한 기여도를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2. 수비 기여도, 수비 공헌도로 본 김연경 역량

 

김연경은 배구계의 메시라고도 불리지만 또한 배구계의 메피라고도 불린다. 여기서 메피란 세계 최고의 공격수 리오넬 메시와 최고 수비수 제랄드 피케의 이름 앞부분을 조합해 만든 인공적인 이름이다. 즉 최고의 공격수이자 최고의 수비수가 합쳐진 창과 방패가 하나로 결합된 무적의 선수라는 의미이다.

 

제랄드 피케는 스페인 국가 대표 센터백으로 메시와 함께 FC 바르셀로나에서 활약한 현존 최고의 수비수이다. 역사적으로 최고의 수비수로는 이탈리아 빗장수비의 상징 AC 밀란의 파울로 말디니와 독일 철벽수비의 상징 FC 바이에른뮌헨의 프란츠 베켄바워를 꼽는데, 토탈 사커를 지향하는 현대 축구의 흐름에서 보면 수비는 물론 리베로 수행과 수비 시스템 전술 구사력, 공격 가담력이 뛰어난 베켄바워가 더 높은 평가를 받는다. 그러한 베켄바워가 자신의 후계자로 지목한 인물이 바로 FC 바르셀로나의 제랄드 피케이다.

 


피케는 안정적인 철벽 수비 능력뿐만 아니라 최후방의 스토퍼 역할과 전방의 공격지원을 동시에 수행하는 경기 조율 능력을 갖춘 토탈 사커로, 많은 이들이 세계 최고의 수비수로 손꼽고 있다. 특히 수비에서 공격으로 전환 하는 능력이 탁월하여 중원을 거치지 않는 롱패스와 압박 수비 앞에서 펼치는 전진 패스와 수비수들을 따돌리는 드리볼 능력과 공격 센스가 뛰어난 지능형 공격 가담형 수비수였다.

 

우리나라에서는 홍명보 선수가 그런 역할을 잘 했다. 수비의 최후 라인을 책임지는 동시에 정확한 롱킥으로 전방에 공을 뿌려주거나 세트 플레이에 가담하여 골대 모서리를 찌르는 정확한 슛을 쏘곤 하던 컴퓨터 골게터였는데 수비수와 공격수의 모습을 완벽하게 구사하는 모습이 지금의 김연경과 상당히 닮아 있다.

 

많은 이들이 메시는 잘 알지만 피케는 잘 알지 못하듯, 많은 스포츠에서 공격수들이 언론의 화려한 조명을 받고 있다. 그러나 배구에서만큼은 수비수가 공격수 못지않은 중요성을 갖는다.

 

배구는 공격수라고 해서 공격만 할 수 있는 스포츠가 아니다. 축구와 농구, 핸드볼 등 대부분의 구기 종목들은 모두 공격수의 일정 부분의 수비 참여를 필요로 한다. 그러나 배구의 경우에는 모든 공격수에게 전적인 수비 능력을 요구한다.

 

배구에선, 제아무리 뛰어난 득점 기계라고 하더라도 일정 수준의 수비능력을 갖추고 있지 못하면 팀승리에 전혀 도움이 될 수 없다. 그 선수가 아무리 뛰어난 공격력을 갖추고 있더라도 블로킹을 하기에 너무 키가 적다거나, 리시브가 불안하거나, 디그를 잘하지 못한다면 그야말로 그 선수는 상대팀이 공격을 할 때 주된 타겟이 되고 팀의 구멍이 될 수 있다.

 

배구는 세터놀음이자 빈틈찾기 놀이라 할 수 있다. 아무리 토스가 좋은 세터라 하더라도 키가 너무 작으면 그 세터의 자리는 블로킹 장벽의 구멍이 된다. 태국의 눗사라 세터나 우리나라 단신 세터들의 자리가 상대팀 공격수들의 주된 공격 루트로 활용되는 점을 흔히 보았을 것이다.

 

아무리 공격력이 좋은 선수라 하더라도 리시브 능력이 떨어진다면 상대팀이 서브를 할 때 주된 타겟이 된다. 배구는 모든 공격의 시작이 안정된 서브 리시브로부터 시작된다. 그런데 서브를 제대로 받아내지 못하면 그 팀은 제대로 된 공격 진영을 갖출 수 없어 득점을 낼 기회를 상실할 뿐만 아니라 팀 전체의 분위기가 흔들리게 된다. 필자는 서브 리시브가 불안한 팀이 승리하는 경우를 결코 본 적이 없다.

 

특히 김연경과 같은 주 공격수는 상대팀이 서브를 할 때 첫 번째 목표가 된다. 왜냐하면 일차적으로 정신이 없게 만들어 공격의지를 꺾어놓기 위해서이고, 이차적으로 서브 리시브를 하고 공격 위치로 돌아오는 데 시간을 지연시키고 제대로 된 공격자세를 갖추지 못하게 만들어 상대방의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서이며 셋째는 체력 소모를 유도해 후반전으로 갈수록 전력을 약화시키기 위해서이다.

 

그런데 그처럼 강력한 공격수가 서브 리시브를 잘 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팀전력에 굉장한 누수를 가져오게 된다.

 

그리고 리시브를 많이 받을수록 공격할 기회는 더욱 줄어들어 자신의 공격포인트는 줄어들게 되어있다. 따라서 톈진과 같은 팀은 주 공격수 리잉잉을 많이 활용하기 위해 레프트 윙 포지션이 의무적으로 감당해야 하는 리시브를 자체적으로 면제해 주고 있기도 하다. 이 점이 리잉잉이나 주팅이 현재 김연경보다 게임 당 더 많은 득점을 올리고 있는 주된 이유이다.



 

그렇다면 김연경의 수비 능력은 어느 정도일까?

 

김연경의 해외 진출 후 팀 성적이 수직 낙하하는 곤경을 경험했던 당시 고 황현주 전 흥국생명 감독은 그 때를 회상하며 당연히 팀 공격도 공격이지만 팀 수비에서 더 큰 빈자리를 느꼈다고 전한다. 김연경은 당시 팀 내 수비의 40%를 책임지던 수비수의 주축이었다.

 

김연경의 JT마블러스 시절을 함께 한 일본의 전설적인 세터 다케시타 요시에는 기존에 자신은 키가 큰 선수나 에이스 실력을 갖춘 선수들은 수비쪽에서 부족한 부분이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었는데 김연경을 통해 그런 자신의 선입견이 깨졌다고 한다. 그녀에게 김연경은 수비와 세터, 리베로 역할까지 어디에서도 결점을 찾을 수 없는 세계 최고의 만능형 선수였다.

 


중국 시나스포츠는 2017-2018 상하이가 랴오닝을 이겨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 지은 21라운드를 기준하여 각 포지션별 최고 선수를 뽑았는데 김연경은 리잉잉과 함께 최고 주포 자리에 올랐다. 시나스포츠는 60%대의 높은 공격성공률을 기록한 김연경의 공격력에도 찬사를 보냈지만 김연경의 시종일관 안정적인 수비력에도 높은 점수를 주었다. 올해 들어와 상하이가 승부처마다 안정감을 보였던 것은 김연경의 수비력이 키 역할을 했다고 보도했다.

 

김연경에 대한 수비 의존은 예전의 흥국생명이나 수비력이 약한 올해의 상하이 유베스트뿐만 아니었다. 최근까지도 우리나라 여자배구 국가대표팀은 김연경에 대한 공격과 수비 의존 비율이 심각한 상황이다.

 

지난 2017 99일 불가리아 루세에서 열렸던 FIVB 그랑프리 국제여자배구대회에서 한국은 아쉽게도 세계랭킹 17위 불가리아에 2-3 패배를 기록했는데, 그 원인을 분석한 스포츠서울 이정수 기자의 글이 인상적이다.

 

이날 김연경은 공격 득점이 14점에 그쳤는데, 그 원인은 지나친 김연경 쏠림 현상 때문이었다. 한국의 총 공격 160번 중 53번 공격을 하여 14점을 낸 것인데, 이처럼 성공률이 떨어진 이유가 과도한 수비 압력에 따른 결과였다는 것이다.

 

이날 김연경은 한국 총 서브 리셉션 97회 중 33회를 받아내 1(2위 리베로 김해란 27회보다 5회 더 많았고), 8번 블로킹으로 팀내 1, 디그는 15회로 2(1위 김해란은 26)였다.

 

위 내용을 검토해 보면 김연경에게 가장 많은 공이 집중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은 불가리아 선수들이 서브 목적타를 통해 김연경을 경기 내내 괴롭혔고, 공격수들이 공격을 할 때도 김연경을 향해 공을 뿌려댔으며, 블로킹도 김연경 앞에 철벽을 쌓아 집중 마크했다는 점을 나타낸다.


김연경은 불가리아 선수들의 집중 서브를 받고 세터가 올려준 공을 블로킹 벽을 피해 스파이크를 하고(이 때 2~3명의 장신 블로커를 피하기 위해 더 높은 점프와 예리한 각이 필요했을 듯), 불가리아에서 때릴 때 블로킹을 하고, 또 넘어온 공은 다이빙을 하며 디그를 하는 등 리시브와 스파이크, 디그를 집중적으로 감당했어야 했기 때문에 후반으로 갈수록 체력적 어려움에 봉착했다.

 


이 때 김연경은 이미 터키 페네르바체에서 플레이오프와 챔피온 시리즈까지 치루고 휴식 없이 경기에 참석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당시 홍성진 호는 국가대표 엔트리도 모두 채우지 못하고 출발해 기존 선발 선수들의 체력 소모가 심했다. 특히 국가대표 팀에서 가장 많은 공격과 수비 부담을 짊어지고 있고 상대팀의 가장 많은 경계를 받고 있는 김연경의 부담은 실로 컸으리라 생각된다.

 

이 날의 경기내용을 살펴보면 단순히 한 선수의 능력치를 공격 득점에 한정해 판단하는 것은 매우 성급한 시도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날의 김연경의 활약을 득점으로만 판단했다면 이날의 한국팀 수훈 선수는 박정아이다. 그녀는 이날 17득점을 올렸다. 그러나 박정아는 서브 리셉션 20번 시도에 6번을 성공하여 김연경에 비해 수비 공헌도가 크게 떨어졌다. (블로킹과 디그는 자료가 없음.)

 

하여튼, 한 선수의 총 팀 승리 공헌도에는 득점만을 단순 비교해선 안되며 수비 비중과 동료 선수에게 미치는 영향까지 고려하여 계산해야 한다.


 

 

공격과 수비 지수를 포함한 총 공격지수는?

 

따라서 공격 득점에 수비 점수를 포함하여 간략하게 총점수화 한다면?

 

개인선수의 총 득점력 = 공격 득점(블로킹, 서브, 터치아웃 포함) + 디그 + 리시브 - 범실 ± 대체 선수의 득실


 

만약 한 경기에서 리잉잉이 공격 득점으로 40점을 냈더라도 범실 10개에 디그 15개 중 5개 성공이라고 해보자. 40-10(범실)-5(디그 총점 즉, +5-10)+0(리시브)=25, 여기에 리잉잉의 서브 리시브를 대신 받아주느라 공격 포인트를 따지 못한 선수의 잠재적 점수 -10점을 대입하면 총득점은 15점이다.

 

김연경이 한 경기에서 공격 득점으로 25점을 올리고 범실 7개에 디그 20개 중 15개를 성공하고, 서브 리시브 20개를 받아 17개를 성공했다고 해보자.

 

25(공격 득점)-7(범실)+10(디그 총점 즉, +15-5)+17(서브 리시브 총점 즉 20-3)=45, 여기에 김연경이 디그와 리시브를 받아 주었기에 가능했던 다른 선수들의 부가 득점 최소 10점을 포함하면 최소한 55

 

공격 득점만 보았을 때 리잉잉이 40, 김연경이 25점으로 리잉잉이 우월한 15점 차이가 났다고 하지만 수비 점수와 대체 선수의 득실까지 포함하여 환산해 보면 김연경의 55점과 리잉잉은 15점으로 40점 이상 김연경의 우위가 나타난다. 물론 이것은 가상의 점수표이지만, 충분히 일리가 있는 점수 비교이다.


쩡춘레이의 상하이 선택과 리시브의 관계

 

이번 중국 플레이오프 경기를 보면 상하이와 장쑤의 라이트 윙 대결에서 쩡춘레이가 궁샹위에게 확실한 승리를 거뒀는데, 그 이유도 따지고 보면 리시브에 대한 부담 차이 때문이었다. 장쑤는 준결승전에 저장의 에이스 리징을 데려오면서 리시브의 많은 부분을 궁샹위에게 전가시켰다. 원래 궁샹위의 라이트 윙 자리는 수비 부담이 높지 않은 위치이다. 그런데 리징의 합류에 따라 궁샹위는 평소보다 후방으로 내려올 수 밖에 없었고 그것은 공격기회를 잘 살릴 수 없는 이유가 되었다. 게다가 김연경과 쩡춘레이의 폭격을 받아내느라 평상시 실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었다.

 


그에 반해 쩡춘레이는 리시브를 도맡아 해결해 내는 김연경의 도움을 받아 리시브의 부담을 상당수 줄였고 덕분에 많은 공격 기회를 살릴 수 있어서 궁샹위와의 국가대표 라이트 윙 포지션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었다.

 

애초에 쩡춘레이의 임대를 놓고 상하이와 랴오닝, 톈진은 모두 치열한 경합을 벌였다. 그런데 쩡춘레이의 상하이 합류를 놓고 많은 사람들은 의외의 선택이었다고 입을 모은다. 쩡춘레이가 톈진으로 향했다면 우승 확률이 가장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톈진에는 부동의 레프트 윙 리잉잉이 있고, 국가대표 레프트 윙 류샤오퉁과 세터 천신퉁이 합류하여 라이트 윙 외에는 약점이 없는 팀이 되었다. 만약 톈진에 쩡춘레이 마저 합류하면 챔피온리그 우승 확률은 따논 당상과 같았다. 그러나 쩡춘레이는 깊은 고민 가운데 상하이로 발길을 돌렸다.

 

그 이유는 톈진의 리잉잉 때문이다. 텐진은 레프트 윙 리잉잉의 득점포를 높이기 위해 그의 리시브를 면제해 주고 있는데 이것은 그만큼 다른 사람들이 리시브를 많이 받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쩡춘레이가 톈진으로 갔다면 아마도 리잉잉 대신에 받는 리시브로 인해 지금과 같은 멋진 플레이를 보여주지 못했을 것이고, 장쑤의 궁샹위와의 경쟁에서도 유리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을 것이다. 아마 리징의 합류로 인해 제 기량을 보여주지 못했던 궁샹위의 모습과 비슷한 형태가 연출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고질적 세터 문제 속에서 길어 올린

김연경의 값진 공격 지수

 

그리고 배구가 일종의 세터놀음이라는 점도 중요하다. 아무리 뛰어난 레프트 윙과 아포짓 윙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세터가 공격수에게 원활한 볼 배급을 하지 못한다면 공격수의 잠재능력은 사장되고 말 것이다.

 

지금 중국리그에서 뛰고 있는 상하이의 주전 세터 미양과 백업 세터인 삐앤 위치안이 차지하고 있는 위상은 장쑤의 다오린위와 톈진의 세터 야오디보다 미약하다. 다오린위와 야오디 모두 현역 국가대표 백업 세터로 딩샤와 교대로 대표팀에서 활약하고 있다. 그에 비해 런던 올림픽 중국 국가대표 백업 세터 출신인 미양은 톈진에서 임대되어온 선수로서 세터 감각이 예전 같지 않아 보인다.

 

실제로 미양 세터의 토스의 문제점은 중국 중계방송 패널들이나 일본 배구 전문가들조차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있을 정도이다. 개인능력과 별개로 호흡도 중요한데, 여러 매체들은 올 상하이에서 김연경의 연착륙 가능성은 세터와 얼마나 호흡을 잘 맞출 수 있는가로 보았다. 그처럼 리그 초반 상하이의 경기에서 미양 세터와 김연경은 엇박자로 손발이 맞지 않는 모습들을 자주 노출시켰다.


 

비슷한 상황은 한국대표팀에서도 벌어졌었다. 2017년 시즌 한국의 국가대표 경기에는 세터 포지션이 고정되지 못하고 경기마다 새로운 세터를 시험하는 일종의 실험무대였다. 김연경과 김희진 등 주 공격수들은 새로운 세터들과 손발을 맞추느라 제대로 된 공격을 수행할 수 없었다. 제대로 스파이크에 힘을 들일 수 없었고, 세터로부터 넘어온 공을 맞추는 데 급급했다. 싸인이 맞지 않아 연타로 넘기는 경우가 허다했다.

 

함양 미달 세터들의 문제는 공격력 약화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 진짜 문제는 부정확한 토스로 공격수들의 허리를 꺾이게 만들어 부상의 위험성을 높인다는 데 있다.

 

김연경은 세터 복이 많은 선수에 속하지 않는다. 물론 좋을 때도 있었다. 국내에서 김사니 이효희 세터와 좋은 궁합을 이루었다. 특히 우리나라에 드문 장신 김사니 세터와는 환상의 궁합을 맞췄고, 일본에선 세계적인 세터 다케시타 요시에와 좋은 궁합을 이루었다.

 

그러나 그 외의 세터들과는 어려움이 있었다. 페네르바체와 국가 대표팀에서 매 시즌 매 게임마다 주전 세터가 바뀌는 상황을 겪었다. 어찌보면 새로운 세터들과 호흡을 맞춰 나가는 것이 늘 그녀의 시즌 개막 이후의 과제였다.

 

페네르바체에서 손발을 맞춘 태국이 낳은 세계적인 세터 눗사라 톰콤은 김연경과 절친이지만 세터와 공격수 콤비로는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었다. 중앙 속공과 빠른 토스를 장점으로 하는 눗사라의 볼 공급은 양 사이드 고공 강타와 백어택을 주무기로 하는 김연경과는 잘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국가대표팀 세터의 문제는 김연경과 해당 세터의 문제가 아니라, 지금 국가대표팀의 아켈레스건이다. 그동안 홍성진 전임 감독이 염혜선, 이소라, 이재은, 이고은, 조송화 등 많은 세터들을 실험했지만 아직도 국가대표 세터 자리는 공석이다.

 

세터는 모든 공격과 전술의 핵심 자리이다. 세터 자리의 안정 없이 공격은 물론 팀조직력을 구축할 수 없다. 2020년 도쿄 올림픽은 물론 임박한 아시안게임의 조직력 조기 구축을 위해서라도 어서 세터 자리를 안정화 시켜야 할 것이다.

 

그러한 어려운 과정 속에서 상하이가 중국 정규 리그 우승을 차지하고, 우리나라 국가대표팀이 월드 그랑프리 2그룹 대회에서 준우승하고, 아시아선수권 3위를 차지하고, 2018 세계선수권 아시아 예선에서 한 세트도 빼앗기지 않고 4전 전승으로 본선행을 확정지은 것은 그야말로 김연경의 뒷받침이 크게 좌우했다.



 

배구 전문가들이 보는 김연경과 리잉잉의 득점력

 

배구 전문가들이 한 게임당 30점 이상 득점을 올리는 막강한 화력을 뿜어내는 바키프방크의 주팅이나 톈진의 리잉잉보다 평균 23점 내외 점수를 내는 김연경을 더 높이 평가하는 데는 많은 이유가 있지만 그 중 하나가 이런 김연경만의 수비력과 좋지 못한 환경 속에서도 뛰어난 성적을 내는 그녀의 꾸준함 때문이다.

 


만약 김연경에게도 오그네보니치나 딩샤와 같은 세터를 붙여주고, 리잉잉처럼 리시브를 면제해 준다면, 김연경의 득점력은 리잉잉 이상으로 올라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상하이 형편에서 세터 교체는 어렵고, 김연경은 현재 중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선수 중 랴오닝의 리베로 공메이지와 함께 서브 리시브 성공률이 가장 높은 선수이다. 공격력보다 수비력이 약한 상하이로선 김연경의 리시브 도움이 무엇보다 간절하다.

 

적어도 주팅이나 리잉잉이 얻은 득점의 상당수는 자기 팀의 다른 선수들이 얻을 수 있었던 잠재적 점수를 가져온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에 비해 김연경의 안정된 수비력과 넓은 활동반경은 다른 선수들에게 폭넓은 공격 기회를 제공하며 팀의 고른 득점을 가져왔다. 상하이는 여타 다른 팀들에 비해 공격 루트가 다양하다. 김연경과 쩡춘레이의 쌍포가 양 사이드에서 가동되고, 김연경이 후위에 있을 때는 양지에나 장이찬이 전위 공격을 가담한다. 중앙에선 마윤웬과 양저우의 속공과 이동공격이 빛을 발한다. 때때로 쩡춘레이의 후위 공격과 김연경의 중앙 백어택이 상대편 구석구석을 찌른다. 교체 멤버로 들어오는 삐앤 위치안 세터와 장래이의 공격도 날카롭다.

 

이처럼 상하이의 다양한 공격 루트와 쌍포의 가동으로 장쑤의 중국국가대표 1위 위안신웨의 철벽 블로킹도 무너뜨릴 수 있었다.

 

고비마다 리베로 협찬,

김연경의 놀라운 디그 능력

 

김연경의 서브 리시브와 디그 능력은 리베로의 수비 부담을 경감시키는 작용 또한 가져왔다. 이번 준결승 동안 상하이의 리베로 왕웨이이는 위장염을 앓아 링거를 맞고 컨디션이 나쁜 상태로 게임을 뛰었다. 리시브가 뛰어난 김연경과 같은 우수한 레프트 윙이 왕웨이이를 받쳐 주지 않았다면 수비 불안과 동요로 인해 이번과 같은 상하이의 대역전극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런 상하이의 선전에는 모든 면에 고른 기량을 갖춘 완성형 토탈 플레이메이커로서 김연경의 역량이 바탕이 되었다. 김연경은 득점, 서브, 서브 리시브 등 모든 면에서 발군의 실력을 보여주었다. 특히 서브 리시브 성공률에선 랴오닝의 리베로 공메이지와 함께 공동 1위를 차지했는데 무려 성공률이 82%에 달한다.

 

1, 3차전에선 부진했지만 앞으로 톈진과의 결승 경기에서 또 다시 김연경의 실력이 유감없이 발휘되길 기대한다. 크게 보아 리잉잉을 활용한 톈진의 몰빵배구와 김연경의 수비력을 바탕으로 전개되는 입체적이고 다양한 공격 루트를 가진 상하이의 입체배구 중 어디가 승리를 거둘지 매우 궁금하다.

 

이것은 게임의 흥미와도 연관되어 있다. 지금 유튜브를 보면 톈진과 랴오닝의 세미파이널 전 경기를 다 찾아 볼 수 있는데, 상하이와 장쑤의 박진감 넘치는 경기에 비해 톈진의 경기는 따분하고 재미가 없었다. 다양한 전술과 다양한 공격 형태, 그리고 뛰어난 수비력이 등장하며 극적 반전이 있었던 상하이와 장쑤의 준결승전에 비해 톈진의 배구는 단조로운 형태의 몰빵 배구 전략을 구사하여 관중들의 흥미를 끌만한 흥행 요소를 갖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3. 팀 공헌도로 본 김연경의 역량 분석

 

미다스의 손, 김연경

 

김연경의 팀 공헌도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그녀의 세계배구 역사에서 찾아볼 수 없는 우승 제조기라는 측면을 먼저 살펴야 할 것이다. 김연경은 결코 혼자만 잘하지 않는다. 김연경이 가는 곳에 우승이 있었다.

 

괜히 김연경의 손을 미다스의 손이라 칭송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김연경이 선택한 팀은 당시 최강의 팀이 아니었다. 이것은 프로 축구에서 메시가 유럽컵을 휩쓴 것과 또 다른 차원이다. 김연경은 지금까지 세계 최고의 선수들만 골라 모아 놓은 메시의 FC 바르셀로나와 같은 팀에서 뛰어본 경험이 없다.

 

 

김연경의 첫 국내 프로무대 데뷔는 전년도 꼴찌팀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에서 시작했다. 그런데 2005-06 시즌 프로 첫 무대에서 김연경은 팀을 정규 리그 챔피언으로 만들었다. 새파란 젊은 피가 말이다. 그리고 그녀가 외국생활을 시작하기 전까지 딱 1년을 제외하고 모든 국내 리그를 평정하며 흥국생명의 독무대를 만들어주었다.

 

첫 해외 진출지인 일본 오사카를 연고지로 하는 JT 마블러스로 옮겼을 때 역시 김연경은 엄청난 활약을 보여주었다. 아시아가 낳은 전설적인 세터 다케시다 요시에와의 환상적인 궁합으로도 유명했었는데, 김연경이 처음 옮겼을 당시 JT 마블러스는 전체 10개 팀중 9위라는 상당히 초라한 성적을 거두고 있었다. 그런데 김연경이 오자 무려 25연승 행진을 벌이더니 262패의 무시무시한 기록으로 정규시즌 1위를 차지한다. 다만 아쉽게 챔피언결정전에서 밀려 준우승에 머물렀다.

 

그러나 김연경이 적응기를 보낸 첫 해 팀을 준우승으로 만들었다면, 2년차가 된 2010-2011시즌 일본 프리미어리그에서 정규시즌과 챔피언 결정전에서 팀을 우승으로 올렸다. 물론 본인도 득점왕과 MVP를 차지하며 말이다.

 

2년간의 활동이었지만, 강렬한 인상을 주었기 때문일까? 일본에서 엄청난 팬들이 생겨났다. 일본 언론들은 김연경을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천재스타라고 불렀다. 배구 코트에 부는 한류의 시발점이었다.

 

김연아가 아사다 마오와 라이벌 관계가 형성 되면서 전 세계 피겨 팬들에게 사랑을 받았으나 일본으로부터는 경계의 대상이었음에 비해 김연경은 오히려 국내 팬들보다 일본 팬들의 사랑을 더 많이 받았다. 김연경에 대해서는 우리보다 일본 쪽에서 더 먼저 알아보고 그 천재성에 감동한 것이다. 일본은 전 세계에서 여자배구에 관심이 많은 국가 중 하나이다. 만약 김연경이 일본에서 태어났더라면 일본 사람들은 아마도 신의 축복이라 생각했을 텐데 말이다.

 

우리로서는 다행이지만 김연경 개인으로서는 좀 아쉬울 것이다. 터키나 일본 하다못해 중국만 하더라도 구단과 배구협회가 선수들을 얼마나 애지중지 소중히 여기는지 우리로서는 부러울 따름이다. 특히 일본의 선수관리는 유명하다. 일본 여자배구 선수 중에선 서른을 넘긴 노장 선수들이 많다. 일본 국가대표들은 노장과 신인들이 고르게 분포되어 있다. 일본 프로배구 구단들과 배구협회들이 선수들의 건강 상태를 세밀하게 관리해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상을 예방하고 오랫동안 선수 경력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그에 비해 우리나라 선수들은 팀승리를 위해 지나치게 혹사당하고, 마땅히 받아야할 관리를 받지 못하고 있다. 김연경은 우리나라 프로리그에 뛰는 동안 해마다 무릎 수술을 해야만 했다. 아마 우리나라에서 계속 뛰었다면 지금 즈음 선수생명이 이미 끝났을지도 모른다.

 

작년 2017 필리핀에서 열린 제19회 아시아여자배구선수권 대회에서 카자흐스탄과 경기 중 허리를 부여잡고 코트에 쓰러진 양효진 선수가 기억난다. 그때 김연경은 가장 먼저 달려갔었다. 양효진은 들것에 실려 경기장 밖으로 나갔고 조기 귀국해야만 했다. 양효진은 우리나라 부동의 국가대표 센터인데,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은 너무 아쉬운 일이다. 우리나라 배구협회와 구단은 선수를 이용할 줄만 알았지 이들을 돌보고 발전시켜야할 책임은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것 같다.

 

다시 주제로 돌아와서, 김연경의 일본 활약상을 눈여겨 본 터키의 명문구단 페네르바체는 JT마블러스와 계약이 끝난 김연경과 1+1 계약을 맺는다. 페네르바체는 우리나라 흥국생명이나 일본의 JT 마블러스와는 다르게 2008-2009, 2009-2010, 2010-2011시즌 까지 터키 리그 3년 연속 우승을 차지했던 전통적 강호였다. 그러나 유럽배구연맹(CEV) 우승 경험은 없었다. 그리고 페네르바체는 터키 명문 구단이긴 하지만 그 라이벌 팀들인 바키프방크나 액자시바시, 갈라타사라이보다 재정 동원능력이 떨어진다. 봉급이 밀려 제때 지급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은 구단이었다. 해외 용병 동원능력이나 유능한 선수들을 계속 잡아둘 수 있는 매력적인 구단이 아니었다.

 

하지만 김연경이 처음 합류한 첫해 페네르바체는 2011-12 시즌 터키 아로마 리그에서 시즌 무패로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한다. 22연승. 일본에서 시작한 연승 대기록의 연장이었다. 게다가 유럽배구연맹(CEV) 챔피언스리그 첫 우승을 차지하게 된다. 이 때 김연경은 MVP와 득점왕에 올랐는데, 유럽컵에 아시아선수가 MVP에 오른 것은 이 때가 처음이었다. 그리고 2013-14 시즌에 CEV 컵 우승을 일구며 소속 팀을 유럽 최고의 팀으로 만들고 본인 역시 MVP가 되었다.

 

그리고 2014년 자유계약 신분이 되었으나 다른 팀들의 연 20억 제의에도 불구하고 이적파동 때 신의를 지켜준 페네르바체에 의리를 지키기 위해 팀 잔류를 결정한다. 그리고 2014-2015 시즌과 터키리그 우승의 견인차 역할을 한다.

 

그리고 2016-2017년 시즌 정규리그에선 바키프방크에 밀려 준우승에 머물렀으나 준결승전에서 골든 세트에 듀스까지 가서 극적으로 엑자시바시를 꺾고 결승전에 올라 갈라타사라이와 그 유명한 이스탄불 더비로 결승전을 치뤘다. 첫 경기 때부터 게임은 과열되어 경기 중 관중이 총을 쏘는 사고가 터져 2층 관중 전체가 퇴장 당하는 해프닝도 있었고, 양 팀 감독이 맞짱을 뜨는 등 우리로서는 흔히 볼 수 없는 이색적인 배구 문화를 보여주었는데 이러한 어수선한 상황에서도 페네르바체가 우승을 달성할 수 있었던 것은 그 중심에 멘탈갑 김연경이 있었기 때문이다.

 

참고로 이스탄불 더비는 갈라타사라이와 페네르바체의 역사적 라이벌전을 뜻한다. 보통 연고지가 같은 팀들이나 라이벌 의식이 있는 팀들이 대결하는 시합을 더비라고 부르는데, 1905년에 오스만 제국 귀족들의 후예로 창단된 갈라타사라이와 1907년 가난한 사병과 하급 장교를 주축으로 창단된 페네르바체는 애초에 시작부터 정치 경제적으로 입장이 현저히 달랐다. 돈 많은 귀족 대 가난한 서민의 대결이라는 이 구도는 스포츠로 대신 치러지는 계급 간의 대리전쟁과 같았다.

 

2013-2014 시즌 안산 단원고 학생들이 전원 사망한 세월호 침몰을 기념하여 김연경과 페네르바체 팀 전체가 검은 리본을 달고 챔피언 결정전 1차전을 뛴 것은 어떻게 보면 서민 가정의 애환을 잘 이해하는 김연경과 페네르바체의 팀 전통이 그 배경으로 작용한 것일 것이다.

 

한편 제2의 김연경으로 일컬어지는 중국의 주팅은 중국에 있었을 때 자신의 소속팀 허난을 한 번도 우승시켜 보지 못했다. 그리고 현재의 소속팀 바키프방크는 배구 강국인 중국, 세르비아, 네덜란드, 미국의 주공격수들로 구성되어 터키는 물론 전 세계 현존 배구의 최고 선수들의 집합체이다. 축구로 보면 레알 마드리드, 야구로 뉴욕 양키스와 같은 팀이기에 팀 우승에 있어 주팅의 비중은 페네르바체 우승에 김연경이 미치는 영향력에 비해 미미하다고 보아야 한다.



 

효율과 팀웍을 중시하는 김연경의 성숙한 리더십 배구

 

김연경은 배구 팀이 원자화된 개인들의 집합체가 아닌 살아있는 유기적 네트워크 자체라는 것을 이해하고 있는 몇 안 되는 선수이다. 그녀는 배구에서 팀플레이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 하는 방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팀 공헌도에서 두 번째로 살펴보아야 할 점이 리더십이다. 현 캐나다 여자배구 대표팀 감독이자 일찍이 페네르바체를 맡아 터키리그와 유럽컵 우승을 수차례 이룬 이탈리아의 명장 마르셀로 아본단자 감독은 SPOTV와의 인터뷰에서 김연경을 두고 자신이 지금껏 만나본 세계 정상급 선수 중 최고의 선수이며, 팀에서 분위기 메이커이며, 배구를 즐기며 자신보다는 팀을 위해 플레이 하는 선수라 말했다.

 

 

아본단자 감독은 김연경의 영향력은 코트 안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며 코트 밖의 영향력이야 말로 김연경의 최고의 힘이라고 말했다. 이를 테면 훈련장에서 팀원들과 어울리는 것과 연습할 때의 자세, 코칭 스태프들과의 관계성 등이 어린 선수들에게 귀감이 되는 김연경 다운 모습이었다며 코트에서의 활약은 부차적이었다고 말한다.

 

김연경에게 매료된 바키프방크의 조반니 귀데티 감독도 아본단자와 비슷한 입장을 피력했다. 아포처럼 득점하고, 리베로처럼 디그와 리시브를 하며, 미들블로커처럼 블로킹을 하는 김연경의 올라운드 플레이가 뛰어나지만, 김연경의 최고의 힘은 팀원들에게 끼치는 그녀의 영향력이라면서, 김연경은 팀원들에게 엄청난 에너지를 주는 특별한 능력을 가졌다고 말했다.

 

김연경과 더불어 아시아에서 가장 뛰어난 선수이자 선수 출신 지도자로 가장 뛰어난 리더십을 발휘했던 랑핑 중국 국가대표 감독은 김연경을 평하여 동료들의 플레이를 업그레이드 해주는 마법을 가진 선수라고 평했다. 랑핑 감독은 김연경이 있을 때의 한국팀과 없을 때의 한국팀은 전혀 다른 팀이었다고 말했다. 한국은 김연경이 코트에 없을 때는 전력이 떨어지지만, 김연경이 뛰면 다른 선수들의 전력도 함께 올라간다고 말하며, 아시아인에게 넘사벽이었던 터키 무대에서 성공한 김연경의 업적을 치하하며 유럽에서의 성공이 그녀가 얼마나 강인한 선수인지를 입증하는 결과라고 평했다.

 

 

 

김연경의 포지션, 올라운드 플레이어

 

김연경이 역대 최고의 배구 선수라고 하면, 이 사실에 동감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어도 김연경이 과거와 현재를 통틀어 최고의 올라운드 플레이어라는 사실에 이의를 달 사람은 한 명도 없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김연경의 올라운드 플레이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하며 배구의 모든 포지션에 통달한 그녀의 만능 배구 능력은 신비에 가깝다고 알려진다.

 

앞으로도 공격수로서 김연경과 동급 선수는 나올 수 있고, 수비력만 떼어놓고 훌륭한 수비수가 등장하겠지만, 김연경처럼 최고의 공격 능력과 최고의 수비력을 갖춘 선수는 앞으로 100년이 아니라 200년이 지나도 나오기 어렵다는 것이 김연경을 아끼는 배구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미국 NBC 스포츠 중계팀은 미국 출신 최고의 올라운드 플레이어인 로건 톰보다 김연경을 더 수준 높은 올라운드 플레이어로 보도했다. 미국인의 입장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김연경이 세계 최고의 올라운드 플레이어인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김연경이 페네르바체에 입단한 첫 해 김연경의 포지션 레프트 윙에는 전설적인 올라운드 플레이어인 러시아의 소콜로바와 미국의 로건 톰이 있었다. 그런데 20대 초반의 신출내기 김연경의 기술과 능력에 밀려 이들 노장들이 벤치 신세를 져야 했으니 김연경이 얼마나 뛰어난 선수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공수완전체로 유명했던 소콜로바는 엑자시바시로 이적을 하게 되는데, 그러고도 소콜로바는 김연경과 엑자시바시에서도 함께 뛰고 싶어했던 것은 유명한 일화다.

 

2015 네델란드를 CEV컵 준우승으로 이끌었던 네덜란드 국가대표 세터 라우라 다이케마는 자신이 생각하는 최고의 올라운드 플레이어로 주저 없이 김연경을 꼽았다.

 

김연경의 열광적인 팬으로 김연경에게 터키 신랑을 소개하여 터키에 귀화시키려는 시도를 하다가 번번히 김연경에게 퇴짜를 맞은 페네르바체 단장은 김연경에 대한 사랑이 극진하다. 그는 김연경이 페네르바체 전력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팀 공헌도 높은 핵심 선수로, 언제나 꾸준히 기복 없는 경기력을 보여주며, 레프트뿐만 아니라 전 포지션에 걸쳐 세계 최고의 선수라면서 사시사철 변화 없는 올라운드 플페이어로서 김연경을 칭찬했다.

 

올라운드 플레이어는 단순히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하는 선수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다. 경기에 대한 지배력과 관련이 있다. 미국 국가대표 세터이자 김연경을 따라 페네르바체에 입단한 린지 벅은 김연경은 시종일관 경기를 지배하는 뛰어난 플레이어로 정말 놀라운 선수라고 고백한다.

 

그렇다면 배구에서 올라운드 플레이어가 중요한 이유는 무엇 때문인가?

 

첫째, 배구는 한 가지를 잘 하는 선수보다 모든 것을 잘 하는 선수를 요구한다. 스페셜 리스트보다 제너럴 리스트를 더욱 선호한다는 것이다.

 

배구는 리베로와 센터 정도를 빼놓고는 포지션 로테이션에 따라 공간을 옮겨 다니며 모든 포지션에 맞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윙이라고 서브 리시브를 면제 받는 것이 아니며 디그를 안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일단 자신의 위치에 공이 오면 서브 리시브를 하든 블로킹을 하든 디그를 하든 토스를 하든 스파이크를 때리든 어떤 활동이든 가능해야 한다.

 

둘째, 뛰어난 올라운드 플레이어는 소속팀의 전력을 2배 이상 끌어올린다.

 

쉽게 예를 들면, 보통의 선수보다 김연경이 국가대표팀에 들어오면 센터 양효진과 함께 장신 블로킹 방벽을 쌓아 통곡의 벽을 만들 수 있고, 리베로 김해란과 함께 거미손 디그 그물망을 짤 수 있으며, 김희진과 함께 쌍포 대포 라인을 형성할 수 있다. 김연경이 들어옴으로 대표팀에 센터 양효진이 2, 리베로 김해란이 2, 스파이커 김희진이 2명 생기는 것이다. 쉽게 말해 한 팀에 올라운드 플레이어가 1명이 있으면 모든 포지션이 2배가 된다. 센터가 2, 리베로가 2, 세터가 2명씩 확장되는 작용이 있다.

 

게다가 각 팀마다 약점이 있는데 올라운드 플레이어는 그 약점을 보완하는 능력을 발휘하여 팀의 안정화에 기여한다. 가령 김연경은 공격력이 약한 대표팀에서 주포로서 공격 파괴력을 획기적으로 높이며, 공격에 비해 수비력이 약한 상하이에서 후방에 머물면서 서브 리시브와 디그를 받아내며 수비력을 보완할 수 있다. 그리하여 올라운드 플레이어는 각 팀의 균형적인 성장을 돕는 작용을 한다.

 

셋째, 올라운드 플레이어가 아니면 최정상급 선수가 될 수 없다.

 

배구는 상대적 경기이다. 상대편은 각 팀의 에이스를 집중 견제와 공략 대상으로 활용한다. 김연경은 공격 성공률은 물론 서브 리시브 성공률에 있어서도 월드 클래스급이기 때문에 비교적 서브 목적타의 대상이 되는 경우는 드문 편이다. 그러나 공격력만 탁월하고 수비 능력이 부족했다면 상대팀의 목적타로 상하이의 양지에처럼 중요한 순간에 네트 밖으로 밀려나야 했을 것이다.

 

상하이 유베스트의 양지에가 장쑤와의 플레이오프전까지 잘 출장하다가 톈진과의 결승 라운드 1차전에서 서브 목적타의 희생양이 되어 리시브 불안을 노출시키면서 결국 벤치 신세로 전락한 것을 보면 공격력만 좋고 수비능력이 약한 선수의 한계를 볼 수 있다.

 

그리고 가공할만한 공격력을 갖추었으나 수비 포지션에 갈 때 마다 리베로와 위치를 교대해야 하는 바이선전의 위안신웨를 보더라도 올라운드 플레이어가 아니면 결국 절반 밖에 쓸 수 없는 반쪽짜리 선수임을 알아야 한다. 위안신웨의 실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센터라는 직책상 경기 중 절반 밖에 쓸 수 없는 것이다.

 

김연경을 보라. 연봉 많다고 절대 구박해선 안된다. 모든 게임에 출전해 중간에 교체 되는 경우가 없다. 모든 포지션을 다 소화한다. 바뀐 위치에서 그 포지션 최고의 선수들의 기량을 다 보여준다.

 

팬들은 오히려 한국 대표팀에서 김연경이 뛸 때마다, 김연경이 전방에 있으면, 김연경이 없는 후방이 불안하여 한국 수비 어떻게 하지?” 걱정하고, 김연경이 후방으로 내려가면, 김연경 없는 전위가 위태로워 보여 한국 공격은 누가 하지?” 이런 걱정을 하곤 한다.


 

 

자기희생과 무한 책임감,

애국심으로 뭉친 월드클래스 김연경

 

팀플레이를 잘하는 선수란 어떤 선수를 말하는 걸까? 개인 홈런 기록보다 팀이 필요할 때 희생번트를 잘 대 주는 선수를 의미한다. 김연경은 철저히 팀을 위해 몸을 아끼지 않는 선수였다.

 

2012 런던올림픽은 김연경에게 두고두고 아쉬움을 남긴 대회였다. 런던올림픽 4강과 개인 득점왕과 MVP 차지로 김연경에게 뜻 깊은 한 해였지만 런던에서 돌아오자마자 김연경은 수술대에 누워야 했다.

 


반월상 연골판 파열로 무릎 수술과
8주가 넘는 재활치료를 받아야 했기 때문이다. 사실 김연경의 무릎 부상은 브라질과의 조별리그 3차전 때 생긴 것이었지만 테이핑만 하고 출전을 강행했다. 8강전 이탈리아전에서는 착지 도중 무릎을 삐끗해 더 상태가 나빠졌다. 그러나 팀을 위해 미국과의 준결승전, 일본과의 3-4위전에 빠짐없이 참여하여 혼신을 다해 경기했다. 만약 김연경이 부상만 없었더라면 최소한 일본은 잡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있다. 예선에서 금메달리스트 브라질을 3-0으로 이기고도 동메달 결정전에서 숙적 일본에게 아깝게 무릎을 꿇은 것은 김연경의 부상 여파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 김연경이 팀의 승리를 위해 각별히 보안에 힘을 쓰고 진통을 노출시키지 않았기 때문에 대표팀 출입 기자들도 그 사실을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고 한다.

 

그런데도 김연경은 올림픽이 끝난 후 개인이 MVP를 수상한 것보다 팀이 메달을 따지 못한 아쉬움이 더 크다고 말할 정도로 일본전에서의 패배를 통한이 여겼다. 김연경은 팀 승리를 개인적 성취보다 더 중시하는 인물이었다.

 

월드클래스로서 김연경은 다른 프로 선수들과는 다르게 애국심이 높다. Jtbc 인기 프로 <비정상회담> 151회를 보면 김연경의 출연분을 볼 수 있는데 마침 소속 구단과 국가 대표의 이해관계가 상충될 때 어떤 선택을 해야할 것인가? 에 대한 질문을 볼 수 있다. 이에 김연경은 국가 대표 역할이 더 먼저라고 답했다. 그 이유를 묻는 질문에, 국가 대표는 그 자체로 뜻 깊은 일이며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며 누구나 원한다고 기회를 얻을 수 없는 영예로운 일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른 선수들의 대답이었다면, 교과서적인 답변이라고 할 것이지만? 그동안 출신 구단인 흥국생명과 배구협회로 인해 많은 곤경과 어려움을 당해 왔던 김연경이었기 때문에 그 대답이 무척 소중하게 생각되었다.

 

김연경은 홀로 자주포를 난사하는 나홀로 배구족이 아니다. 다른 팀원들과의 조율을 중시하며 전체 분위기를 살려나가는 협력적 배구 1인자이다.

 

김연경은 주위 선수들을 다독이고 챙겨주는 일을 많이 한다. 팀 선수들이 멋진 플레이를 하거나 공격 포인트를 획득하면 적극적으로 얼싸 안아주고 서브 실수를 하거나 다이빙 캐치를 실패를 했을 때 다가가 톡톡 치며 위로해준다. 넘어진 선수를 일으켜 세워 주거나, 땀이 떨어진 바닥을 닦도록 배려하는 등 동료들의 부상을 예방하는 활동에도 섬세한 관심을 기울이며, 체력 소진과 피로로 탈진한 선수들을 향한 그의 파이팅도 꾸준하다.

 

저장에서 임대되어 온 센터 양저우는 장쑤와의 최종 예선 5세트에서 체력적 한계에 도달해 몹시 힘들었다고 한다. 그 때 김연경이 뒤에서 화이팅, 공 하나만 막자!” 이렇게 끊임없이 도닥여주고 갈채와 성원을 보내 힘든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연습시간과 경기 때마다 분위기를 돋우는 역할도 곧잘 한다. 그래서 상하이 맏언니 장레이는 김연경이 상하이에 온 후부터 연습하는 것이 즐거워졌다고 말한다.

 

김연경은 레프트 윙으로서 자신의 공격 포인트보다 경기 진행 전개 과정에 따라 노출되는 팀 구멍을 찾아 매우는 올라운드 플레어어 활동에 주력한다.

 

특히 수비력에 약점을 가진 상하이에서는 공격 2선과 수비 2선에서 센터와 함께 방벽을 형성하고, 리베로와 수비 그물을 짜는 형태의 팀 플레이를 많이 하고 있다. 서브와 스파이크도 득점 획득을 위한 강스파이크 일변도에서 상대 주력 선수들을 괴롭히는 목적타가 많이 늘어났다. 상하이와 장쑤의 플레이오프 경기에서 장쑤의 주포인 장창닝이 평소보다 저조한 성적을 거둔 이유는, 김연경의 목적타로 5세트 내내 시달리다 공격 기회를 잘 살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수비수에 치중한 이런 모습들은 최근 김연경의 전성기가 지났다고 의심을 받는 주된 이유가 되었다. 예전처럼 상대 블로킹 위에서 내리 꽂는 타점 높은 화려한 강 스파이크와 컴퓨터처럼 구석구석을 찔러 넣는 예리한 각으로 많은 득점을 올리는 여제의 모습을 자주 보여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러한 가공할만한 날카로운 공격 모습을 자주 비춰주지 못하는 것에는 상하이와 한국 대표팀의 고질적인 세터 문제도 한몫을 한다. 배구는 홀로 하는 경기가 아니기 때문에 공격수가 제 기량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뛰어난 세터들의 활약이 필수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김연경에게 맞는 높이와 각도, 속도와 회전 방향을 가진 공들이 공급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김연경에게 세터가 맞춰주는 것보다는 세터에게 김연경이 맞춰 주는 경우가 더 많았음을 팬들은 이해해주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도 자신의 공격 차례가 돌아오면 언제나처럼 화려한 개인기를 보여 주곤 한다. 그리고 각 세트의 20점 이후 승부처와 마지막 5세트, 그리고 상대팀이 점수를 계속 올리는 상승세를 타는 시점, 그리고 상하이가 패배감으로 분위기가 가라앉을 때면 강력한 공격 득점으로 분위기를 반전시켜 역전의 발판을 만들곤 한다. 이러한 클러치 능력은 승부사 김연경의 특별한 능력이고 적시에 터트려 주는 이런 득점은 평상시의 득점보다 더욱 가치가 있는 공격 포인트들이다.

 

그러나 김연경의 진면목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것은 경기장 밖에서 호쾌한 마음씀씀이를 보여줄 때이다.

 

2014 아시안 게임 김치찌개 식당 사건은 유명한 일화이다.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이 난적 중국을 이기고 금메달을 땄을 때 배구협회가 신사옥 건립 이후 재정난으로 선수들에게 마땅한 인센티브를 제공하지 못하고 김치찌개 회식으로 마무리했을 때, 국가 대표 선수들은 마음속에 섭섭함과 큰 실망감이 있었을 것이다.

 

그 때 김연경이 함께 뛴 선수들을 2차 고급 레스토랑에 데려가 자비로 그 마음을 풀어준 얘기는 매우 유명한 일화이다. 기분이 좋을 때는 누구나 한턱을 쏠 수 있는 것이지만 모두가 감정이 가라앉은 상황에서 자신도 피해자의 한 명이었던 동일한 상황에서 자신보다 동료와 선후배들의 실망과 상처난 마음을 살뜰하게 챙겨주었던 김연경의 섬세한 대인배적 풍모는 김연경 리더십의 일면을 보여주는 좋은 일례이다.


 

 

기복 없이 세계적 수준의 꾸준한 실력을 보장하는 자기 관리력

 

김연경은 언제든 어떤 리그와 어떤 팀에 갖다 놔도 항상 비슷한 능력을 보여준다. “왠지 오늘은 상당히 부진한데?” 하는 날도 나중에 따져보면 공격득점 17점 정도는 꾸준히 올린다. 흥국생명, JT마블러스, 페네르바체, 상하이 유베스트 시절 모두 김연경은 최고의 기량을 보여주었고, 런던과 리우 올림픽, 인천 아시안게임, 월드 그랑프리 대회, 세계선수권 대회 등 국가 대표로서 어느 나라에서 어떤 경기가 벌어지든 한결같은 뛰어난 기량을 변함없이 보여주었다. 김연경에겐 전성기라는 것이 따로 없었다는 것이다.

 


사실 이것은 실로 대단한 일이다. 김연경 선수는 누구보다 긴 경기 일정과 홈그라운드와 상대 진영을 오가는 긴 동선을 소화해 왔다. 프로 배구는 정규리그가 끝난 후에도 올스타전과 플레이오프전과 국내 결승전이 있고, 또 유럽컵 예선과 결승이 있으며, 아시아 선수권과 세계 선수권 예선과 본선, 월드그랑프리 대회, 아시안 게임과 올림픽 예선과 본선, 그랜드챔피언스컵, 한태 올스타전 등등 굉장히 많은 스케줄을 소화해야 한다.

 

정규시즌 초반을 제외하고 모든 경기들은 한 게임 한 게임 승부가 중요한 치열한 접전들이다. 개최지도 저마다 다르고 최근에는 각각 상대방 국가를 왕복하며 경기를 치러야 한다.

 

유럽이나 중국, 일본처럼 풍부한 인적 자원을 가진 국가라면 각각 대회마다 다른 선수들을 착출하여 경기의 부담을 경감시킬 수 있겠으나, 우리나라는 선수층이 얇고 세계 수준에 도달한 선수들이 부족하여 일부 선수들에게 과중한 부담을 지우고 있다. 특히 배구협회와 프로구단의 협조가 원활하지 못해 기본 엔트리도 채우지 못하고 대표팀을 꾸리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난관 속에서도 김연경은 늘 변함없이 꾸준한 실력을 유지하고 있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김연경이 매우 평탄한 고속도로와 같은 삶을 살아왔을 것이라 생각한다.

 

사춘기 작은 키 콤플렉스와

스무살 무릎 부상 어둠의 터널을 통과하며

터득한 자기달관의 경지

 

그러나 이것은 천만의 만만의 말씀이다. 그것은 김연경의 생애가 잘 알려지지 않아서 그럴 뿐 김연경의 인생엔 평탄한 시절이란 없었다. 10대 때 대부분을 작은 키 때문에 벤치에 앉아 주전 선수 주전자 물 떠주는 일로 보냈다. 중학교 입학할 때 키가 150cm가 안됐다. 처음에 함께 앉아 있던 동료가 선발로 나가고, 나중에 후배들이 선발로 나갔지만 그녀에겐 선발 출전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중학교 3학년 시절엔 선수생활을 후보 선수로 마칠 것 같아 축구 선수로의 전향을 심각하게 고민하기도 했었다. (키가 작아서 사춘기 시절 고민한 것은 축구선수 메시와 똑같다. 메시도 성장호르몬 주사로 지금의 키가 있는 것, 원래 메시도 유소년 시절 축구 잘하는 꼬마에 불과했다.)



급작스럽게 자란 신장 덕분에 배구 선수로서 뛰어난 기량을 선보일 기회를 얻을 수 있었던 김연경이었지만, 기쁨도 잠시 성장기에 몸을 지나치게 혹사한 덕분에 부상이 끊이지 않았다.

 

김연경은 프로선수로 전향한 후 화려한 플레이로 경기에선 승리했으나 부상으로 오랜 기간 고통의 세월을 보내곤 했다. 프로에 올라와 3번이나 연속 무릎 수술을 받았고, 긴 재활의 시간을 보냈다. 그라운드 안에서는 고공 점프와 몸을 던지는 다이빙 수비를 펼쳤으나 수술과 재활의 시간에는 걷지도 못했고, 긴 시간 동안 키에 맞지 않은 좁은 병원 침대에 몸을 구겨 넣으며 몇 개월을 몸져누워 있어야 했다. 과연 몸을 회복하여 선수 생활을 지속할 수 있을지 앞일을 예측할 수 없는 깜깜한 어둠의 나날들이 20대에서도 반복되었다.

 

10대 때는 작은 키 때문에 제대로 경기를 할 수 없었다면, 20대 초반에는 무릎 부상과 어깨 통증 등으로 힘든 상황 가운데 가공할 만한 성적을 보여주었던 것이다. 언제든 김연경에겐 순풍에 돛단배와 같은 좋은 시절은 없었다.

그러다 김연경은 어느덧 서른을 맞게 되었는데 지난 10년 동안 김연경은 세계 수준의 능력을 기복 없이 꾸준히 보여주는 탑 클래스가 되어 있었다. 이것은 그녀의 남다른 자기관리 능력 때문이다. 20대 초반 무릎 수술을 3번이나 하고도 서른이 넘도록 정상급 실력을 유지하고 있는 선수는 지금껏 없었다.

 

김연경의 키는 192Cm 한국 선수로서는 손가락에 드는 장신이다. 그러나 몸무게는 73Kg으로 큰 키에도 불구하고 마른 근육질 체격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식이요법을 통한 체중 조절과 웨이트 트레이닝을 통한 근력 강화 운동을 하루도 거르지 않고 철저히 시행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3번이나 수술 받은 무릎에 체중이 부담을 주지 않도록 하고 주변 근육을 통해 무릎과 인대에 가중되는 부담을 분산시키기 위해서이다.

 

많은 팬들이 <나혼자 산다>에서 보았겠지만, 김연경은 자신의 식단 조절을 위해 일체의 탄산음료나 커피를 마시지 않고 있고, 인공조미료와 체중을 증가시킬 수 있는 염분이 많은 음식을 피하기 위해 외식을 삼가고 바쁜 와중에 스스로 음식을 만들어 먹고 있다. 그만큼 자기 관리에 충실한 선수이다.


런던올림픽 한중일 에이스 해외 진출사

유럽에서 누가 성공하고 누가 돌아왔나?

 

가끔 김연경만큼 뛰어난 실력을 발휘하는 선수들이 등장한다. 그러나 그 선수는 게임마다 기복이 있었고, 시즌에 따른 성적 차이가 많이 났다. 슬럼프가 긴 선수들도 있었고 부상으로 제 값을 못하는 선수들도 많았으며, 다른 팀으로 이적한 후 언어와 문화가 다른 경기외적 변수에 적응하지 못하는 선수들도 많았다. 특히 여자배구에 있어 아시아 선수가 유럽에서 적응하고 뿌리를 내릴 수 있던 것은 김연경 선수가 최초이다.

 

런던 올림픽 때 한중일의 에이스로 활동했던 김연경, 기무라 사오리, 왕이메이 3인방은 2013년 비슷한 시기에 터키 리그에 진출한다. 한국의 김연경은 페네르바체, 일본의 기무라 사오리는 바키프방크, 중국의 왕이메이는 엑자시바시 유니폼을 각각 입었다.

 

그런데 소속 국가의 에이스로서 국제무대에서 날라다니던 그들은 김연경 외에는 모두 벤치와 후보 선수로 전락하며 제대로 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본국으로 돌아가야 했다. 그만큼 아시아 선수들에게 유럽은 만만한 리그가 아니었다.

 

세계랭킹 1위 중국의 붙박이 라이트 윙이었던 쩡춘레이 역시 이탈리그 리그 진출 닷새 만에 소속팀 포미로부터 중국으로 되돌아오게 된 것을 보면 아시아 선수에게 유럽의 벽은 얼마나 높은지 말로 다할 수 없다.

 

혹자는 당시 바키프방크와 엑자시바시에 비해 페네르바체가 적응하기 쉬웠던 팀이였기 때문에 김연경이 잔류할 수 있었다고도 말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김연경이 이적한 당시 페네르바체에는 전설적인 배구 영웅이 둘이나 있었으니 러시아의 배구 여신 류보프 소콜로바와 미국의 올라운드 플레이어 로건 톰이 있었다. 그녀들의 위상에 비해 김연경은 새파란 아시아의 풋내기에 불과했다. 주전 출전 자체가 불투명했다. 그래서 주위에서는 김연경의 터키 리그 안착 가능성을 높지 않게 보았고 페네르바체 구단도 1+1 계약을 맺어 김연경의 활약을 기대 겸 불안해했다.

 

그러나 김연경은 주위의 불안과 의심을 자신의 실력 하나만으로 한 해 만에 깨끗하게 걷어낸 것이다.

 

미국의 메이저리그에는 뛰어난 아시아 선수들이 많이 포진되어 있다. 유럽의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나 독일 분데스리가에도 아시아 선수들이 활약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배구에 있어선 세계 최고의 실력자라 하더라도 아시아 선수가 유럽에서 적응하고 실력을 발휘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코트 안에서 6명의 적은 수가 한 몸이 되지 않으면 손을 맞추기 어려운 것이 배구인 만큼 그 문화에 적응하고 동료 조직에 뿌리를 내리기 어려운 것이 배구이다.

 

그런데 김연경은 아시아인들의 불모지 유럽에 홀홀단신 들어가 최고가 되었다. 그것도 진출 원년에 말이다. 이것이 김연경이란 선수가 가진 신비로운 능력이다.


일본의 전설적인 세터 다케시다 요시에는 김연경과 JT마블러스에서 활동한 시절을 회고하며 김연경은 새로운 환경에 빠르게 적응하는 선수로 여러 타입의 다양한 사람들과도 잘 어울리는 착한 사람으로 기억하였다. 한국의 국가대표로 자주 착출 되어 소속 팀에서 빠진 경우도 많았지만 그 중간에 들어와도 전혀 적응 기간이 필요가 없이 팀플레이에 녹아드는 선수로 적응력에 관한한 최고였다고 말한다.


 

 

김연경의 진화는 진행형

김연경의 전성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얼마전 김연경은 자신의 SNS상에 서른 한 해를 맞은 자신의 생일을 축하해준 팬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올렸다. 서른, 보통 평범한 사람들에게도 감당키 어려운 나이인데, 운동선수에게 있어 그 나이는 더 쉽지 않게 다가왔을 것이다.

 

얼마전 <나혼자 산다>에서 김사니 선수의 은퇴 기념으로 모였던 김연경과 한유미, 김수지, 양효진이 김사니 선수의 은퇴를 축하해줘야 하나? 슬퍼해야 하나? 하고 고민하는 내용을 보았다. 김연경도 김사니 선수라는 친한 선배의 은퇴를 남의 일처럼 생각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스포츠 선수에게 서른 한 살이란 나이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드는 나이인 것은 분명하다.

 

김연경의 시대는 저물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김연경의 스파이크의 파워와 점프력이 예전 런던 올림픽 때보다 못하다고 말을 한다. 그리고 경기 중에 붉게 상기 된 얼굴과 숨을 몰아쉬는 모습을 보면서 체력적으로 힘에 부쳐 하는 것 같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김연경의 전성기가 저물었다고 보는 사람들의 주장의 근거는 결국 파워와 체력으로 귀결된다.

 

그들은 연경신의 신적 공격력이 흥국생명과 페네르바체의 혹사 과정을 통해 공력이 훼손되어 인간의 최상급 수준으로 떨어졌고, 지금은 최고의 수비능력으로 근근히 신화를 이어가고 있다고 본다.

 


특히 우리나라 팬보다도 중국 네티즌들 가운데 김연경의 전성기가 지났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 이유는 풍부한 인적 자원과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 하에서 기량이 뛰어난 선수들이 끊임없이 공급되는 중국 여자배구계의 인력 공급 시장 상황으로 볼 때 서른을 넘긴 선수들은 퇴역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세대들이기 때문이다. 중국 배구는 일본 배구처럼 신구의 안정적 조화보다는 세대별로 팀을 분할 양성하여 전성기에 도달한 세대들을 활용하고 자체 치열한 경쟁을 통해 신세대의 등장에 따라 이전 세대들을 자연 도퇴 시키는 시스템을 갖고 있다.

 

따라서 중국인들의 눈으로 볼 때 서른이 지나서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김연경이나 상하이 팀이 신기하게 생각될 것이다.

 

그러나 다른 선수들은 몰라도 김연경은 부상만 주의한다면 향후 도쿄 올림픽까지는 전성기 기량으로 훌륭한 활약을 보여줄 것이며 은퇴만 하지 않는다면 40세까지 선수 생명은 무난할 것이라 예상한다.

 

키와 체력 등 하드웨어에 기반한 배구를 하고 있는 중국 배구계가 놓치고 있는 것은 선수는 끊임없이 진화한다는 사실이다.

 

체력과 파워만이 선수의 기량을 증명하는 전적 요소가 되지 못한다. 오히려 되묻고 싶다. 어째서 김연경은 끝으로 갈수록 강한가? 왜 김연경은 5세트의 여왕이라 불리는가? 어째서 김연경은 모든 전 경기에 출전하여 모든 세트에서 교체 없이 활동하면서도 승부처마다 강력한 활약을 보여주는가? 한국 나이로 23세 장쑤의 장창닝이 경기 후반 체력적으로 무너지고, 18세 톈진의 리잉잉이 몰빵 배구의 후유증으로 4차전에서 먼저 쓰러졌을 때 마지막까지도 고공 강타의 파워를 잃어버리지 않았던 김연경의 저력을 무엇으로 설명해야 하는가?

 

김연경은 파워와 체력면에서 전성기를 지난 것이 아니라 가용 에너지를 필요한 시점에 적당량을 사용할 수 있도록 최적화 즉 진화하여 온 것이다.

 

그리고 아직 중국배구리그가 본격적인 프로리그로 승격되지 않아서 아마츄어적인 발상을 하고 있어서 그렇지 프로선수들은 자기관리를 통해 선수 수명을 기대 이상으로 연장시킬 수 있다.

 

가까운 일본의 프리미어 리그와 우리나라 V리그만 보더라도 30대 후반은 물론 40세가 넘은 선수들도 현역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1980년생 이효희 세터는 만 37세로 우리나라 나이로 39세인데, 선수로는 환갑 아니 칠순을 넘긴 30대 후반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도로공사 세터로 활동하고 있다. 2017년에는 리그 최초 13천 세트를 달성했. 도로공사는 현재 창단 후 첫 우승까지 눈앞에 앞두고 있다. 그야말로 이효희 세터는 40세에 인생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42세의 나이에 은퇴한 1974년생 후인정 선수는 현대캐피탈과 한국전력에서 19년 동안 뛰었던 프로배구 원년 멤버였다. 마지막 시즌에도 21경기 중 17경기에 출장했다.

 

후인정이 김연경과 비슷한 부분은 선수 초기 무릎 부상으로 수술을 받았던 전력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후인정은 오히려 무릎 부상 때문에 19년이나 선수 생활을 할 수 있었다고 한다. 후인정은 1999년 시드니 올림픽 예선전을 앞두고 수술대에 올랐는데, 양쪽 무릎의 연골이 손상되어 모두 수술 치료를 받아야 했으나 올림픽 출전을 위해 왼쪽 무릎만 수술을 받고 올림픽에 나갔다고 한다.

 

그후 식사량을 절반으로 줄여 체중을 조절하고 휴가 때도 웨이트트레이닝을 하여 하루도 빠짐없이 무릎 주변 근육과 다리 근육을 키웠다. 그런데 이러한 웨이트트레이닝과 식이요법이 선수 생활 장수의 비결이 되었으니 참으로 인생은 오묘하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후인정의 재활훈련을 포함한 체력 단련 방식이 현재 김연경의 트레이닝 방식과 매우 흡사하다는 사실이다. 김연경은 기술적인 훈련보다 무릎 부상을 예방하는 웨이트 트레이닝 중심의 체력훈련을 실시하고 있다는 사실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내용이다.


따라서 필자가 보기에 김연경은 아직도 전성기 기량 그대로이다. 물론 30대 체력이 20대 체력과 동일할 순 없으나 꾸준한 자기관리 능력과 경기 운영 능력, 선수들 간의 효율적인 협력 체계 구축으로 오히려 런던 올림픽 때보다 더 팀 승리에 기여하는 훌륭한 선수가 되었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김연경 개인으로 보면 40대까지 선수 생활을 할 수 있는 충분한 기반을 조성했다고 본다. 20대 중반에는 지나친 혹사 여파로 부상과 슬럼프가 있었지만 이제는 스스로가 부상을 방지하며 기복 없는 꾸준하고 안정적인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배구 내부에 있어서도 포지션별 선수 생명의 차이가 있다. 아무래도 점프와 스파이크, 운동량이 많은 윙 스파이커가 수명이 짧고 리베로와 센터 쪽이 수명이 길 수 있고, 노련한 경기 운영과 선수 습성을 알아야 하는 세터의 경우 나이가 들어도 할 수 있는 포지션이다. 김연경의 경우 올라운드 플레이어이기 때문에 보직 변경 카드를 활용할 수 있다. 화려한 전성기적 플레이를 끝까지 유지하고 명예로운 은퇴를 하고 싶은가 아니면 좋아하는 배구를 되도록 오래 하고 싶으냐 개인의 선택에 따라 선수 생명은 상당히 차이가 날 수 있다고 본다. 수비 중심 공격 2선 방식의 레프트 윙으로 활약한다면 40대까지도 무난하다고 본다.

 


오히려 배구협회 일정이 문제다. 우리나라 축구협회가 선수의 자체 일정을 무시한 무분별한 대표팀 착출로 박지성 선수의 프로 선수 생명을 단축시켰듯이, 지나온 과정을 돌아보면 배구협회가 김연경 선수에게 너무 많은 기대와 희생을 요구하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런던과 리우 올림픽 이후 불거진 김연경의 체력적 부담과 소진 문제는 어떻게 보면 김연경의 나이에 의한 자연스런 체력 저하 문제가 아니라 프로 구단 일정과 국가 대표 일정의 무리한 일정을 소화하다가 생겨난 체력 부담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작년 월드 그랑프리 2그룹 대회는 최악의 일정표였다. 마지막 폴란드와의 2그룹 결승 대결에서는 그야말로 실력 때문에 진 것이 아니라 살인적인 일정 때문에 진 것이었다.

 

그러므로 배구협회는 대회 흥행과 단기적 성과를 향상시키기 위해 모든 경기마다 김연경의 참가를 종용하기 보다는,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김연경을 오래 사용할 수 있는 지혜로운 방법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 되지 않았나 생각된다.

 

김연경이 꼭 필요한 경기와 그렇지 않은 경기를 구분하고, 김연경의 레프트 윙 백업 선수들을 확보하여 적시에 교체 활용토록 하고, 김연경 이후의 한국 팀 전력을 위해 공격과 수비에서 김연경 의존 비율을 조금씩 낮춰가야 할 것이다. 그리고 김희진 외에도 강력한 아포짓 스파이커를 발굴하여 효과적인 쌍포가 가동될 수 있도록 하고, 장신 세터를 발굴 육성하여 안정적인 조기 조직력 구축을 확보해야 한다. 전략 전술에 있어서는 지나치게 김연경에게 쏠리지 않는 다양한 공격 루트를 활용하는 전략을 짜야 팀도 승리하고 김연경도 장기적으로 승리하는 경기를 할 수 있을 것이다.

 

 

 

4. 스타성을 기반으로 한 김연경 역량 분석

 

김연경의 배구계의 위상은 현존 세계 최상의 월드클래스이다. 국제배구연맹은 2016 리우올림픽을 앞두고 처음으로 배구 선수위원회 10명을 발표했다. 그 명단에는 기라성 같은 배구계 스타들의 이름이 나열되어 있었다. 2000년대 스피드 배구로 남미 브라질 배구의 전성기를 보여준 필호 길베르토, 누구나 이름만 들어도 위대한 배구의 여제였던 예카테리나 가모바, 미국 비치발리볼 선수 케리 윌시와 같은 이 시대 전설과 같은 인물들이 있었는데, 그 명단 가운데 바로 김연경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런데 배구 선수위원회 10명 중 5명이 비치발리볼 선수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1895년 미국 매사추세츠 주 홀리요크에서 YMCA 체육부장 월리엄 모건에 의해 창안된 배구가 시작된 후 123년 동안 손꼽을 수 있는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역사적 인물이 바로 김연경이라는 뜻이다.

 


세계 배구계에서 나름 이름 있는 사람이라면 감독과 코치, 스타플레이어들과 기자, 방송 관계자들 할 것 없이 많은 사람들이 김연경의 플레이를 보고 찬사를 터트렸다. 지금도 인터넷에서 김연경의 위엄이라는 제목으로 검색을 하면 김연경에 대한 배구 전문가 집단과 외신 반응을 모아둔 글들을 접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많은 내용들 중에 한 줄짜리 기억에 남는 몇 개만 추려보았다.

 

당신은 세계 최고의 공격수다. 두 번째는 누구라고 생각하느냐?”

- 2012 런던올림픽 세르비아전 승리 후 한 외신기자

 

서브 리시브, 디그, 이단 스파이크, 블로킹 연타, 백어택.... 안 되는 것이 무엇인가?”

- 미국 NBC 중계진 -

 

(김연경이 한 번 실수를 했을 때) “그녀도 사람이었군요.”

- 유럽 챔피언스 리그 중계진 -

 

김연경의 얼굴을 보자 우리 대표팀은 안색이 창백해지고 파랗게 질린 것 같았다.”

- 러시아 스포르트 익스프레스지(김연경의 그랑프리 최다득점 신기록 수립의 날) -

 

우리는 배구가 단체 스포츠이기에 이겼고, 김연경은 배구가 단체스포츠이기에 졌다.”

- 런던 올림픽 한중전 후 마윤웬 중국 대표팀 미들블로커 -

 

김연경은 100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 한 선수다.”

- 다츠가와 일본 덴소 감독 -

 

“100년이 아니라 200년이 지나봐라. 김연경 같은 선수는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 이정철 IBK 기업은행 감독 -

 

이처럼 김연경은 선수 기량과 화제성에서 세계배구계의 살아있는 전설로서 신화적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국내 인지도 면에서는 존재 가치 이상의 평가를 받지 못한 면이 있다.

 

김연경 본인도 오죽 답답했으면 2011년 어느날 SNS상에 이런 글을 올리기도 했다. 어떤 네티즌은 이것을 슬픈 김연경의 넋두리라는 제목으로 인터넷 상에 올리기도 했다.

 


김연경의 화제성과 뛰어난 기술성과 스타성에 불구 국내 인기가 저조했던 그 이유는 김연경의 활동 무대가 해외에 터전을 잡고 있어 국내 스포츠팬들이 김연경을 접할 기회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자배구는 축구와 야구에 비해 국내 팬층이 덜 형성되어 있었기 때문에 TV 중계권을 확보할 수 없어 해외에서 활약상을 국내에 알리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그나마 SPOTV에서 2016-2017 터키 아로마 시즌 페네르바체 경기를 중계해주고, 국가대표 경기인 아시아여자배구선수권과 그랑프리 대회, 세계선수권 예선전을 방영해 주면서 김연경의 인기가 높아졌다.

 

근래 들어와 김연경이 대중들에게 친숙한 이미지로 다가서게 된 계기는 MBC 인기 관찰예능 프로그램인 <나혼자 산다>에 출연하면서부터이다.

 


최근에는 한한령이 풀리면서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의 한중정상회담 때 한중 관계의 평화적 미래 관계 개선을 위한 초청인사로서 시진핑에 의해 중국 베이징에 위치한 인민대회당 금색대청에서 펼쳐진 국민만찬회장에 송혜교
, 추자연-우효광과 부부와 함께 초청되는 영예를 얻기도 했다.

 

그러나 김연경은 그의 전반적인 활약기에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인 나이키나 리복, 휠라, 아디다스와 같은 기업 광고를 찍지 않았는데 필자는 이것이 그녀가 최고의 기량에도 불구 전 세계적 지명도를 높이는 데 한계를 가져온 결정적 이유였다고 생각한다.

 


마이클 조단이나 타이거 우즈의 인기 배경에는 글로벌 브랜드 나이키가 있었다. 리오넬 메시의 스폰서는 아디다스이고, 호날두는 나이키, 테니스 선수 샤라포바 역시 오랜 기간 나이키의 광고 모델로 활약했다. 김연아도 나이키 모델로 활약한 바 있다.

 

광고는 자본주의의 꽃이다. 이것은 스타성과 셀러블리티, 광고 인지도는 비례 관계가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설현과 수지는 공효진과 황정음이 찍었던 드라마만큼 많은 작품에서 성공하지 못했다. 아니 연기력과 연기 경력에서 한참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대중적 인기에서는 훨씬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이것은 광고의 힘이다.

 

필자는 김연경이 나이키나 아디다스와 같은 글로벌 브랜드 모델로 활약했다면 지금보다 최소한 100배는 더 유명해졌을 것이라 감히 추정해 본다. 특히 스포츠 시장의 중심인 북미 지역에서 큰 인기를 모을 수 있었을 것이라 본다. 다른 스포츠 스타들이 김연경보다 낮은 스타성과 천재성을 가지고도 더 높은 인지도와 돈을 번 것은 글로벌 광고 회사의 마케팅과 이미지 메이킹 때문이었다. 중국의 주팅의 인기도 많은 부분 광고 효과에서 나오고 있다.

 

혹자는 프로배구의 세계 스포츠 시장 규모가 프로야구와 축구의 규모보다 작고, 스포츠 용품의 주요 시장인 서유럽과 북미 시장에서 배구의 인기가 상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김연경이 나이키나 아디다스와 같은 글로벌 브랜드 모델로 선정되기 어려웠을 것이라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것은 일종의 고정관념이다. 오히려 겉으로 드러난 현상을 반대로 해석할 때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배구는 전 세계에서 매우 인기 있는 스포츠 중의 하나이다. 오히려 전 세계에서 야구를 하는 나라보다 배구를 하는 나라가 훨씬 많다. 그리고 스포츠 용품 시장의 레드 오션인 서유럽과 북미 시장보다 블루오션 시장인 동유럽과 동남아시아에선 배구의 인기가 하늘을 찌를 정도로 높다. 이들 지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인구 증가와 소득 증가가 이뤄지고 있는 황금알을 낳는 지역이다.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의 세계화와 신규 시장 창출 확보에 있어 김연경과 같은 걸출한 배구 스타의 활용성은 그야말로 가치가 높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 배구협회의 전략 추진상 부족하다고 보는 것이 남자배구와 여자배구를 차별 육성하는 것인데, 재정난에 봉착한 배구협회로서 빠른 현금 회전을 확보할 수 있는 남자 배구에 더욱 치중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국제 배구 시장의 흐름을 보면 남자배구보다 여자배구가 더 인기가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터키 리그도 그렇고 유럽과 남미도 동일하다. 남자축구에 비해 여자축구가 비인기 종목인데 비해 여자배구에 비해 남자배구의 흥행이 떨어진다. 브라질만 해도 남자축구 다음 인기 종목이 여자배구이다. 일본도 여자배구의 인기가 훨씬 높다.

 

김연경의 연봉이 남녀를 포함해 세계 프로배구 선수 중 가장 연봉이 높다는 것도 여자배구의 흥행성이 남자배구보다 높다는 것을 점을 간접 증명한다. 새삼스레 여기서 남녀 차별을 운운하려는 것이 아니라 세계적 흐름이 그렇다는 점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2016월드 오브 발리에 따른 자료를 기준 세계 배구에서 최고 연봉을 받는 선수는 김연경으로 120만 유로(156000만원)이었고, 주팅이 110만 유로(144000만원), 3위가 조던 라르손과 나탈리아 곤찰로바가 100만 유로(13)를 받았다.



같은 자료에 의하면 남자부 1위는 55만 유로(71000만원)를 받는 브라질 남자배구대표팀 주전 센터인 브루노 헤센데, 그 뒤를 쿠바 출신 레온과 매튜 엔더슨이 50만 유로(65000만원)의 연봉으로 쫓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V리그는 남자 배구와 여자 배구의 지원 방향이 상당히 남자 배구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물론 남자선수들의 경우 구기 종목중 선수 생명이 짧은 배구 선수가 군생활을 포함하면 인생에서 수입을 벌어들일 기간이 매우 줄어든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정한다. 그러나 그러한 이유가 자연스럽게 성장하는 여자배구 시장을 인위적으로 소외시키는 제도를 합리화 하는 좋은 명분은 될 수 없다.

 

지금과 같은 비균형적인 행정으로 문제가 될 바에는 차라리 배구협회를 분리시켜 남자배구협회와 여자배구협회를 독립적으로 운영시켜 나가는 것이 더 바람직해 보인다.

 

냉정한 시각으로 볼 때 구기종목 중에서 올림픽 메달권에 가장 근접한 것은 여자배구이다. 남자 배구와 농구도 발전 가능성이 무궁하지만 아무래도 국내용이란 한계를 극복하기 어렵다. 오히려 여자배구 시장이 더 큰 만큼 국제수준에 맞는 여자배구 선수팀을 만드는 것이 좀 더 시급하지 않은가 생각이 든다.

 



그러나 김연경은 그 실력과 능력에 비해 많은 돈을 벌지 못했고, 국제적으로도 큰 인정을 얻지 못했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김연경과 메시를 비교하는 것을 마치 대단한 일인양 생각한다. 필자는 이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

 

이것은 김연경의 성격적 특성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해외 진출 스포츠 선수들은 대부분 기업 스폰서나 방송 중계권 등을 가지고 연봉 협상의 유리한 고지를 확보하는데 비해, 김연경은 오직 실력 하나로 승부하는 정공법을 지향했기 때문인 것 같다.

 

어쩌면 광고로 만들어진 이미지를 허물지 않기 위해 대중과 거리를 두는 여느 인기 스타들과 다르게 자신의 본 모습을 숨김없이 보여주는 김연경이 더 친숙하고 재미있고 인간답다는 생각도 많이 든다.

 

광고의 이미지보다 어떤 살아있는 실체가 되고 싶어 하는 김연경의 앞날에 맑은 날이 계속되기를 바라며, 그 꿈꾸는 대로 2020 도쿄 올림픽에서 우리나라 구기 종목 메달을 선사해주길 간절히 바라는 바 그 때까지 부상 없이 건강하게 건승하길 바라는 바이다.

 

 

마지막으로 김연경이 흥국생명 선수로 뛰었을 때 버스 운전기사 아저씨가 들려주는 김연경 얘기를 남겨 본다. 스포츠 스타든 연예계 스타든 결국 스타들은 어두운 세상에 밝은 빛을 주는 사람들이다. 김연경은 스타가 되기 이전부터 세상에 밝은 빛을 주던 사람이다. 김연경은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 기쁨을 주는 선수였고, 스타이기 전에 분위기를 밝게 해주는 좋은 사람이었다. 교통체증이 심한 대한민국 운전기사 아저씨를 즐겁게 해주는 일은 메시도 못하는 일이다. 그런 일을 기어이 김연경이 해낸다.

 

 

김연경은 코트에서 뿐만 아니라 버스에서도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했다. 선수들과 버스 안에서 항상 즐겁고 재밌는 시간을 주도했다. 연경이가 없으면 버스가 조용할 정도다. 배구 실력이야 팬들이 더 잘 알 것이고 나는 연경이가 앞으로도 모든 사람에게 늘 즐거운 사람으로 기억되길 바란다.”

-흥국생명 버스운전기사 서호범-

 

 

이미지 출처: 스포티비, 신화망, 오마이뉴스, 연합뉴스, 스포츠타임즈, soho, 뉴시스, 조선일보, 킥 오프, MK 스포츠, FIV3, KOVO, 유튜브, 경북일보, 김연경 트위터, 더 스파이크, 인사이트, KBS, 코리아미디어, 코리아통, 아디다스, YTN, 인스포코리아


이 글을 공유하기

댓글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