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트랜드 꽃미남 망가지자 시청자들 화들짝, 송승헌, 최시원, 정용화의 반전 연기

최근 대한민국 대표 꽃미남 배우들의 망가진 유머 코드가 대중들의 시선을 강탈하고 있다. 현재 방영중인 OCN ‘블랙의 송승헌과 TVN ‘변혁의 사랑최시원, JTBC ‘더 패키지의 정용화가 그 주인공이다. 국내를 넘어 한류의 대표 미남 아이콘으로 조각 외모와 식스팩 간지로 남자들에겐 좌절감과 여성들에게는 선망을 안겨주었던 이들이 드라마 속에서 처참하게 망가지는 모습에 시청자들의 눈이 즐겁다.

 

 

12, 꽃미남의 파격 변신

터프가이 저승사자 블랙의 송승헌

 

만리장성을 넘어 사랑을 꽃 피우고 있는 유역비의 남자 송승헌은 브라운관에서도 새로운 역사를 만들고 있다. 처음으로 장르물 주인공에 도전한 것. OCN의 주말드라마 블랙에서 듣도 보도 못한 괴짜 저승사자 캐릭터를 선보였다. 그는 극중 강력계 형사 한무강과 저승사자 12역을 맡았는데, 피만 보면 구토를 하는 순둥이 신입 형사 한무강 역과 카리스마 넘치는 허당 저승사자 블랙 역을 코믹하게 구현해내 시청자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다.

 


작품 속에서 송승헌은 선과 악, 부드러움과 터프함이라는 상반된 캐릭터를 절묘하게 대비시킨다. 강력계 막내 형사 한무강은 사건 현장에서 시체를 보고 토하고, 회식 중에 순대국에 담긴 내장만 보고도 현기증을 느끼는 약골 형사이다. 집에서는 캐릭터 츄리닝을 즐겨 입고 이웃과 민원인들에게 친절하기만 한 바른생활 사나이다.


반면 한무강의 몸을 빌린 저승사자 블랙은 이와는 반대다. 사건 현장에 고인 피를 손가락으로 찍어 맛보고,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내장탕이며 오직 블랙패션만 고집하는 간지남이다. 모든 인간을 깔보며 고참 형사들은 물론 모든 인간들에게 존댓말을 쓸 줄 모르는 안하무인이다. 게다가 진지한 표정으로 바바리코트만 두른 채 하의실종 차림새에 과감한 쩍벌 포즈를 취하는 변태남으로 등장한다.

 

뻔뻔하고 능청맞으며 자기 밖에 모르는 저승사자 블랙 캐릭터는 기존 송승헌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있는 역이다. 애절한 눈빛으로 대륙의 여심을 사로잡았던 가을동화의 준서 역이나, 목숨을 걸고 조선인 환자를 살리는 헌신적인 닥터진 역이나, ‘남자가 사랑할 때사임당, 빛의 일기에서 보여준 지극한 순애보를 간직한 남자 배역과는 180도 다른 역이다. 김태희와 함께 캐미를 이루었던 MBC ‘마이 프린세스의 젠틀한 외교관 박혜영 역과는 천국과 지옥 차이라고나 할까

 

작품 블랙은 송승헌의 감초 연기 덕분에 귀신과 시체가 즐비한 판타지 스릴러물임에도 불구하고 코믹과 유머가 잘 배합된 블랙코미디의 진수를 보여줄 수 있었다.




세계가 낳은 정조대왕의 귀환,

더 패키지정용화의 반전 매력

 

JTBC ‘더 패키지정용화의 변신 역시 무죄이다. 극중 호기심 유별난 사고뭉치로 시종일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엉뚱남 캐릭터를 연기하고 있다.

 

정용화 스캔들은 1회부터 시작이다. 패키지 여행차 온 프랑스 입국 심사대에서 여성 속옷을 보유하여 성추행범으로 오인받고, 관광지 몽생미셸에서는 중세 문화재인 정조대를 직접 착용했다가 국제적인 망신을 당하게 된다. 이를 목격한 한국인 관광객이 세계제약 전략기획실 사원인 그를 비꼬아 세계가 배출한 정조대왕이란 이름으로 SNS상에 굴욕 동영상을 올린 후 그는 일약 유명인사가 된다. 그리고 만조면 물이 차올라 사면초가 상태가 되는 통불렌 섬에 들어갔다가 고립되어 윤소소와 함께 무인도에 갇히게 되는 등 가는 곳마다 사고를 일으키는 스캔들 제조기다.

 


호기심 만땅인 그의 학창 시절 에피소드도 흥미롭다. 고교시절 가습기와 제습기 중 누가 이길까 싸움을 붙였다가 전기세 폭탄을 우려한 어머니에게 몰매를 맞은 일이나, 대학시절 금지된 캠퍼스 옥상에서 로프타기 중 지금의 여자 친구를 만나게 된 일화 등 금단의 영역에 도전하는 정용화의 엉뚱한 호기심에 시청자들의 배꼽이 빠진다.

 

정용화가 이처럼 웃겼던 적은 없었다. SBS ‘미남이시네요에서 조용히 곁을 지켜주는 부드러운 훈남 강신우 역, MBC 넌 내게 반했어의 까칠하고 애절한 기타리스트 이신 역, TVN ‘삼총사의 용맹과 추진력을 갖춘 진중한 카리스마 검객 박달향 역에서는 이런 쏠쏠한 재미를 볼 수 없었다.

 

정용화가 맡은 산마루는 평소엔 조용하고 차분하지만 때때로 금단의 영역을 넘어가 큰 사고를 치는 캐릭터이다. 사고뭉치라 민폐 다발자이지만 결코 미워할 수 없는 것은 그의 순수한 눈빛과 달달한 대사에 있다. 휴머니즘을 간직한 따뜻한 가슴 때문이기도 하다.

 

혹자들은 중세 여성들이 착용했던 정조대를 몸소 착용해본 그의 무모한 실험정신에 비난의 화살을 당기지만 남자로서 당시 여자가 느꼈던 모멸감을 함께 공감해 보려했던 그의 태도에서는 배울 점이 없는 것도 아니다.

 

누구나 평생 한번쯤은 가보고 싶은 프랑스 여행지의 배경 속에 각각 다른 연령대의 네 커플들이 가진 저마다의 삶의 문제를 진지하게 풀어내는 인생 힐링 드라마 <더 패키지>는 어찌보면 진지하고 무거운 분위기로 흐를 수 있었지만 엉뚱한 정용화 덕분에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흥미롭고 박진감 넘치는 이야기로 생명력을 획득할 수 있었다.


 

 

흙수저보다 못한 재벌3세의 3D 인생역정 파노라마

변혁의 사랑최시원의 알몸 투혼

 

한국의 짐 캐리 최시원의 병맛 코믹 개그는 슬랩스틱 코미디의 진수를 보여준다. tvN ‘변혁의 사랑은 지난 9월 제대한 최시원의 연예계 복귀작이다.

 

극중 최시원은 첫회에서 취중 비행기 이상기류 때문에 뜻하지 않게 스튜어디스 하연희의 성추행범으로 몰리게 된다. 그리고 출동한 보안요원에 의해 테이저건을 맞고 쓰러진다. 그리고 이를 취재하려는 파파라치 기자들을 피해 숨어 들어간 공사판에서는 인부들 틈에 섞여 벽돌 나르는 일용노동자로 위장취업을 한다.

 

4회에서는 온몸을 던지는 알몸 개그로 시청자들의 배꼽을 잡게 했는데, 아버지의 지시를 어기고 검찰에 자진출두한 결과 집에서 실오라기 하나 못 걸치고 쫓겨나게 된 것. 설상가상으로 알몸 상태에서 짝사랑하는 백준과 마주쳐 줄행랑을 치는 부촌 골목 도피 장면은 지독하게 운발이 안 받는 변혁의 인생 단면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6회째 최고의 압권은 어렵게 취업한 계약직 청소부 일을 하며 생긴 일이다. 하필이면 수많은 위탁 업체 중 아버지 회사 청소부로 고용된 변혁, 유달리 잘 막히는 화장실 변기를 뚫고 승리감에 도취된 채 자축 세레머니를 하는 장면과 관리자들 눈 밖에 나 징벌적 외부 벽면 유리창 닦기 장면이다. 마침 둘째 아들의 청소부 직업 문제로 변강수 회장을 찾아온 변혁 어머니 정여진 여사가 유리창 밖으로 한 줄에 위태롭게 매달려 창문을 밀대로 닦고 있는 변혁을 목도하고 기겁을 하고, 이 일의 자초지종을 따지기 위해 변강수 회장을 찾아가서 회장실 블라인드를 올리자마자 나타나는 변혁의 익살스런 표정과 세레머니 장면은 최시원이 아니면 연기할 수 없는 코믹 연기의 최고봉이었다.

 

불공정한 갑질의 대명사 재벌공화국의 족벌 경영과 재벌의 3대 세습제를 비판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변혁의 사랑은 단순히 웃음만 유발하는 코믹 드라마는 아니다.

 

첫 편부터 변혁의 스튜어디스 성희롱 사건이 일어난 기내 1등석은 우리나라 재벌 갑질의 대명사가 된 대한항공 조현아 부사장의 땅콩회항이 벌어진 현장이다. 드라마에선 재벌2세에 의해 승무원이 피해를 당한 현장을 승무원에 의해 재벌2세가 혹독한 창피를 당하는 공간으로 반전시켰다. 2회 호텔에서 직원들에 의해 쫓겨나는 변혁의 모습은 재벌2세들의 갑질 사건이 자주 벌어지는 시중 호텔을 배경으로 한 사건으로 시사성이 높다.

 

5,6회 막힌 화장실 변기를 뚫고, 건물 벽면 유리창을 닦는 재벌3세 이야기는 재벌 독식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서민들이 한번쯤 꿈꿔 봤을 에피소드이다.

 

풍자적이고 현실 비판적인 내용을 담고 있지만, 드라마적인 재미와 유쾌함을 담을 수 있었던 것은 최시원이 연기한 변혁 캐릭터의 유머 코드 때문이다. 최시원이 연기한 변혁 캐릭터는 종래의 재벌3세 이미지와는 많은 차이가 있다. 대한민국 수퍼 갑에 금수저 출신 성골이지만 사람들에게 함부로 대하는 무례함이나 갑질은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된장녀인 전여친 홍채리에게 번번히 이용당하고, 스튜어디스 한연희에게 쩔쩔매고, 호텔메이드 백준에게 얻어맞기만 하는 여자에게 약한 순정남이다. 민들레 꽃 날리기를 즐기고 김춘수 시 을 암송하기 좋아하는 로맨티스트로 풍부한 감성과 표정으로 시청자들을 즐겁게 하고 있다. 그 이름만큼이나 변화된 재벌3세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는 최시원이 앞으로 또 어떤 변혁의 아이콘이 될지 기대가 된다.


 

 

변화된 여성 시청자 취향을 보여주는 실험정신이 담긴 드라마

 

우리나라 남자배우 중 미모 서열상 손꼽을 수 있는 송승헌, 정용화, 최시원의 파격 연기는 여러 가지 면에서 시청자들에게 큰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첫째, 색다른 신선한 충격이다. 일찍이 무한도전이나 런닝맨처럼 미모와는 상관없는 연예인들이 망가지는 예능 출연 이야기들은 흔한 소재였지만 이처럼 드라마의 간판 주인공이 드라마 속에서 철저히 망가지는 경우는 없었기 때문이다.

 

둘째, 연기자들의 한층 넓어진 연기력과 새로운 캐릭터를 발견하게 된 기쁨이다. 누가 아시아가 인정하는 꽃미남 송승헌이 저처럼 뻔뻔하고 능청스러운 저승사자 역을 도맡아 할 수 있을 것이라 감히 예상할 수 있었을까? 또 어느 누가 고고한 선비나 인디 가수 혹은 차도남 이미지의 정용화가 럭비공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는 사고뭉치 엉뚱남이 될 것이라 믿을 수 있었을까? ‘그녀는 예뻤다에서 보여준 김신혁보다 한층 업그레이드 되어 드라마로 귀환한 최시원의 코믹 캐릭터는 또 어떠한가?

 


셋째, 드라마 시청자들의 취향 변화 역시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드라마의 주된 시청자인 여성층이 원하는 남성상의 변화가 엿보인다. 외모 불문 능력이 출중한 열정적인 남성 주인공을 추구하던 1세대 시청자층에서 까다로운 차도남 이미지의 재벌2세 나쁜 남자를 추구하던 2세대, 미모를 장착한 연하의 꽃미남을 추구하던 3세대, 예측불허의 유머와 넓은 빈틈을 장착하여 인간미를 풍기는 남성을 선망하는 4세대로 남성상이 변화된 것이다.


변혁의 사랑에서 남주 변혁과 여주 백준은 바보 온달과 평강공주 모티브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순수한 성품이지만 결함을 가진 남성을 지혜로운 여성의 내조로 훌륭한 남성으로 완성한다는 평강공주 콤플렉스를 기반으로 한다. 이는 종래에 완벽한 조건을 구비한 남성의 힘으로 인생을 변화시키고자 했던 신데렐라 콤플렉스와는 대비되는 작품의 지향점이다.

 

더 패키지의 윤소소(이연희) ‘블랙의 강하람(고아라) ‘변혁의 사랑의 백준(강소라)은 하나같이 오지랖이 넓고 남자의 일에 적극 개입하는 행동파 의리파 여성들이다. 남자의 목표를 자신의 목표로 삼는 전통적 여성관과는 거리가 멀다. 자신만의 인생 목표를 향해 삶을 개척해 나가는 여성들이다. 시급 6천원짜리 알바를 하더라도 남자에게서 돈 빌리는 것을 극혐하는 경제적으로 자립적인 여성상이다. 사랑받는 사랑의 객체보다 사랑하는 사랑의 주체를 추구하는 그녀들에게 남성들은 결혼으로 한방에 인생역전을 시켜줄 로또가 아니라 자신이 온전하게 완성해야 할 불완전한 삶의 동반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들은 변화된 여성 자아상을 담고 있는 21세기 변혁적 드라마들이다.


이미지 출처: OCN, Jtbc,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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